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든 양의든 진단기기는 없다, 평가기기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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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든 양의든 진단기기는 없다, 평가기기만 있을 뿐”
  • 승인 2014.08.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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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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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한의사 ‘한의 진단학의 현재와 미래’ 발표 요약


“변증설문지 통해 추상적인 부분 정량화”

김현호 한의사가 한의임상아카데미 살롱 모임에서 발표한 ‘한의 진단학의 현재와 미래’ 주제 발표와 참석 한의사들의 발언을 요약, 정리했다. <편집자 주>

▶어떤 지향점을 갖고, 어떤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나
의료는 4단계로 돼 있다. 의사의 진료, 진단의 과정은 환자로부터 얻은 지식을 계통화 이후 의사의 통합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이 4단계는 양방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이를 현대적인 말로 고쳐봤다.
①사진(四診)은 한의 정보 수집이다. 환자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로 판단 없이 증상을 끄집어 내는 과정이다. (정보 수집)
②변증은 한의 정보 통합 과정이다. 경험과 지식으로 점수를 배치해 변증한다. (정보 통합)
③치법(汗吐下和溫淸補消 등 醫學心悟 八法과 같은) 등의 결정을 한다. (의사 결정)
④방약, 침구술 등의 한의 치료를 한다. (중재 행위)

이들 중 사진(정보 수집)과 변증(정보 통합 과정)이 진단학교실의 연구대상이다. 이를 객관화, 정량화, 과학화하는 게 목표이고, 이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은 판단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망문문절(望聞問切)을 통한 정보수집 기법이다. 연속되는 의사의 정보통합과정은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진단기기라는 말을 할 때 실제로는 평가기기일 뿐 진단기기는 없다.

진단이라는 말은 정보통합의 ‘변증’ 과정이 없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과정이다. 정보통합과정은 기계가 할 수 없는 행위다. 편의상 진단기기라고 말할 뿐이다. 양방에서도 똑같은 정보자료를 놓고도 해석 상 차이를 보이곤 한다. 한양방 똑같은 과정이다. 진단행위와 측정행위는 구분해야 한다.
측정이론에 따르면 측정에서 진단까지는 모두 4단계를 거친다. 측정(measurement), 사정(assesment), 평가(evaluation), 그리고 진단(diagnosis)이다. 사진은 측정, 사정, 평가까지의 행위이다. 이것을 종합하는 것이 변증이다. 변증이 한의학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진단으로 넘어가는 단계는 인간을 흉내내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컴퓨터의 발달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 부분은 현재 논쟁 중이지만, 진료의 과정은 기계를 통해 정량화(계측한 것들의 평균과 골든스탠다드를 비교해 정량화)한 것을 인간의 직관이라는 휴리스틱(heuristic)을 거쳐 의사결정돼야 하므로,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의 의사결정을 능가할 수 없다.

▶합리적인 한의학 추구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은 한의학을 전통주의, 민족주의, 신비주의, 자연주의 등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중 웰니스, 웰빙 등 자연주의의 일부 개념은 살리되 나머지 인식들의 전근대적 측면은 타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말에 근거주의(EBM), 데이터화, 수식화하려는 강박적 매몰도 지양해야 한다. 생화학, 분자나 유전자 이런 레벨의 연구도 무척 중요하나, 이보다 더 상위 레벨의 (근거는 몰라도) 다량의 정보에서 의외의 가치를 통찰할 수 있다는 데이터를 통한 모델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결국 올바른 판단을 하는 지성인이 판단하고, 합리적 이해가 가능한 학문, 설득이 되는 학문이 돼야한다. 진단학교실에선 이러한 합리적인 한의학을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사용 또는 개발 중인 한의 진단기
한의진료의 특징은 기능에 대한 연구가 많다는 것, 인간의 성능을 평가하는 과정, 자율신경계와 많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의진료에서 계측할 대상은 여러 가지 바이오시그널(생체신호)이다. 예를 들어 얼굴 사진으로 색깔을 추출하는 과정을 통해 음허(陰虛)와 혈허(血虛)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럴 때 어떤 표준을 갖고 할 것인가, 이런 표준화는 기계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기기는 적외선 체열진단기, HRV(심박변이도) 측정, PWV 등이 있다.

HRV(심박변이도)-스트레스 지수- 검사로부터 부교감신경의 활성도를 관찰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유의하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되었으며, 현재도 다양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측정 시 주의할 점은 자율신경계는 외부 자극에 아주 민감해, 환자는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외 적외선체열진단기는 체표의 온도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좋은 센서를 이용하는데, 측정 평가적인 가치는 높다. 모아레-체형측정도 물리적인 측정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한의치료가 강점을 보이는 근골격계 환자의 상태평가와 치료과정의 평가를 VAS와 ROM만으로 하는 것은 부족해, 따로 Motion Analysis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변증의 현대적 발견
이러한 측정치와 각종 바이오시그널의 물리량은 실제 진료의 정보통합과정에서 진단되는 것과 꼭 맞지는 않는다. 한의사가 채택하는 정보통합과 변증과정을 포함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은 각종 설문지들이다. 이러한 설문지 개발은 문헌을 통한 고증, 임상 등의 빅데이터 분석에 여러 가지 분석방법(회귀분석, SEM, 데이터마이닝, SNA 등)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병명, 병태에 해당하는 담음, 어혈 등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실제 한의 진단과정에서는 각각 증상들의 합과 각 가중치를 합한 대표성 있는 단어가 변증용어로 채택된다. 그런데 이 추상화된 개념을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이와 유사한 과정을 양방 신경정신과에서 볼 수 있는데 설문지로 추상적 개념을 측정하고 있다. 우울증, 정동장애 등 이렇게 측정하고 있다.

7가지 변증설문지(痰飮, 瘀血, 寒, 熱, 食積, 勞倦, 七情)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문헌기록, 임상기록에 기반하고, 통계기법을 통하여 설문 문항을 정제하고 확정하였다. 또한 변증을 거친 후 이러한 변증 군 간의 순차적인 진료와 치료를 제시하는 path analysis SEM 같은 툴은 좀더 환자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설문지가 간편한 진료, 매뉴얼화된 진료만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는, 의서에서 고른 증상군과 병인에 따라 고른 증상군 뿐만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가중치가 있고, 측정하는 바이오시그널 중에는 목소리처럼 노권, 칠정을 더 잘 반영하는 개념들이 있어서, 문항의 가중치를 기계적으로 부여할 수 없으므로 한의사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이용한 의론, 처방연구
MDS 다차원 변증인식구조연구 방법은 고전 처방의 해석을 통해, 의가의 인식체계를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張景岳 新方八陣 (補 和 攻 散 寒 熱 固 因) 醫論을 분석해보면, 寒熱로 진단, 원인으로 진단, 이외 5종으로 진단 같은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처방의 연관성법칙을 따라 특정 증상에 특별히 이용되는 약재를 찾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임상의가 할 부분은 뭔가 (참석자 토론)
-기계를 위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 한의사의 진료과정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도구로서 한의사에 의해 개발되고 지속 발전하고 있는 진단생기능의학교실이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필요에 의한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그 결과물들을 많은 한의사가 써야한다.

-기존 만들어진 설문지들을 많은 임상의들이 사용해야한다. 또한 이런 결과지를 통해 진단의 과정이 공통화된 양식으로 보여지는 것은, 환자에게는 정량화돼 합리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의사에게는 치료와 관리방향과 단계설명에 용이하고, 생활요법을 지도하는데 한의학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으며, 향후 정부로부터의 각종 연구 지원에도 좋은 근거가 된다.

-향후 의료가 법적으로 많은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고려하건대, 자신의 진료와 진단과정에 대한 근거자료를 만들어둬야 한다. 예를 들어 체질 진단의 공통과정, 담음 진단의 근거로 삼은 각 증상에 대한 가치점수, 치료처방을 선택하게 된 문헌이나 기존 논문의 근거 등을 구비해야 한다.

-한의치료가 강점을 가진 각종 통증질환이나 재활의학 부분에서도, 호전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환자 주관적 scale(VAS)만을 쓸 것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를 공학적으로 분석해 평가할 도구로 만드는 것과 같은 공학적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한약이 각종 농약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는 내용을 누차 강조해도 악의적인 폄훼에 늘 위축돼 있다. 국민을 설득할 방법으로 모든 한의원에서 한약치료의 시작과 중간, 종결단계에서 사용 가능한 간 기능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한의학의 연구는 어떤 학파가 어떤 처방을 써서 중대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만 있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한의진단학교실의 연구에 임상의들의 의견과 결과물들이 서로 피드백돼야 하고, 대학원과정 등 이러한 연구에 더 참여해야 한다.
<참석자: 김윤범, 박세기, 송미덕, 김진석, 조남훈, 서상원, 이명 한의사>

정리=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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