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국 칼럼] 상백초우칠십독(嘗百草遇七十毒)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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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 칼럼] 상백초우칠십독(嘗百草遇七十毒) 여행
  • 승인 2003.08.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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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씨가 백초를 맛보아 약물의 효능을 밝혀냈다는 말은 우리가 전설적인 이야기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한약재의 약성은 무엇을 근거로 하여 밝혀낼 수 있었단 말인가? 지금 우리 한의과대학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약물의 성분을 분석하고 가려내어 효능을 밝혀야하는가? 필자가 지금까지 본초학을 하는 사람들이 실험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지만 새로운 약재의 효능을 실험을 통하여 밝혀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필자는 이번 휴가 기간에 평소 같이 공부를 하던 학생 몇 명과 함께 한의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간단한 여행을 하였다. 평소 필자의 지론이 책만 보지 말고 자연을 관찰하라는 것이고, 약물의 효능을 연구하는데 있어 약재만을 보고 맛보는 것보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잎과 줄기의 모양 색 형태 등을 관찰하면서 생각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아무 식물이나 뜯어서 맛을 보아 그 맛이 쓰고 신맛이 강하다면 그 식물은 味가 厚한 식물로 補陰을 하고 血分에 작용하는 약임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식물의 잎에서 강한 맛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무덤덤하다면 그 식물은 味보다 氣가 厚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오곡에서도 벼나 밀은 그 맛이 담담하고 콩이나 팥은 쓰고 신맛을 더 느낄 수 있다. 물론 계절이나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도 그 氣味의 차는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인체는 잘만 개발하면 어느 기계도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애초에 우리 한의학은 五感에 의존하여 발전한 학문이 아니겠는가?

함소아연구소장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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