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이 사람이 만약에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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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이 사람이 만약에 없다면…’
  • 승인 2014.07.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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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http://


김 영 호
부산시 한의사회
정책기획·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지하철 택배하는 어르신들
KBS ‘다큐멘터리 3일’에 지하철 택배를 하는 어르신들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노후 준비를 못해서 70~80대가 되어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분들도 계시고, 건강을 위해 소일거리로 한다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데 몇몇 분들의 인터뷰를 보니 ‘자식들 키운다고 노후준비를 못해서 지금도 일을 해야 먹고 삽니다.’‘나 죽고 나면 돈 들 텐데 자식들한테 짐이 되기 싫어서 한 달에 몇 만원이라도… 그 때 쓸 보험금 넣으려고 일을 합니다.’라는 분들이 계셨다. 오랜 시간 한 부모의 아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던 그분들의 인생이 참 힘들고 또 외롭다라는 생각에 가족에 대한 생각을 잠깐이나마 함께 공유해보고자 이번 글을 시작한다.

효도의 시작
필자는 부친과 한의원에 함께 근무한다. 퇴직을 하신 후 한의원에서 진료 외의 업무를 봐주시면서 점심식사를 거의 함께 한다. 매일 점심을 같이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 하며 한의원 운영에 대한 얘기나 이것저것을 대화로 나누다가 들어오기를 5년이 지났다. 퇴직 후에도 하실 일이 있고 출근할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일이 또한 아들을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부친의 건강은 현직에 계실 때보다 훨씬 더 좋아지셨으리라 생각한다. 대부분 원장님들이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효도는 ‘함께 생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대가족이 함께 살 때는 모든 일상을 부모님, 조부모님과 함께했으나 요새는 모두 각자 살다보니 부모와 자식 간에도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부모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몇 배 더 자식에 대한 생각을 하실 것이다. 그런데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걱정이 되어 ‘보고 싶다’는 말을 아끼신다. 자식들은 한창 일할 때이니 부모님에 대한 생각보다 일과 자녀들 생각을 더 많이 하기 마련이지만 그 순간에도 부모님은 다 큰 자식들 생각이다.
그러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 된다’고들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노력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라고 보면 생과 사의 이별은 너무나 단촐하고 쓸쓸하다.

이렇게 후회하기보다 아빠 엄마가 부모님과 추억을 만들고 일상생활을 함께 많이 보낸다면 자녀들도 똑같이 보고 배울 것이다. 효도라고 하면 거창해보이지만 언젠가 오게 될 이별의 순간에 후회스럽지 않게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불화의 이유
결혼을 하면 새로운 부모가 생긴다. 배우자의 부모님. 나와 가정을 꾸리고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의 가족이 되는 것도 경이로운 일이지만 나를 생각해주는 새로운 부모님이 생기는 것도 축복이다. 게다가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내 배우자를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TV에서 흔히 토크주제로 삼는 부부, 시댁 혹은 처가와의 불화를 보면 이런 과정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더 많은 것을 기대해서 오는 듯하다. 나와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 그 배우자를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이라는 생각을 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용납할 만한 일인데 그 순간의 감정만 떠오르게 되니 감정적인 다툼이 되고 불화가 생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어떤 순간에도 ‘이 사람이 만약에 없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면 짜증이나 화도 힘을 잃는다. 내 주변의 모든 가족과 사람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매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을 매일 생각할 수 있다면 적어도 가족들에게 만큼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매일 생각한다.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이 내일 사라질 수 있다’

그러면 평범하게 존재하는 것 자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커지고 욕심이나 서운함의 감정도 잘 생기지 않는다. 모든 행운은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믿고 싶다.

가끔은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갖고 싶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의학을 만나 한의사가 되고 한의원을 운영하며 내 가족들이 맛있는 것을 함께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 눈치 안보고 카트에 물건을 담을 수 있고 편히 쉴 내 집이 있으며 가족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며 살자
성공비결로 자주 등장 하는 것이 ‘누구나 아는 것을 매일 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내 배우자, 내 부모님, 처가 혹은 시댁 부모님, 내 형제들! 모든 가족들의 존재와 사랑에 대해 제로(0)에서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흐른 뒤 당연하게 내 옆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가 되었을 때 ‘우린 충분히 사랑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인생이 된다면 그것이 최고의 인생 아닐까? 사랑하고 아끼며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 붙임말. 여동생의 시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문득 가족에 대한 칼럼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삼가 故人의 冥福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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