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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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 승인 2014.04.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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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원

주진원

mjmedi@http://


기고/ 주진원
주 진 원
사랑한의원 원장
TED 서덜랜드의 ‘광고쟁이가 주는 인생의 교훈’을 오마주 해봤다.
100년 전 마차와 자동차가 공존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마차는 대세요, 자동차는 극히 일부 사람만 사용하고 고장도 잘 나고 운전사가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자동차 앞의 무슨 휠 같은 걸 돌리던 시절이었다. 100년이 지나고 마차는 그저 에버랜드나 유럽 관광지에서나 타보는 ‘유물’이 됐고, 자동차는 이제 대세 아이돌이 됐다. 대체 100년 간 뭔 일이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필자는 마차가 에버랜드나 관광지에나 있는 오늘날의 현실과 현재 한의사들이 겪는 일이 결고 무관치 않다고 본다.

1. 산업적 마인드
산업-인더스트리라는 게 뭘까. 마차를 보면 마차는 말-마차-마부 딱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럼 이 마차로 인해서 이익을 볼 집단은 몇 곳일까. 1)말농장 주인들 2)마차 제작업소 3)마부 양성소. 이 중에서 3번은 거의 없을 테고. 아마 1번 하고 2번 정도가 마차로 인한 주요 이익집단일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이 마차를 ‘마차 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냥 얼핏 생각하기에도 ‘차 산업’이라는 것은 성립하기 좀 그렇다.

산업이라는 것은 수많은 관련 업체들이 군집하여 서로 영향을 주는 사업의 복합체이다. 흔히 우리가 실리콘 밸리라고 하는 것도 그 안에 주로 IT와 관련된 수많은 업체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동차에는 약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만 말하면 몸체를 만들기 위한 철강업체, 타이어를 위한 화학업체, 연료를 위한 정유업체, 그리고 기름을 수입하기 위한 운송업체, 내장제를 만들기 위한 군소업체들, 그리고 엔진을 제작하기 위한 업체들…. 자동차 하나를 위해서는 수많은 이익단체들이 이 자동차산업을 공유하며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한의사들을 돌아보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으로 한의사라는 직종에 유전적으로 결함이 된 게 바로 이 산업이라는 개념이다. 의약산업은 존재하는데, 한의약산업은 없다. 왜 없을까.

우리는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에 거의 쇼크 반응을 보인다. 아마 한약 분쟁이 없었다면 현재의 한약학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차의 이익집단은 말을 키우는 사람들 그리고 마차 제조업자밖에 없다. 이 두 집단이 없어져도 국가에는 큰 타격이 없다.

현대의학은 의사 7만, 약사 5만, 의사 숫자 3배를 넘는 간호사 인력, 제약회사, 의료기 업체들, 유통업체, 그리고 심지어 부동산 업자들까지 포함한다. 전국에 5만명의 개원의가 있다면 5만개의 부동산들… 관련 인력들이 50만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걸쳐 있는 수많은 이익들, 의료인 인력 외 10배의 인력이 있다. 이게 산업이다.

천연물을 통해서 이윤을 얻는 사람은 딱 하나 한의사라는 집단 외에는 없다. 딱 2만명만 제거하면 끝나는 집단이다. 이건 산업이 아니다. 우리가 산업이 되려면 10배는 못 되도 최소한 5배는 되는 인력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한의사들은 여전히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한의사들은 늘 대량 소비를 꿈꾸면서도 전혀 대량 소비를 위한 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산업이라는 개념이 한의사 집단에 들어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2.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TED에서 서덜랜드 광고쟁이 교훈을 보면 두 가지 역사적인 중요 사례를 보여준다. 프로이센 제국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국민들에게 감자를 먹이기 위해서 왕궁의 텃밭에 감자를 심고, 감자를 ‘적당히’ 지키게 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만들어 감자를 확산시킨 일. 그리고 터키에서 여자들이 쓰는 히잡을 없애기 위해서 왕이 히잡은 창녀만 쓴다는 법 조항을 만들어서 터키 여자들이 저절로 히잡을 벗어던지게 한 일은 왜 현재 한약을 먹지 않으며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영감을 주는 듯하다.

소비라는 것은 단지 배가 고프다고만 해서, 물리적인 결핍이 있다고만 해서 이루어지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이라고 해서 경제 현상을 단순히 수리적으로만 계산하지 않고 사람들의 소비 ‘욕구’에 맞추어 연구를 하고 있다. 자기 과시나 상승에 대한 욕구는 소비를 하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프로이센 국민들이 감자를 먹지 않다가 먹은 건 ‘왕실에서 먹는다’는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터키 여자들이 히잡을 스스로 벗은 건 창녀처럼 보이지 않기 위함이다. 현재 한의사들이 많아져서 단순한 수요 공급 법칙 때문에만 한방 수요가 준 것이 아니다. 현재 한방의 소비 우선순위는 마사지샵보다 밀려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침, 한약들의 의료 소비가 마치 노동자들의 전유물처럼 보이는 것. 즉 창녀들이나 하는 히잡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왕실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는 소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전혀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 한약에 농약이 묻었다고 안 먹는 게 아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의 한방에 대한 욕구와 3만 달러 시대의 욕구는 전혀 다르다. 3만 달러 시대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방 치료를 1만 달러 국민들이 하는 걸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차가 왜 사라지고 자동차가 등장했는지를 설명한다. 당시 자동차는 아주 극히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계급과 계층을 가르는 중요 지표였다. 히틀러가 4인 가족을 위한 국민차(폭스바겐)를 만들라고 고급차만 만들던 포르쉐 박사에게 명령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민차이지만 가정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신분이 상승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노린 것은 이것이다.

3. 신상품의 출시가 필요해
기업들이 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신 제국 노키아가 몰락하는 데 딱 5년 걸렸다. 10년도 안 걸려서 노키아가 무너졌다. 노키아가 대응하지 못한 게 스마트폰 이라는 건 거의 공리에 가깝다. 아이폰, 블랙베리, 안드로이드에 대응해서 변변한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해서이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체 매출에서 신상품의 비율이 30%를 유지해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속적인 신상품이 나와야 한다. 지난 20년 간 서양의학의 발전은 정말 눈부시다. 지속적인 신상품이 출시됐다. 하지만 지난 20년 간 한방에서의 신상품은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예 신상품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신상품이 없다기보다는 신상품이라는 개념이 형성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한의학을 그저 장인들의 기술 수준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18세기 석공들의 길드 조합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다. 물론 잘 만드는 거 중요하다. 하지만 심리학자에게 경제학상을 주는 오늘날 현실에서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택도 없다.

그럼 신상품이 무엇일까? 근거중심 ‘포장의학’이다. 뉴스들을 보면 ‘현대의학은 현재 어떤 신물질을 개발해서 동물 실험해서 좋은 효과가 있었다. 앞으로 ~~ 병에 신약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하고 발표한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이걸 보는 의료소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막연한 근거 없는 희망~~이다. 이게 무서운 거다. 대책 없이 믿어버리는 거.

그럼 우리가 꼭 신물질을 개발해야 할까? 그럴 필요도 없다. 협회에서 1년에 한 5000만원 정도 들여서 실험 논문 같은 거 하나씩 발표해주면 된다. “한약에서 신물질을 발견했다. 앞으로 ~~ 병을 치료하기 위한 한방 신약이 개발될 거 같다.”

4. 개념의 전환
심리학의 학습과 기억이라는 중요한 테마에서 뇌의 전전두엽의 중요 기능 중 하나는 작업전환, 또는 과제전환이라고 하는 주제이다. 하루를 계획할 때 계획과 시행에서 해야 할 일을 놓쳤거나 빠뜨렸을 때, 또는 새로운 요청이 올 때 그 요청을 수용해서 하던 일을 바꾸는 것이 과제전환, 작업전환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정신분열, 그리고 ADHD에서는 이런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다시 말하면 과제전환, 작업전환을 할 줄 모르면 정신분열 환자인 셈이다.

신경정신과가 명칭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꿨다. 소아과는 소아청소년과, 그리고 진단방사선과는 영상의학과로. 20년 전에는 서울대 전산학과가 컴퓨터학과로 바꿨다. 왜 바꿨을까? 첫째,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둘째, 그 명칭이 담지하고 있는 파이를 바꿔주는 작업이었다.

즉 신경정신과라는 이름은 마치 정신분열, 히스테리 등 주로 질병과 관련된 이미지를 남긴다. 신경정신과의 파이는 정신분열, 히스테리 등의 아주 좁은 영역에만 머물러 있게 되겠지만 정신건강의학이라고 바꾸는 순간 작은 스트레스, 불면, 불안 등 외에 학습 및 업무 능력상향까지도 포괄하는… 즉 파이를 키울 수 있었다. 영상의학과는, 영상으로 된 건 다 이 과의 영역이 된다. 소아청소년과는 줄어드는 소아인구에 청소년을 집어넣어서 파이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리라.

현재 우리가 고민하는 생약 vs 한약.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우리가 한의학에서 ‘한’을 강조해서 벌어진 일이다. 이제는 ‘한’을 떼버려야 한다. 필자가 한의커뮤니티에서 수차례 강조하는 거. ‘한의학을 내세우지 말자. 그리고 전통의학 내세우지 말자’이다. ‘자연의학으로 가자’이다. 파이를 새롭게 정의하고 파이를 키우자는 이야기다.

한의사라는 집단은 참으로 지독히 작업전환-과제전환이 안 되는 집단이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거의 편집증에 가깝다.

5. 결론 - 토마토 소스의 교훈
TED 말콤 글래드웰은 토마토 소스라는 주제를 통해서 수평적 사고를 말한다. 단 한가지 온리 원 소스가 아닌 다양한 입맛에 맞는 다양한 소스. 결국 이런 수평적 사고를 통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소스는 소스 시장을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든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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