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중심병원은 위험한 발상” - 박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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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중심병원은 위험한 발상” - 박왕용
  • 승인 2003.08.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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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시장 붕괴, 사회갈등 양산 가능성 커
원정 출산 방지, 외국인 의료쇼핑 유치도 비현실적


8월 14일 발표한 복지부장관의 경제 자유구역에서의 ‘동북아 중심 병원 유치 추진’은 위험한 발상이다.
경제 자유 구역에서의 외국인 활동 인력을 위한 편의 시설로 구상되었던 외국 의료기관 설립에 관한 사항들과는 달리 이번 발표는 국내 의료 체계 전반에 걸쳐 파급되는 영향이 매우 큰 내용을 담고 있다.

◆ 영리법인 허용은 상업화 촉진 위험

첫째는 영리법인의 허용에 관한 사항인데, 현행 외국인 투자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에 의하면 국내 의료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내외국인을 차별하는 아무런 제약사항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가 거의 없는 것은 공익성을 담보하는 비영리 법인인 의료법인만이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그곳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하여 외국인 의사가 외국인 환자를 위한 영리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끔 허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외국인 환자의 국내유치와 외국으로 원정 진료하는 내국인 환자를 위해 국내 자본에 의한 영리법인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의료의 상업화를 촉진할 위험이 많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권을 최소한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의료법인이나 의료인이 아닌 일반 자본에 부여하는 것이므로 진료에 대한 자본의 간섭이 심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대부분의 의료인은 피고용자로 전락되어 진료의 자율권을 침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

둘째는 외국의료인의 면허 인정에 관한 문제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에 외국 의료인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었으나, 이번 발표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국내 환자 진료에 외국인 의사의 면허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이는 WTO 도하아젠다에서도 각국의 자율권을 인정했던 자격과 면허에 관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의료시장 개방에 있어서 외국인에게 있어 가장 큰 진입 장벽은 자격과 면허에 관한 것으로 이는 순전히 각국의 자율적 규제 사항인 것이다.

◆ 경제구역밖 면허인정 요구 막을 대책 있나?

그런데 경제자유구역에서 자격을 인정받은 외국의료인이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지역에서 자격의 인정을 요구할 때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외국 인력에 의한 의료시장의 침식을 막는 마지막 관문을 스스로 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셋째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의 붕괴에 관한 문제로, 현행 건강보험 체계가 비록 여러 문제점과 개선할 점을 갖고 있다지만 그래도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와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 유도하는 꼴

그런데 공공 의료가 대략 10여% 수준인 현재 상태에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실제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내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적용을 면제시키겠다는 것은 현 의료보험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예고하는 것이다.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적정수준의 공공의료 30% 확보가 요원한 현 실정에서 이를 보완한다는 명분 하에 민간 의료보험 도입이 추진될 것이고, 결국에는 현 건강보험 체계를 위축시켜 붕괴시킬 위험이 매우 높다.

이는 또한 의료기관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를 유도할 것이고, 고급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의료기관의 등장으로 빈부 격차에 따른 많은 사회적 갈등을 양산할 것이다.

◆ 수혜자는 누구인가?

현재 대부분의 사업에 대해 외국인의 5000만원 이상, 10%이상의 지분투자만 있으면 외국인 투자사업이 된다.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인데, 만약 국내 기업이 신규 사업으로 의료업을 선택한다면 경제 자유 구역에 외국인 지분 10% 이상의 투자만 받아도 영리법인으로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해져 투자자를 모으고 이익을 배분하고 자본을 회수할 수 있으며, 전국에 퍼져 있는 경제 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의료법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고 상업화된 고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수혜자이고 그 폐해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또 다시 기본적인 보장에서도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해외 진료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일부 부유층 산모들의 원정 출산을 동북아 중심 병원을 만든다고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외국인들의 의료 쇼핑을 유치하는 것이 과연 위에서 말한 부작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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