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34] 일본대표 명인의 醫論醫話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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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34] 일본대표 명인의 醫論醫話集
  • 승인 2014.05.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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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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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哲醫話」 ①

19세기가 저무는 즈음, 일본의 世醫인 淺田宗伯은 전세대 일본의 대표 의가 13명의 의학이론과 진단치법, 방약, 경험의안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의학적인 견해를 중심으로 후학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을 간추려 한권의 책을 꾸민다. 그 이름은 바로「先哲醫話」란 책이다. 상하 2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880년(明治13)에 처음 출판된 이후 세대를 건너뛰어 오늘날까지도 전통의학을 전공하는 후학들에게 애독서가 되고 있다.

저자인 淺田宗伯(1815∼1894)은 호가 栗園으로 대대로 한방업에 종사한 집안 출신이다. 학술적 견지가 뛰어나고 여러 의가의 학술상 우수점을 취하였으며, 임상경험이 풍부하였다. 그는 「상한론」에 등장하는 “知犯何逆, 隨證治之”, “常須識此, 勿令誤也”라는 글귀를 경구로 삼아 의업에 임했다. 또한 그는 명치시대 한방의 폐지 논의가 가열되어 위기에 놓였을 때, 적극적으로 한의 구원운동에 참여하였으며, 서양문명이 물밀 듯 밀려오는 거센 조류 앞에서 조각배 같은 한방의약의 운명을 붙들고 있었다.

그는 의약 이외에도 경학과 역사에 해박하였으며, 일본에서 명치시대 최후의 한의학대가로 일컬어진다. 특히 그는 일생동안 각종 의학문헌 80종 200여권을 집필하였는데, 「勿誤藥室方函」, 「傷寒論識」,「雜病論識」, 「橘窓書影」, 「古方藥議」, 「脈法私言」, 「皇國名醫傳」 등의 대표적인 의학명저를 남겼다. 그는 또  幕府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막부의 의학관에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의방서인 「醫心方」을 교정하는 책임을 맡기도 하였다.

특히 이 책 「선철의화」는 형식적인 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醫話’라는 일종의 참신한 저술형식을 통해 의학적인 교훈을 전달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권두에는 중국인 張斯桂와 일본인 笠間侍醫 棚谷善의 서문이 붙어 있다. 또 하권의 말미에는 今村亮과 村山淳拜의 書先哲醫話後, 그리고 松山   과 淸의 黃遵憲이 지은 발문이 붙어 있어 이 책이 이루어진 내력을 전하고 있다.

목차를 통해 간단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상권에 後藤艮山, 北山友松, 和田東郭, 荻野台州, 華岡靑洲 5인의 전기가 실려 있고 하권에서는 永富獨嘯庵, 惠美寧固, 福島愼獨軒, 田中適所, 福井楓亭, 高階枳園, 多紀桂山, 多紀   庭 등 8인, 도합 13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 거론된 의론들은 의가마다 자못 독자적인 견해를 담고 있으며, 의학경전의 본지를 새롭게 발휘한 곳이 많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後藤艮山의    癖에 관한 논의, 北山友松의 虛勞증에 대한 의론, 華岡靑洲의 瘡瘍論, 惠美寧固의 吐法에 관한 논설 등은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아울러 高階枳園의 醫譜, 方譜, 藥譜와 辨證錄, 그리고 多紀   庭(丹波元堅을 말함, 필자주)의 古方의 妙用에 관한 논설 등은 모두 상당부분 전문가적인 견해를 담고 있다. 나아가 내용도 풍부하고 널리 수집하여 요점을 잘 요약했으며, 중간 중간에 평론을 덧붙여 놓아 독자의 생각을 돕고 있어 특징적이다. 후세 史家들은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많은 내용을 적당하게 절충하였기에 학술적으로 상당 부분 참고가치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명치 13년 저자 자신의 진료소인 勿誤藥室에서 목판으로 처음 간행한 이후 근세에 들어서까지 여러 차례 발행되었다. 중국에서도 청말의 의학자 曹炳章이 圈點을 가하여 「中國醫學大成」에 편입하였으며, 「三三醫書」에도 들어 있다. 또 근년에 이르러 校點本이 간행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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