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는 사랑과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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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는 사랑과 욕망
  • 승인 2014.06.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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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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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인간중독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이야기로 창작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은 대다수 타인이 만든 이야기를 알게 모르게 차용하고 있어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모방함에도 초보자는 그대로 베끼고, 프로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영화로 만들어졌어도 관객들은 늘 새로운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감독 : 김대우
출연 : 송승헌, 임지연, 조여정, 온주완

모두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월남전의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교육대장 김진평(송승헌)과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진 진평의 아내 이숙진(조여정)이 살고 있는 관사의 옆집으로 김진평의 부하로 충성을 맹세하는 경우진(온주완)과 그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 이사를 온다. 진평은 우진의 아내 가흔과의 첫 만남부터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다가 아내의 병원 봉사활동을 돕다가 환자의 공격에 의해 위험에 빠진 가흔을 구하게 되지만 자신의 실수로 그녀에게 총상을 입히게 된다.

중독이라는 말은 흔히 마약이나 도박, 게임 등과 함께 사용되면서 약간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중독’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개봉했을 때 과연 어떤 내용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제목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을 안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어”와 같은 대사들이 난무하는 ‘인간중독’은 제목 그대로 한 여자에게 중독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유부남이 부하의 아내를 사랑하는 ‘불륜’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여느 사랑이야기처럼 밝은 내용이 아니라 중독이라는 말처럼 언제 들킬지 모르는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관객들에게는 약간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음란서생’, ‘방자전’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19금 영화를 연출했던 김대우 감독이 시대를 1969년으로 옮기며 만든 3번째 작품인 ‘인간중독’은 시대적 배경에 맞게 화려한 복고 분위기로 요즘 영화와는 다른 색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영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송승헌과 임지연의 베드신 등으로 인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이미 봐왔던 여타의 불륜 영화들과 비교해서 더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우선 임지연이라는 신인배우의 미숙한 연기가 몰입을 방해하면서 중독된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며, 그러다보니 왜 굳이 시대적 배경을 월남전 시기로 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면서 영화 전체에 대한 불신을 생기게 한다. 분명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였던 감독이기에 감정선과 구조 등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더 잘 알 텐데 이번에는 왜 그것을 놓쳤을까라는 의문만 남기고 만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사족 같은 베드신에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어딘지 모르게 ‘색, 계’와 ‘화양연화’가 자동으로 떠오르게 되지만 그 영화들과는 질적으로 한참 떨어짐을 느끼게 된다. 단, 군인 사회의 계급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배치한 장교 부인들의 뒷담화 장면이나 조여정의 아줌마 연기, 맛깔스러운 조연급들의 연기는 상당히 좋다. 오히려 이들의 비중을 좀 더 높이면서 주된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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