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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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 승인 2014.04.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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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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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지난 주 일요일에는 친구 내외와 넷이서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별로 힘든 코스가 아닌데, 내려오는 길에 들른 장경사(長慶寺) 대웅전 뒤뜰의 활짝 핀 복수초(福壽草)가 이번 산행은 등산이라기보다 상춘(賞春)이었음을 거듭 확인시켜 주더군요. 겨우내 내린 눈이 녹기 전 이른 봄철에, 자신의 열기로 주변의 눈을 녹이고 꽃을 피운다는 다년생 초본. ‘영원한 행복’과 ‘슬픈 추억’의 상반된 꽃말을 가진 봄의 전령사. 셀로판지로 만든 조화처럼 얇디얇은 노란 꽃잎 어디에 그토록 뜨거운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지 정말 경이롭고 사랑스럽더군요. 그런데 헐! 앙증맞은 꽃 한 송이를 감상(鑑賞)하다가 이내 감상(感傷)에 빠져드는 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징표 중의 하나겠죠?
이근후 著
김선경 編
갤리온 刊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이화여대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 가까이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치셨던, 아니 이보다 더 잘 알려진 이야기로 76세의 나이에 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며 세간에 화제를 뿌렸던 이근후님의 자전 에세이입니다. 곧, 교수님께서 80년의 삶에서 깨우친 통찰로 나이 듦의 과정에 있는 인생 후배들에게 조곤조곤 조언해주는 글이지요. 사실, 처음 책을 집어 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속없이 항상 이팔청춘이라서 “50대 중반도 되지 않은 내가 읽기에는 너무 빠르지 않을까”란 생각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발빈반백(髮??半白)이 된 지도 벌써 5년이 넘었고, 나날이 신기(腎氣)의 ‘쇠약’을 자각하는 지라 예습 차원에서 책장을 펼쳤답니다. 일독 후에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이란 부제처럼, 40대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가히 최고의 인생교본이라 여겨질 만큼 좋았습니다. 친한 친구 선후배들에게 마구 선물하고플 정도로….

책은 크게 5장으로 구분되지만, 굳이 순서에 따라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곳을 펼치든지 항상 마주치게 되는 것은 죽음의 위기를 몇 차례 넘기고 현재 7가지 병을 앓으면서도 늘 유쾌하게 살아가는 노(老)학자의 진솔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곳곳에 적절히 수록된 위인들(에픽테토스, 소로우,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보들레르 등)의 잠언·경구들(“외부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 때문에 감정에 불을 붙이고 습관처럼 그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지 말라”, “사랑은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성립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지금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라”, “꿈을 밀고 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사랑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도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하고, 교수님의 경험칙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따로 모은 듯한 ‘즐거운 인생을 위한 팁’이라는 글 또한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곧 유언이 된다”, “인생의 즐거움과 재미는 완성에 있지 않다. 그 과정에 조금씩 흩뿌려져 있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한참 전에 유서를 써놓았지만, 이젠 유언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삶을 꿈꾸렵니다. (값 1만40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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