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최강 도적들의 대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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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최강 도적들의 대격전
  • 승인 2014.08.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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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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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영화 ‘명량’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급기야 꿈의 스코어라고 할 수 있는 1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그 이면에 또 한 편의 작품이 이슈화가 되고 있는데 바로 올 여름 4편의 블록버스터 중 세 번째로 개봉한 ‘해적’이다. 개봉 전 가장 낮은 관심도를 보인 작품이자, ‘명량’의 승승장구에 빛이 바래 있던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차에 1주차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 무서운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감독 : 이석훈
출연 : 김남길, 손예진, 유해진, 신정근,
           이경영, 박철민, 설리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결정하자 이에 반대하는 무관 장사정(김남길)은 상관인 모흥갑(김태우)에게 항명하다가 산으로 들어가 산적이 된다. 또한 해적의 대단주 소마(이경영)는 탐욕스러운 행보를 보이다가 소단주인 여월(손예진)과 마찰이 생기고, 결국 바다에 빠지게 된다. 그 후 조선이 건국하게 되고, 명나라에 고려의 국새를 반납하고, 새로운 국새를 받아오다가 고래의 습격으로 배가 뒤집혀진다. 그로인해 국새가 고래의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자 조정에서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국새를 찾아오라는 명을 내리고, 모흥갑과 장사정의 산적단, 여월의 해적단이 국새를 찾기 위해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떠나게 된다.

‘해적’은 조선 건국 초기,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후 새 국새를 받지 못해 1403년까지 근 10년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하고, 이미 드라마로 친숙해진 이성계와 정도전이라는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모두 픽션인 팩션 작품이다. 그래서 ‘명량’처럼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 진지하거나 무겁지 않으며,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웃음을 주려고 작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캐릭터를 비롯한 내용 등 영화의 모든 것은 기존의 팩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코미디 영화에 적합하게 구성되었으며, 평소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던 김남길이 찌질한 산적으로서의 연기를 매우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고 손예진 역시 여장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극적인 재미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두 명의 주인공보다 유해진이 더 많이 기억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해적이었지만 멀미 때문에 적응하지 못해 산적이 된 매우 재미있는 캐릭터를 맡아 한 번도 물고기를 본 적이 없는 산적들에게 고래와 날치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그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박이다. 이 외에도 낯익은 조연급 연기자들이 산적단과 해적단, 개국세력 등으로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캐릭터가 명확하여 그다지 산만하게 느껴지지는 않으며, 그들의 오합지졸인 모습 자체로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해적’은 여기까지이다. 산적과 해적이 만난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주제 의식이 보이지 않으며, 완성도도 미흡하여 2% 부족한 영화라고 느껴지고, 누군가에게는 유치한 영화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름방학을 겨냥하여 온 가족들이 즐길 수 있도록 욕설을 사용하지 않는 등 나름대로 가족 오락영화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해적’은 ‘추노’와 ‘7급 공무원’ 등의 작품을 썼던 천성일 작가와 ‘댄싱 퀸’의 이석훈 감독이 함께 만든 작품이며, 올 여름 영화계의 끝판왕으로서 뒷심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휴가와 방학이 끝나 뭔가 허탈한 마음이 있거나 영화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웃고 싶은 관객들이 있다면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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