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용의자 7인과 그림자 7인 그들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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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용의자 7인과 그림자 7인 그들의 정체는?
  • 승인 2014.06.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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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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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일대일
우리나라에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지 20년도 되지 않았는데 20번째 영화를 만든 감독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인지도가 높은 김기덕 감독이다.

물론 2012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우리 관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는 흥행과는 거리가 먼 감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로인해 1년에 1편 이상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 감독이지만 여전히 관객을 만나는 것부터 힘든 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 전에 개봉한 20번째 작품인 ‘일대일’도 개봉하기 전 불법 복제 파일 유포를 이유로 극장에서 약 10만 관객이 들 때까지 2차 판권을 출시하지 않고 해외 판매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개봉 후 당초 예상했던 관객 수와 많은 차이가 나자 결국 2차 판권을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 김기덕
출연 : 마동석, 김영민, 이이경, 조동인,
테오, 안지혜

엄청난 제작비와 스타 캐스팅,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무장한 상업영화와 맞서 항상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지만 김기덕 감독은 언제나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면서 매번 관객들에게 독특한 영화를 선사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만든 모든 작품의 관객 수를 다 더해도 한 번에 천만을 넘어버린 영화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적은 관객들이 그의 영화를 관람했지만 매번 그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라면서 기다리는 팬들이 있기에 김기덕 감독은 꾸준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5월 9일, 오민주라는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그 후 살인 용의자 7인은 한 명씩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7인에 의해서 테러를 당하게 된다.

김기덕 감독은 ‘일대일’이라는 작품을 부정부패도 성공하면 능력이 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영화로써, “나 역시 비겁하다”는 것을 먼저 고백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부제가 “나는 누구인가”이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살인 용의자 7인과 그림자단원 7인의 모습은 대한민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심오한 주제를 갖고 있는 ‘일대일’은 솔직히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무참히 살해당하는 주인공 이름이 오민주라는 것에서부터 무조건 복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하관계에 놓여있는 용의자들, 매번 의상을 갈아입고 특정 직업군을 코스프레하는 테러 가해자들 등의 장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하고자하는 말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재미보다는 영화를 좀 더 꼼꼼히 보고 분석하기를 원하는 감독의 취향답게 여타의 영화처럼 그냥 대충 본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김영민이라는 배우가 살인 용의자에서부터 테러 가해자들의 주변인물 등 1인 8역을 하고 있기에 자칫 더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 관객들은 가급적 2번 정도는 봐야 내용이 조금이나마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대사에서 매우 친절하게 드러나고 있기에 주제를 찾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그 내용을 전개시키는 것은 역시 김기덕다운 연출력으로 여타의 상업영화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관객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가를 휩쓰는 상황에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김기덕 감독의 영화임을 인지한 후에 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일대일’은 8월말에 개막하는 베니스 영화제의 부대행사인 베니스 데이즈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다시 한 번 월드 클래스 감독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이게 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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