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현대적 가치, 쉬운 언어로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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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현대적 가치, 쉬운 언어로 알리고 싶어요”
  • 승인 2014.08.01 09: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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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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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 <18> 한은경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MPH) 과정)

“한의전 1학년 때 교수님께서 4년 후 졸업생인 나에게 편지를 미리 써 보라고 하셨는데 저는 두 가지, ‘자원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불평등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바로잡고 싶다’는 것과 ‘한의학의 현대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쉬운 언어로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썼습니다.”
생각해 보면 1학년 때 썼던 것이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계기이기도 하고, 현재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바람인 것 같다는 한은경 한의사(29).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고려대에서 사학과 국제학(International Studies)을 전공했고 부산대 한의전을 졸업한 후 이달부터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보건학석사(MPH)과정을 밟고 있다. 

임상영양치료 개발할 근거 찾아 미국행

“한의학, 현대와 소통하는 언어
 개발하면 세계 많은  사람에게 혜택주는  학문될 것”

“첫 1년의 목표는  Healthy Behavior”

 

■‘식이’가 만성병 관리 키워드라는 것에 흥미 느껴

 

그는 학부 과정에서 근대 서양의 국가 체제의 탄생과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회체제 개편, 의료보험을 비롯한 초기 사회복지 제도의 발전에 대해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단다. 또한 서양의 근대는 흥미로운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른바 현대 임상의학의 체계가 잡히고 정제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고요,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 의료를 이해하는 것이 제게는 무척이나 당연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베버와 같은 초기 사회학자들이 인문사회과학 안에서 그 나름의 합리성과 과학성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나중에 한의전에 들어와서도 또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진료실을 떠나서 보건대학원에서 학업을 쌓는 길로 이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학부생 때의 경험이 한의사로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의료인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서 세계와 다른 사람들을 보는 바탕이 되고 있다고 했다.

대학원 시절 ‘식이’가 만성병 관리의 키워드라는 것에 강한 흥미를 느껴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비용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임상영양치료를 어떻게 하면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히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만성병을 앓고 있거나 앓을 위험에 있는 잠재적인 인구를 대상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생활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근거를 찾아 미국으로 왔다고 했다.

“MPH 과정에서 음식과 영양에 대한 예방의학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어떻게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공부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은 1년짜리 프로그램이라 수업, 과제, 시험의 강도가 높은 편이고 특히 학기말에 있는 프로젝트가 전체 학업을 정리하는 성격을 띠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이 프로젝트도 nutrition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유학을 결정할 당시 존스 홉킨스 MPH 과정은 무엇보다도 강한 다학제적인 전공이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그는 식생활 관리라는 포괄적인 주제에 대해서 임상연구를 거쳐 어떤 영양소가 세포수준에서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분명히 하나의 가치 있는 접근이지만, 충분한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 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음식이 건강에 좋은가를 최우선 순위로 따지는 인구는 사실 아주 적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맛과 기호의 측면, 식습관, 그리고 본인의 생활패턴(직장생활이나, 가족과 공유하는 식생활이나, 외식을 주로 하는지) 등에서 고를 수 있는 음식의 폭이 이미 제한되는 거죠. 안타깝게도 대다수 고혈압, 당뇨 등 만성병 환자에게서도 이러한 현실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식생활 관리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연구가 고려해야 할 부분들은 이 모두를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환자(또는 미병 상태)인 인구의 식생활에 간접적으로 그러나 아주 긴밀하게 관여하고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그 인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음식에 포함돼 있는 저농도의 방부제 성분이 장기간 몸에 쌓였을 때 노출되는 위험의 정도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방부제 함량을 규제하는 것은 보건학이 다룰 부분이고 또 궁극적으로는 보건정책에 반영돼야 할 부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인류 공동의 건강증진이라는 목적, 한의학이 부합

식습관과 식이패턴을 고려한 현실적, 경제적, 효과적인 영양관리 프로그램 그리고 좋은 식이를 뒷받침해줄 건강 정책을 연구하면 만성병 치료를 확장하는 하나의 과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것은 1년 만에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MPH과정을 통해서 방향을 잡고 지도를 그려 나가는 것이 현재 그의 목표라고 한다. 

MPH 과정에서는 실제로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러 가지 연구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저농도의 납중독이 만성화될 경우 인지기능 장애를 일으키며 이것은 우리가 흔히 ‘정상’적인 노화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평소에 납중독으로 인한 결과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tibia(정강뼈)에 쌓인 골중납은 30년 동안이나 축적된다는데 위험에 폭로되는 사람은 여기에 대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 연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사례는 음식에 첨가되는 식품 첨가물이나, 농약, 성장촉진제 같은 경우에 대해서도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미 1992년 Rio UNCED(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Precautionary principle이라고 해서 ‘잠재적으로 해로운 활동에 대해서도 다양한 수준의 대안을 탐구해야 하고, 과학적으로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다수 인구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대다수 인구가 누려야 하는 건강한 환경에 대한 강조라고 할 수 있겠죠. 식생활은 환경과 개인을 이어주는 가장 강한 고리이기도 하고요.  Healthy eating을 위주로 하는 Healthy behavior에 대해서 배우고 연구하는 것이 1년 동안의 제 목표입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알고 연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한의학을 넓혀나가는 한 방법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그는 공부를 시작할 때 한의학이 현대와 소통하는 언어를 좀 더 개발하면 세계적으로도 훨씬 널리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학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언어라는 것이 보건학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보건학이 추구하는 인류 공동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에 한의학이 부합하기에, 보건학의 연구 방법과 Health indicator 등 연구 평가지표를 한의학의 치료술기뿐 아니라 전통의 양생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각종 연구에서도 활용하게 되면, 그리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미병 인구에 대한 건강관리 방법이 활성화되면 분명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의학에 대해 잘 모르는 이곳의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나는 한의사다’라고 말한 다음 ‘침과 뜸을 한다’는 것 이외에 더 많은 공통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죠. Lifestyle management 같은 것을요. 그리고 제가 여기에서 찾고 싶은 것은 근거와 그 근거를 튼튼히 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영양 관리 프로그램을 뒷받침해줄 정책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점입니다. 음식과 영양, 건강, 환경 그리고 정책이 앞으로 한국인의 현실적인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서로 맺어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사람의 한의사였으면 합니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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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A대표 2014-08-08 14:51:51
은경선생님 교류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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