“끊임없는 비판-회의…한의학에 대한 가능성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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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비판-회의…한의학에 대한 가능성 보았다”
  • 승인 2014.09.0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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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김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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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생 실습 체험기: 경희대 진단·생기능의학과 URP 참여 원광대 본과 2년 김미혜

경희대 한의대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는 매 방학마다 학부생연구프로그램(URP·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3기째인 올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의 실습 후기를 보내왔다. <편집자 주>


올해 본과 2학년이 되어 한방, 양방병리학 과목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 몸에 나타나는 병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들이 신기했다. 사람의 건강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하지만 병에 대해 한의학에서 어떤 식으로 연구가 진행되는지, 가장 기본적인 “연구란 무엇인가?”부터 아는 것이 전혀 없어 막막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페이스북을 통해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진단·생기능의학과(주임교수 박영배)에서 학부생연구프로그램(URP)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하는 공고를 보았다. 현대사회가 한의학에게 요구하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합리화의 토대가 되는 ‘연구’라는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논문은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논문을 어떻게 읽는지에 대해 알려준다고 써 있었다. 필자에게 가장 필요한 수업이다 싶었기에 지원을 했다.

필자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에서 전국 한의과대학 본과 2,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소수의 학생들이 진단·생기능의학과 박영배 교수님과 김현호 선생님 지도 하에 수업을 받고 토론을 하며, 이 지식을 토대로 주제를 잡고 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비판적으로 읽기(Critical reading)’를 큰 주제로 하여 연구 윤리와 과정, 논문의 검색, 정리 및 비판적으로 읽고 토론하기 그리고 의학 통계와 데이터마이닝의 기초에 대해 배웠다. 배운 내용을 토대로 돌아오는 겨울방학에는 필자가 궁금해하던 주제로 논문을 쓸 예정이다.

14번이라는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논문’이라는 단어를 더 이상 어렵게 여기지 않게 됐다. URP에 참여하기 전에는 학부 수업에서 간단한 논문을 찾아 읽는 과제마저 절레절레했던 기억이 있다. 수업을 들은 지금은 연구 논문을 효율적으로 검색, 정리할 수 있으며 체계적, 비판적으로 읽으려 노력하게 됐다. 그리고 논문 읽는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지식을 발견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리고 한의학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그동안 배웠던 한의학은 과학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소 다르다고 많이 느꼈었다. 그렇기에 은연중에 한의학은 과학과 먼 존재이며 이로 인해 한계를 지닌다고 여겨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기초지식과 다양한 한의학의 연구 방법론을 교수님께 배우면서 많은 한의학 연구자들이 한의학을 증명하는 일, 즉 ‘과학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았다. 노력이 있으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필자는 한의학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졸업한다면 아마 병원 수련의, 혹은 로컬 한의사 정도가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우리 한의사는 현대사회가 한의학에게 요구하는 한의학의 과학화, 각 가치들의 객관화 및 연구방법론의 발전적 확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았다. 그 정당성을 얻기 위해 한의사들이 노력해야 할 일 또한 무궁무진하게 많기에 이제 미래를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탐구하는 자세’이다. 평소에 “어?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곤 지나칠 수 있는 그런 물음을 교수님께서는 항상 기억하고 기록한 후에 스스로 연구하라고 강조하였다. ‘궁금한 것이 하나의 연구가 된다’는 것은 매우 근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궁금해 하는 점을 다른 친구들과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고, 미처 닿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얻는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올해로 3년째인 이 URP를 수료했던 1,2기 선배들은 URP의 연구성과로 국내 및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였다. 수업을 듣고 나니 자신의 관심사가 담겨있는 논문을 낸다는 것은 정말 근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동안 조금 더 발전한 모습으로 겨울방학의 URP 논문 작성 프로그램을 맞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아직도 필자는 무엇을 하는 한의사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URP를 통해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회의하고 근거에 대한 요구를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자세의 필요성을 배웠으며, 앞으로 그것을 실천하는 학생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김미혜 / 원광대 한의대 본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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