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중단의 윤리적 잣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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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중단의 윤리적 잣대 고심
  • 승인 2003.03.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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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판단"여론... 한의계도 의견 조회 착수

대한의학회 의료윤리지침 토론회

임종환자의 의미없는 치료를 중단시키는 일은 생명을 경시하는 처사인가, 아니면 불가피한 고통을 덜어주고 품위있는 죽음을 존중하는 불가피한 선택인가?


대한의학회는 지난 5월 3일 의료윤리지침 제정을 위한 3차공청회를 개최하여 의료계 내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지난해 ‘수동적 안락사’ 논란을 의식한 듯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하여 다소 완화된 용어와 절차적 합리성으로 무장하여 국민적 검증을 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 공청회에서는 의학적 관점보다는 윤리적 행위의 관점에서 치료중단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관련 용어도 ‘회복 불능환자의 진료 중단’ 대신에 ‘임종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시민단체, 종교계, 윤리학계와의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했다.

울산 의대 고윤석 교수은 심장 또는 호흡이 정지된 환자들을 소생시키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심폐 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부적절한 상황이거나 환자의 의지나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일 때에는 예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민감한 관심을 일으켰다.

그는 심폐 소생술이 생명을 연장시킨다 하더라도 환자의 삶에 의미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환자와 보호자·의사 사이에서 심폐 소생술 포기 여부를 토의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 속에는 과거에 제기되던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넘어 ‘삶’에 대한 가치관과 윤리적 문제까지도 판단범위내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학회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 대한의학회 산하에 의료윤리심의기구협의회(가칭)라는 자문기구를 구성하여 대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윤리학계·종교계는 이런 의학계의 의견에 여전히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생명안전윤리모임 박병상 사무국장은 “이 지침이 실행되면 가난한 사람이 집중적으로 진료 중단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윤리지침 제정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연세대 의대 손명세 교수는 의료계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3번의 공청회가 열렸고 앞으로 열릴 2번의 공청회 과정에서 전문가적 소양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의계는 의료계와 비의료계 간의 논란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인 바 없어 대체적인 견해를 추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심신의학에 조예가 깊은 조홍건(서울 옛날한의원) 원장은 “한의사들은 ‘연명 치료’나 ‘무의미한 치료’를 접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으로 “암환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환자와 환자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라는 전제 아래 “의사가 결정하면 따라주는 게 현실적이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한의협은 한의학계 내에도 의사학이나 의료윤리학 전공자가 있는 만큼 이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대한한의학회에 자문을 구할 계획이어서 생명윤리논쟁이 한의계에도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토론회는 5월 31일에 열릴 예정이나 시간과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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