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42] 역대 임금 常服한 건강 靈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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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42] 역대 임금 常服한 건강 靈藥
  • 승인 2014.07.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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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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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命秘方」②

지난 호에 실린 내용만으론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다소 미흡하다고 여겨진다. 선조 임금이 기막힌 효험을 보았다는 해수 仙方 말고도 역대 임금들이 항시 복용했던 기발한 처방들이 여럿 수재되어 있다. 加雲林潤身丸 조에는 본문 처방 아래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昔朝鮮國王孝宗大王, 恒時服藥之靈藥” 여백 상단에 이 같은 주석이 적혀 있어 이 처방이 효종이 평소 상복하던 약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당귀와 백출을 주재로 백복령, 진피, 변향부자, 황련, 산사, 신곡, 인삼, 산약, 그리고 지실과 백작약, 황기, 연육, 육계, 감초 등속과 같은 적지 않은 약재가 들어간다.

◇「생명비방」
위에 적힌 내역을 들여다보면 무어 그리 신기할 것도 없어 보인다. 환약으로 빚어 미음으로 100환씩 먹는데, 허로를 다스리고 굶주림을 이겨낼 수 있으며, 오래 복용하면 살이 오르고 피부에 윤기가 흐르게 된다고 하였다. 淸火化痰, 開鬱健脾胃, 養血化氣하는 약이니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하루도 이 약 없이 살 수 없다고 하였다. 일찍이 이 약은 제갈공명이 전장에서 피로에 지쳐 쇠잔해진 병사들에게 먹여 건강하게 회복시켰다고 전하는 전설의 명약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內局 즉, 내의원에 전해져 내려오는 仙藥으로 세종대왕께서 젊어서부터 항상 복용했다는 약이다. 이름이 無價眞寶丸이라는 환제인데, 주석에는 “內局傳仙藥, 世宗大王自少至老, 恒時服藥”이라 하였으니 그야말로 돈을 아끼지 말고 구해 먹어야할 귀한 약이 아니겠는가? 처방에는 숙지황, 당귀, 석곡, 천궁, 금앵자, 두충, 음양곽, 인삼, 녹용 같은 약재가 들어간다. 가히 다산왕으로도 꼽히는 세종의 절륜한 비법이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타 갖가지 특이 처방과 여러 차례 경험한 효험 높은 처방(屢試屢驗方)들이 가득 들어 있다. 모두 다 펼쳐보여 줄 수 없는 것이 한스럽지만 그 중에서도 정력자, 인진, 구맥, 욱이인, 파고지 등속이 들어가는 消尿順通散에는 “小便順通之靈藥, 丁參領秘方”이란 말이 달려 있다. 또 大風瘡, 癘風方으로 소개된 湯藥方에는 “鎭江 丁參領, 得方秘傳, 治之全癒”란 말이 붙어 있으며, 옛적 의사가 여러 사람을 치료해서 百試百効했다고 전해지는 비방이라고 하였다. 나아가 이 병에 걸린 환자가 눈썹과 터럭이 빠지고 비록 손가락 마디가 썩어 떨어져 나가도 모두가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하여 직접 징험한 데서 우러난 얘기를 적고 있어 사실성을 높여 주고 있다.

또한 그가 전했다고 여겨지는 丁氏通順散이란 방제가 소개되어 있다. 하초에 습이 있고 소변이 불리하고 中焦에 痰血이 끼어 있는 것을 다스린다고 하였는데, 정력자, 인진호, 욱이인, 방기, 당귀, 보골지 소자, 모근 등 여러 약재가 들어가는 것이 앞서 소개한 消尿順通散과 유사하다. 하지만 地楡 초한 것 2돈을 더하여 君藥으로 삼는다 하였으니 결국 지유가 이 처방에 묘미를 더해주는 것이자 앞서의 처방을 기본방으로 정참령이 가감한 변용방으로 여겨진다.

한반도에 고추가 처음 전래되어서 초창기에는 약으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고추를 약으로 사용하여 食治方을 구사한 사례가 적혀 있다. 두면풍에 백약무효한데 흰 닭 1마리의 배속에다가 고추(苦椒) 1되를 씨를 발라서 닭 뱃속에 넣어서 물 3그릇을 붓고 1그릇이 모자랄 정도가 될 때까지 달여 그 달인 물을 먹고 땀을 내면 쾌차한다고 하였다. 특히 이 처방의 말미에는 국한문혼용으로 “此秘方은 他藥으로난 永不差하난 故神効之秘方이라”고 적고 있어 매우 신통한 효험을 보았나 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대한제국 시기에 궁중에 전해오던 비방과 경험방들을 채록하여 꾸며놓은 자작방서로 여겨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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