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옹의 도서비평] 피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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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의 도서비평] 피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 승인 2014.08.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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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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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이 최근 저술한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내가 기억하는 현대사를 더듬어 본다.

나는 1977년 3월 경기도 평택의 재랭이 고개에서 태어났다. 당시 기억은 없지만 유신 체제에서 서슬 퍼런 공안 탄압을 하며 민중을 쥐어 짜내어 수출 100억불 달성한 시기이다. 79년에 박정희 대통령은 김재규에 의해 저격당하고, 독재정권이 막을 내렸다.

내 기억 속의 첫 대통령은 전두환 대통령이다. 텔레비전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그의 머리는 빛나 보였고 멋져 보였다. 무려 7년을 재임하였으니 대통령은 대머리만 해야 되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시절 전두환 대통령의 아파트 100만호 건설 뉴스를 보다가 친구가 정권 찬양 뉴스라고 비판하는 말을 듣고 이상

하게 생각할 정도로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가졌던 시절이었다.

유시민 著
돌베개 刊
1987년 박종철 고문 사건, 이한열 사망 등으로 민주 항쟁이 일어나게 되고, 6·29 선언으로 국민들은 대통령 직접 선거를 하게 되었다. 시내에 도배한 노태우 후보의 벽보와 한복 입은 김대중 후보가 생각난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 외교 정책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우리가 원수로 배웠던 빨갱이들-중공, 소련 등의 공산국가들과 수교를 맺고 경제적 지원을 하니 자유 민주 국가에 살고 있는 기쁨에 우쭐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선생님이 직접 가져온 장벽의 파편을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통일도 코앞이라고 생각했었다.

3당 합당으로 야당총재였던 김영삼 씨가 여당 후보가 되고 혼란 속에서 당선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김일성이 사망했다는 속보를 듣고 친구들과 이제 통일이 되겠다고 환호했었다. 그때는 무슨 사건이 그렇게도 많은지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1997년 한의대에 입학하여 자취를 하게 되었다. 심심한 대학시절을 보내던 중 옆방의 동기 형(일명 나사)의 책을 빌려다 보았다.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등의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내가 교육 받았던 역사가 왜곡되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였다. IMF가 터지면서 용돈이 끊기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과외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했었는데 한번은 선거 유세 중 청중동원 알바도 돈을 받으며 하였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썩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고 햇볕 정책으로 남북 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한의대생들도 북한의 고려의과 대학생들과 교류하는 사업을 추진했었다. 당시 상지대 총장이었던 한완상 씨를 고문으로 하여 추진하였지만 갑자기 통일부총리로 가면서 사업이 중단되었다. 북한의 고려의학도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꿈을 꾸던 시절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민을 취임식에 초청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도 신청을 하여 당첨되어 취임식에 참석하였다. 먼발치에서 내가 뽑은 대통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뭇한 자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의사 주치의도 처음으로 임명하였다. 과거 어의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한의사들에게는 자존심이 회복되는 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내 오장육부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것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4대강이나 운하 사업은 썩고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내 몸을 자르는 양방 의학적 행동으로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인체는 소우주’라는 한의학 관점에서 부작용이 분명하기에 임기가 빨리 지나가길 기원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고 많은 아이들이 수장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봤다. 그리고 나라를 지키라고 보낸 우리의 아들이 동료들에게 희생되도록 내버려둔 대한민국의 현실도 보았다. 아빠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고민하고 있다. “피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값 1만8000원)

정유옹 /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사암은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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