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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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바로 잡자
  • 승인 2014.07.0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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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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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조선과학실록
한의학의 역사를 연구하다 보면 과학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지금처럼 서양과학 풍토 속에서 다수의 한의사들이 진단기와 물리적 기기를 가지고 맥과 침뜸을 대신하여 치료하듯이, 당시의 과학적 성과에서 한의학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사의 대표적인 저서는 홍이섭의 「조선과학사」이다. 해방 후 우리 과학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없었던 시절에 홍이섭은 제도, 천문역법, 지리, 수학, 건축, 의약, 농업, 의복 등을 시대 순으로 정리하였다.
이성규 著
맞닿음 刊

최근에는 「조선과학실록」이라는 책도 출간되어 조선의 과학 수준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뽑아 단편 형식으로 소개한 것들을 모아서 출간하였다. 저자 이성규는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 타임즈」의 객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라는 흥미로운 제목으로 이미 조선시대 과학에 대한 책을 저술한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재미있는 사건 중심으로 조선의 과학사적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오로라, 530년간 건설한 운하, 조선 최초의 외인부대, 메뚜기 떼 사건, 동물원 독살 사건, 조선의 연금술사, 거북선 등 제목만 봐도 읽고 싶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이러한 사건들을 읽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조선의 과학사적 스토리에 푹 빠진다.

의학에 대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조선시대 자식들이 위독한 부모를 위해 단지하여 피를 먹이거나 허벅지살을 떼어내서 끓여서 먹였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쇼킹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의학적 효과는 모르겠으나 당시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이것만으로 영양이 보충되고 플라시보 효과로 며칠은 더 살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저자가 과학자인지 과학과 관련된 잡지에 기고하는 프리랜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사를 전문적이든 취미로든 연구하는 사람이 이 정도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당시 현대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에 나타나는 설명 안 되는 현상에 대해 저자가 현대 과학적으로 풀어주고 있는 수준이다. 한의학은 아예 과학에서 빼버리고 말이다. 환자에게 인육을 먹였다는 말도 안 되는 ‘썰’로 독자들에게 미개한 조상들의 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총리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자진 사퇴한 기자 출신의 서울대 객원교수가 교회에서 한 강연이 문제가 되었다. 강연을 들어보니 그의 한의학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어렸을 때 눈병으로 실명 위기에 있었는데 백방으로 노력해도 안 되다가 서양의 선교사에게 치료를 받고 완치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이승만은 서양의학과 문물을 동경하게 되고 신학교에 가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망발인가! 조선에서 한의학으로 눈병 치료를 못했었나? 한의학은 삔 곳만 치료하는 미개한 의학인가? 우리나라 지도층의 한의학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잘 보여준다.

조선시대는 의학적인 면에서 「의방유취」 「향약집성방」, 「의림촬요」, 「동의보감」 등의 많은 저술이 나오고 사암침법, 사상의학 등의 창조적인 신의학이 만들어진 시기였다. 일제강점기는 일본인들이 우리의 한의학을 수입하여 일본 한의학계에서 고전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한 시기였다.

현재 한의학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대중들에게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회에서 한의학의 폄훼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협회뿐만 아니라 학회 차원에서도 기존 한의학을 폄하하는 지식에 적극 대처하여야 한다. 왜곡된 정보에 반하는 논문과 저서로 대중들에게 올바른 한의학적 지식을 알려야 한다. 「조선의학실록」이라도 저술하여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밝혀 대중들에게 소개해야 할 것이다. (값 1만6000원)

정유옹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사암은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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