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막히는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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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막히는 24시간
  • 승인 2014.05.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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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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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역린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계는 올 스톱 되었다. 제일 먼저 TV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 등이 방영되지 않았고, 극장가도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실감할 수 있었는데 지난 주에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로 인해 서서히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올해 개봉되는 국내 영화 중 최고 기대작 중의 한 편으로 손꼽히는 ‘역린’이 개봉하게 되었다.
감독 : 이재규
출연 : 현빈,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정은채, 김성령, 조재현

정조 1년,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정조(현빈)는 가장 신임하는 신하 상책(정재영)을 곁에 두고 있다. 날이 밝아오자 정조는 정순왕후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위해 대왕대비전으로 향하고, 왕의 호위를 담당하는 금위영 대장 홍국영(박성웅)과 상책이 그의 뒤를 따른다. 그리고 정순왕후(한지민)는 넌지시 자신의 야심을 밝히며 정조에게 경고하게 되고, 정조의 처소 존현각에는 세답방 나인 월혜(정은채)가 의복을 수거하기 위해 다녀간다. 그 후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김성령)이 찾아와 ‘지난 밤 꿈자리가 흉했다’며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게 되고, 궐 밖에서는 조선 최고의 실력을 지닌 살수(조정석)가 오늘 밤 왕의 목을 따오라는 광백(조재현)의 암살 의뢰를 받게 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역린(逆鱗)’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왕의 노여움을 뜻하는 말로 역린을 건드린 자는 반드시 죽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일생을 암살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했던 조선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산 임금이자 현재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많이 극화 되었던 임금인 정조 즉위 1년, 1777년 7월 28일에 실제로 벌어졌던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 막히는 24시간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현빈의 첫 번째 사극 작품이자,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으며,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 등 인기 있는 드라마를 연출했던 이재규 감독의 영화 ‘입봉작’이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감독은 TV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 즉 16부작 이상의 긴 호흡을 갖고 있는 드라마와 달리 2시간 이내에 이야기를 종결시켜야 하는 영화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너무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펼쳐 놓고 제대로 봉합시키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물론 차가운 도시 남자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던 현빈이 예고편을 통해 공개되었던 것처럼 화난 등근육을 만들고, 극도의 긴장감에 빠져 사는 왕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과 정재영의 독특한 내관 연기 등이 돋보이고, 감독 특유의 빼어난 영상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영화의 볼거리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큰 줄거리 자체의 힘이 약해지면서 영화에서 전하고자 했던 주제를 제대로 전달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감 없이 영화를 감상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사극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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