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39] 怪疾을 고치는 기막힌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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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39] 怪疾을 고치는 기막힌 발상
  • 승인 2014.07.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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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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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代名醫經驗方」③
이 희한한 경험방에 실려 있는 명의들의 영웅담 속에는 도저히 무슨 병인지 알기 어렵거나 여러 사람이 치료해도 낫지 않던 난치병을 발상의 전환만으로 극적으로 치료해 낸 사례들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 의안을 읽어 명의들의 치험 사례를 되짚어보는 것은 단지 훌륭한 선현들의 지혜와 행적을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臨症에서 장차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르는 애로와 난관을 헤쳐 나가는데 귀감을 삼고자 함일 것이다.
◇「역대명의경험방」

“한 돈 많은 늙은이가 여러 해 동안 설사를 했는데도 낫지 않았다. 공이 진찰을 하고 열흘이 넘도록 다스렸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문득 하루는 「주역」을 읽는데, 乾卦의 ‘하늘의 움직임은 굳세다’(天行健)라는 대목에 이르렀다. 朱子의 주석에 “하늘의 기운은 돌고 돌아 쉬지 않기 때문에, 땅이 그 가운데를 얻어 멈춰있는 것은 마치 재주부리는 사람이 둥근 주발을 돌리며 놀 때 잠시도 멈추지 아니하기 때문에 허공에서 떨어지지 않지만, 잠깐이라도 쉰다면 곧바로 바닥에 떨어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는 해석이 붙어 있었다.

이에 깨달은 것을 가지고 돌이켜보니 부자늙은이의 설사는 바로 기운을 끌어올릴 수 없는 까닭에 아래로 빠진 것이었다. 곧 百會穴에 뜸질을 하니 미처 30~40장을 넘기지 않고 설사가 그쳤다. 이 의안은 원나라 때 滑壽와 함께 명의로 활약했던 黃子厚란 명의의 의안이다. 그는 至治에서 天歷 연간에 주로 의술을 행하였으니 우리나라 고려 말기에 해당한다.

아름다운 이야기만 적혀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사연은 어린 나이에 끔찍하게 세상을 등진 경우이다. “한 부잣집 아들을 다스릴 때였다. 12세에 병이 들었는데, 온통 피부와 살이 터지고 갈라졌다. 공이 사람들을 병풍으로 가리고 병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릴 때 일찍이 女色을 가까이 한 적이 없는가?”라고 물었더니, 과연 “12~13세 무렵부터 일찍 가까이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이 이르기를, “옛 말씀에 ‘精이 아직 통하기 전에 여자를 거느리면 온몸이 채워지지 않아서 나중에 고치기 어려운 질병에 걸린다’라는 법을 두었으니 다스릴 수 없다”고 하였다. 나중에 과연 더러운 진물이 방울처럼 떨어져 괴로워하더니 죽었다.

증상은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성접촉을 매개로한 에이즈감염과 유사한 면역결핍성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아시아지역에서도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러한 병증이 기록되어 있는 것도 놀랍거니와 의사나 병자 모두에게 끔찍한 병례를 기록해 둠으로써 장차 젊은이들에게 過色을 경계하고자 하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음식으로도 쓰이는 단순한 약물 몇 가지만으로 다스리기 어려운 난치질환을 간단하게 고친 사례도 나타나 있다. “한 소년이 淋病을 앓고 있었는데, 하룻밤 새 300여 차례나 잠자리에서 일어나 변소에 다녀야만 했다. 마침내 淡豆豉와 큰 마늘(大蒜) 그리고 증편(蒸餠) 3가지를 갈아 으깨어서 환을 빚어 하루에 30환씩 3번 따뜻한 물에 복용하도록 하였더니 단지 3일 만에 다 나았다.”

여기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 의안은 송나라 寧宗이 어렸을 적에 겪은 실화로 주인공은 明醫 孫琳이라는 분이다. 누군가 이토록 하찮은 약으로 치료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을 물으니 손림이 말하길 “어린애가 무슨 연유로 임병이 생기겠는가? 단지 水道가 통하지 않아 소변이 막힌 것이니 마늘과 메주는 모두 소변을 通利시키는 것이라 다른 기교는 없다고 하였다.” 병을 알고 약을 갖추면 어떤 병이고 못 고칠 이유가 없다는 가르침을 얻게 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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