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캐어 쪄 말리는 ‘포부자’ 전 과정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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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캐어 쪄 말리는 ‘포부자’ 전 과정 지켜봐
  • 승인 2014.08.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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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용

손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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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명용 소문학회 약재담당 이사(울산 아름다운한의원)의 중국 청두 ‘부자(附子) 기행문’

좋은 약재 찾아 한약재 산지 직접 탐방
국내 한의사들도 양질 약재 쓰려는 의지 가졌으면


담파수에 담가둔 부자
최근 몇 년간 ‘좋은 한약재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소문학회는 제약회사와 협력해 중국과 베트남 등지를 현지 방문해 직접 약제를 선별 수입, 회원들에게 공급해오고 있다. 우선 소문학회부터 좋은 수입 한약재를 사용하다보면  자연히 대부분의 한의사가 좋은 약재를 사용할 수 있으리란 믿음에서 2011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그간 중국에서 부자를 비롯해 후박 길경 황연 육종용 감초 등을 선별 수입했고, 베트남에서는 계지 육계 용안육 등을 약업사를 통해 수입 공급한 바 있다. 그 결과 다른 약업사도 자극을 받았는지 전체적으로 좋은 약재가 유통돼가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는 부자 황연 황백 후박의 산지인 쓰촨성을 한번 더 답사해 부자에 대해 마무리하고 싶었다.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상하이 푸동 공항을 경유,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로 향했다. 마침 태풍 ‘나크리’가 제주 앞바다에서 북상하고 있던 중이라 잔뜩 긴장했는데 다행히 일정이 끝날 때까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청두는 일 년 내내 날씨가 흐리고 해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촉 땅의 개가 해를 보고 짖는다(蜀犬吠日)’는 말도 있다. 물론 식견이 좁은 사람이 비범한 사람의 행동을 의심하는 것을 빗댄 말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날씨가 흐리고 후덥지근해 해를 구경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때는 태풍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날씨가 별로 흐리지 않고 후덥지근하지도 않았다. 해도 이틀이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모처럼 화창한 날씨였다.

부자(附子)는 이백(李白)의 고향인 지앙유(江油)에 많이 나고 있었다. 예전에는 염부자(수부자)의 형태로 수입되었는데 부자가 굵고 썰어보면 진액도 많이 나온 걸로 기억이 난다.

부자의 근
최근에는 수익성이 떨어져서 옥수수밭에다 아무렇게나 심어놓아서 굵기도 작고 부자 특유의 향도 적고 진액도 적어보였다. 다만 중국 ‘동인당’에서 가져가는 부자는 그중 좋은 것을 골라서 따로 작업하고 있었다. 가격 때문인 듯 했다.

 마침 부자를 밭에서 캐어 소금에 담가두었다가 건져 소금기를 씻어낸 후 쪄 말리는 ‘포부자’ 제조의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우선 7월 중순경이 되면 옥수수와 함께 심어둔 부자를 캐서 마당에 던져놓고 선별작업을 한다. 흙을 털어내고 모근과 잔뿌리는 따로 떼어서 천오로 한국에 수출한다고 하였다.(천오는 쓰촨성에서 따로 재배하는 천오가 정품이다) 지하수와 담파(膽巴)라고 하는 암염(巖鹽)을 섞어서 만든 소위 담파수(膽巴水)에 부자를 양파망 같은 곳에 넣어 15일 정도 뒀다가 이를 건져 씻고 끓인 후 건조기에 다시 넣고 포부자를 만든다.

소문학회에서는 암염 대신 식용소금을 넣어 제조해 달라고 했는데 확인할 수는 없었다. 대신 예전방식대로 소금이 있는 염부자의 상태로 수입을 해서 국내에서 작업하기로 하였다 

예전에 부자는 전부 염부자의 형태로 수입이 되었다. 대나무 가마니에 염부자를 넣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소금 가마니 같이 수입 되었다. 이를 흐르는 물에 몇 시간씩 소금기를 제거 하였다. 검은물과 소금이 같이 씻겨나오는데 너무 짜면 부자의 약성도 너무 강해 안 되고, 너무 싱거우면 부자 약성도 너무 싱겁게 되어 염분이 적당해야 약성도 적당하게 된다.

망에 담아둔 부자
가마니 채 염부자 상태로 오래두었다가 작업해보면 가장자리 테두리부터 검은 먹물처럼 색이 검게 변해간다.

썰어보면 속은 감자를 썰어놓은 것처럼 희면서 전분처럼 진액이 많이 묻어난다.

소문학회에서는 썰어서 건조기에 넣지 않고 햇볕에 바로 말려서 사용한다.

소문학회에서는 부자가 가진 향이나 맛을 최대한 살리고 가급적 진액도 보존된 상태의 부자를 원한다. 그래서 가급적 찌거나 건조기에 돌리는 걸 피하고 양건(陽乾)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야만 기미(氣味)가 살아있게 되고 기미가 살아있어야 그 약제의 살아있는 생명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력으로 치료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촉박해 이번 일정에는 후박 산지나 다른 약재 산지를 직접 방문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한약재 산지를 직접 탐방해 좋은 약재를 찾아서 공급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이 사업을 할 예정이다. 국내의 한의사들이 좋은 약재를 사용하려는 의지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명용 / 소문학회 약재담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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