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37] 명의들의 희한한 의약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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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37] 명의들의 희한한 의약경험
  • 승인 2014.06.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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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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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代名醫經驗方」①
작성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순 없으나 고금역대 명의들의 희한한 경험의안과 치료사례를 모아놓은 의안집이다. 별도로 간행한 책은 아니고 사본류 의서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의안류이다. 오래 전 산청한의학박물관 도록을 만들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명의로 楚客, 楚三 형제명의를 조명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 두 분의 경험방을 정리한 책이 바로 「晉陽神方」이다. 필자는 이런 인연으로 초사본 「진양신방」의 이종사본을 살펴보다가 권미에 부록편으로 붙여져 있는 이 「역대명의경험방」을 마주하게 되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의안에 담겨진 내용의 성격에 따라 傷寒, 婦人方, 腹脇痛, 小兒, 기타 怪疾 등 4∼5가지 부류로 나눠 볼 수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조문수를 헤아려보니 37종 가량에 이른다. 대략 긴 것은 4∼5행에서 짧은 것은 단 1줄에 불과한 것까지 다양하며, 각 사례의 첫머리는 ‘一人, 一孕婦, 一小兒, 一宮人’과 같이 범칭을 붙여 시작하고 있는 것이 기술방식상의 특징이다.
◇「역대명의경험방」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 의안이 누구의 경험을 기재한 것인지는 전혀 기록하고 있지 않다. ‘역대명의’란 제목이 달린 것으로 보아 누구 한 사람의 임상경험이 아닌 것으로 여겨 곰곰이 들여다보니 더러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들이 눈에 띤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증보 교정하여 펴낸 「역대의학성씨」와 대조해 보니 대부분 이 책에 실려 있는 명의들의 의안들에서 간추려 뽑은 것임이 확인된다. 하지만 문장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며, 수록한 의안 또한 작성자 자신의 독자적인 기준으로 선별한 것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역대의학성씨」는 太醫 楊禮壽가 지은 「醫林撮要」의 別卷인 역대의학성씨에서 유래한 책으로 후대에 증보하여 간행한 13권본「의림촬요」에 본편에 앞서 수록되어 있다. 내용 가운데는 ‘本國明醫’라는 항목이 설정되어 있고 여기에 역대명의들과 함께 조선 중기 최고의 명의로 일컬어지는 楊禮壽, 許浚 두 분의 의학자가 동일한 반열에 올라 있다. 이것은 분명 두 사람의 의학사상과 의약론을 추숭하여 학문적 입장을 따르는 문도들에 의해 정리된 것으로 여기고 이를 근거로 필자는 이 별편을 ‘의성허준저작집’의 하나로 편입하여 국역본을 펴낸 바 있다.

의안에는 작성자 이름이나 출전문헌이 전혀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칫 초객, 초삼이나 「진양신방」등사자의 경험의안으로 오인할 수 있겠다 싶다. 두 책에 실린 내용 가운데 중복되는 의안들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대조해 보니 이들 의안의 원작이 어느 시대 누구의 손을 거쳐 나온 것인지 모두 다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의안들은 역대 명의들의 의방서에 기재된 것으로, 그 주인공은 李杲, 滑壽, 葛乾孫, 殷傅, 呂復, 戴原禮, 朱震亨, 黃子厚, 錢乙, 孫兆, 甄立言, 徐之材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20여 의가들이다. 이들은 대개「의림촬요」역대의학성씨에서 儒醫, 明醫, 世醫, 德醫로 분류되어 등재되어 있던 명의들로 이 책뿐만 아니라 명대 李梴이 지은 「醫學入門」에도 역시 수재되어 있어 조선의원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미 알려진 내용들을 다시 간추려 별개의 책자를 만들어야 했을까? 그건 아마도 이 내용이 들어있는 책자의 본편, 즉「진양신방」과 연계하여 살펴야 할 것 같다. 작자는 중풍, 유중풍, 상한으로부터 피부, 흉협, 보유까지 81편의 병증항목을 두어 경험방들을 제시하였지만 여기에서 벗어나는 怪症, 異症을 다스릴 때 참조해 볼 수 있는 선인들의 경험의안을 실어둠으로써 만일의 난감한 상황에 임기응변할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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