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40] 醫藥과 詩文의 절묘한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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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40] 醫藥과 詩文의 절묘한 어울림
  • 승인 2014.07.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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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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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鑑方詩」
오늘 소개할 자료는 조선시대 의과고시를 준비하던 의생들이 敎學을 위하여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여러 처방에 관한 내용을 간결하게 시귀로 만들어 암송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본문은 상하 5단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방제명을 위주로 표해식으로 분할하여 기재해 놓았기 때문에 한눈에 살펴보기에 매우 편리하다.
◇「의감방시」

맨 위 쪽의 첫줄은 주치증을 적어놓았는데, 간단하게 병증용어로 압축되어 표현한 것도 있지만 기타 변용방의 경우에는 본방과 가미내역을 적은 것도 있고 방제의 異名이나 여러 의서에 등장하는 대조방을 수록해 놓기도 하였다. 본문은 風寒暑濕, 六淫질환으로부터 시작하여 내상, 잡병을 먼저 기재하고 이어 諸傷, 구급, 부인, 소아의 차례로 기재하였으며, 권 후반에 이르러서야 身形, 精, 氣, 神, 血, 夢, 聲音, 言語, 津液, 痰飮으로 구분하여 열거하였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외형편의 차례로 기재하였다.

2째 줄은 처방명을 큰 글씨로 적어 놓았는데, 간격을 배정할 때 3자 기준으로 맞추어 놓았기에 그 이상 처방명이 길어진 것은 小字 雙行의 2줄로 압축해 놓았다. 3번째 단락은 해당하는 적응증을 자세히 표기해 두었는데, 기재 내용이 일정하지 않고 어떤 것은 다소 길게 늘어진 것도 있고 또 어떤 것은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고 그저 빈칸으로 남겨놓은 채로 방치한 것도 있다.

4째 단락이 본격적인 처방구성 내역을 적어놓은 것으로 많은 분량의 처방내용을 모두 기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최대한 많은 내용을 간략하게 압축하기 위해 매우 애쓴 흔적이 보인다. 예컨대, 우리가 잘 아는 補中益氣湯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 단에는 ‘去升麻柴加苓, 名人蔘黃芪湯’이라 했으니 보중익기탕 본방에서 승마, 시호를 제거하고 복령을 가미하면 ‘인삼황기탕’이라 부른다는 말이다. 여기까진 평이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처방내역에 해당하는 본문 대귀에는 “芪望參朮甘草旬, 歸身陳五升柴三, 或加黃栢滋腎水, 更加紅花養心血”이라 적혀 있는데, 선뜻 의미를 알기 어렵다. ‘芪望參朮甘草旬’에서 望이란 보름, 즉 15일을 의미하니 이것을 중량으로 바꾸면, 15푼 바꿔 말해 1돈반을 뜻하고, 旬은 열흘을 뜻하니 10푼, 즉 1돈을 의미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歸身陳五升柴三’은 당귀신, 진피 각5푼, 승마, 시호 2가지는 각3푼씩 넣는다는 내용을 7언으로 압축하여 표기한 것이다.

神門에 등장하는 加味地黃元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건망, 정충,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제인데, 방제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六味更加白神遠, 參歸菖蒲棗仁五” 즉 육미지황원에 다시 백복신과 원지, 그리고 인삼, 당귀, 석창포, 산조인을 각5푼씩 더하여 쓴다는 말이다. 기본방에 가감방까지 빠트리지 않고 모두 달달 외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이니 이런 식으로 내용을 축약하여 노랫말을 지어 외우면 암송하기에 편리하였을 것이다.

이 책은 필사본으로 서발도 없이 본문만 기재하여 사용하다가 뒤늦게 표지만 다시 갈아붙인 상태로 전해진 것이다. 본문의 시작과 끝에는 원형소인과 정방형 장서인 2과가 묵인으로 찍혀져 있으나 印文만으로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본문 말미에 ‘歲己丑五月十九日畢書’라고 작성 시기를 밝혀주는 명문이 붙어 있어 대략 1829년이나 혹은 1889년경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雖之傳書後覽思, 七十老筆無足觀”이라는 글이 적혀 있어 이 책이 70노경에 이른 작성자가 나이어린 후학들을 위해 떨리는 손끝으로 써 내린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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