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의 주역 MHC<주조직적합성복합체>와 자가면역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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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주역 MHC<주조직적합성복합체>와 자가면역질환
  • 승인 2014.07.2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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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운

정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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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창운의 ‘진화와 의학’ <13>
정 창 운
근거중심의
한방진료확립에 관심이 많은
초보 한의사
과거 한의계에서 한차례 ‘면역’에 관한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벌써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기는 하였지만, 다수의 보제(補劑)나 한의학적 변증들은 다양한 면역 인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면역계는 단순히 감염질환에 대한 방어라는 역할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신경계와 면역계는 발생적으로, 기능적으로, 생화학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중 면역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로, 이 단백질들은 다형성 유전자의 발현으로 나타나게 되어 각 개인에 있어 거의 유일할 정도 수준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으며, 눈에 띄는 진화적 차이를 보여 진화의학에서도 상당한 관심이 되는 부분이다. 이들은 면역 활동에 있어 항원을 표지하는 등의 작용으로 면역계가 자신, 비자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의 발현에는 병원(病原)을 매개로 한 선택, 성선택, 생식선택 등 다양한 진화적 압력이 작용한다.

이러한 MHC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들에서 가장 흥미롭게 알려진 것은 MHC로 인한 냄새(체취)가 후각 유사상에 영향을 주어 이를 통한 화학적 신호가 개개인의 특질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어 짝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의학에서 요구되는 만큼의 엄격한 증빙이 된 것은 아니지만, 대중적으로는 가장 잘 알려진 MHC의 특질에 의한 현상들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한편, 이 MHC 유전자들에 의해 나타나는 발현 성질들은 특히 임상의학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의 높은 예측인자가 되어 중요하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계가 자기인식을 실패하여 항체, T-cell들을 통해 스스로의 조직을 망가뜨리는 것이니 당연한 결과이다.

MHC의 다양성은 자기-비자기의 인식뿐만 아니라 감염, 생식, 자가면역, 염증질환의 위험에 대해서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바와 같이, 어떠한 이점에는 대가가 따르게 되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MHC 유전자들은 자가면역질환, 감염질환, 생식계질환, 심혈관질환, 신경퇴화질환, 정신질환, 대사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있어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가면역질환은 사실 포괄적합성을 떨어뜨림에도 불구하고 왜 이를 야기하는 MHC의 특정 접합이 현대 인류에서는 더 흔해지는 경향이 있을까? 왜 자연선택은 이러한 자가면역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인류의 유전 풀에서 제거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임상의사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첫째는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위험이 일부 증가하더라도, 이 이상으로 감염원에 대해 면역계의 강한 반응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설이다. 일부 수준까지는 면역계의 활성화를 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몇몇 자가면역질환은 생애 마지막에 나타나게 되므로 제거되지 않는다는 설, 셋째는 자가면역질환이 나타나는 것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인류가 적응하게 되면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설, 마지막으로 자가면역질환은 질환에 의해 영향을 받은 MHC에 의해 발현된 것이라는 설이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나, 임상의학적으로 자가면역질환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일부 보고에 따르면 특정질환 - HIV, B형간염, 말라리아, 결핵 등에 있어서 저항성을 높이지만, 다른 질환에 대해서는 낮은 적합성을 보이게 되는 현상이 관찰된 경우가 있었다. 겸형적혈구빈혈의 경우처럼 뚜렷하지는 않지만, 특정 질환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경우, 이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서는 광범위한 진화적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한의학의 지견에서 보기에도 역사적으로 상한(傷寒)이나 온역(瘟疫)등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 손실이나 이주 등이 발생한 것이 이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이후의 유전적 변이, 처방의 변이 등에 있어 이러한 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간단히 설명한 바와 같이, MHC에 있어서도 진화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으며, 임상의학적 지견에서도 진화의학의 이해는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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