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의학과 ‘군신좌사(君臣佐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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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의학과 ‘군신좌사(君臣佐使)’
  • 승인 2014.04.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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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희

공병희

mjmedi@http://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공 병 희
개곰이의 논문장판
사랑채움한의원 원장http://blog.naver.com/lefhod0706
한의대에 입학을 하고 신입생인 우리에게 교수님은 ‘한의학의 용어와 사고’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하셨다. 현대과학 및 의학에 익숙한 우리는 한의사가 되려면 사고가 변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의학 용어와 개론을 배우고, 암기를 하고 시험을 봤다. 그렇게 몇 해를 반복하면서 ‘한의학의 세계’에 익숙해져 갔다.

문제는 졸업을 하고 난 뒤에 발생했다. 아니, 그전부터 한의대생이 아닌 사람을 만나면서 소통의 장애를 겪게 되었다. 손목을 내밀면서, “맥을 짚어봐!”라고 하는 사람에게 맥이 전부가 아니라고 설명해야 했지만, 이건 쉬운 편에 속했다. 한의학적 이론인 기허, 혈어, 어혈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때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골(뼈)’이 신(腎)에 배속되니 비뇨기계가 좋아지면 무릎통증이 좋아진다”라는 설명을 듣고 온 환자에게 어떤 설명을 해야 할까?

전통 한의학과 현대 한의학의 군신좌사
한의원의 내원하는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와 치료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한다. 그런 그들은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의 현대 과학만을 배웠기 때문에 한의학적인 내용이 생경하다. 침을 한 번도 맞지 않았던, 한약을 한 번도 먹지 않았던 사람에게 한의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군신좌사’는 한의학의 처방 구성원칙이다. ‘군’은 임금에 비유되고 주증상을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신’은 신하에 비유하며 군약의 효력을 보조 및 강화하는 목적을 가진다. ‘좌’ 역시 신하의 무리로 비유되는데 군약의 독성 완화시키거나 수반 증상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사’는 처방의 작용 부위를 질병 부위로 인도하며, 여러 한약을 중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다.

위와 같은 전통적 설명이 있지만, 최근에는 ‘군신좌사’와 같은 한의학적 원리도 새롭게 연구되고 있다. 2013년에 발표된 ‘Yao Y et al.’1)은 마황탕의 구성 원리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마황탕에서 분리된 성분은 현재 총 728개의 화합물이며, 이중 6.59%에 해당하는 48개의 화합물이 마황탕의 중요 활성 성분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48개의 화합물이 작용하는 타깃 단백(약 44개)을 파악하고, 그들 타깃 단백이 작용하는 질환 등을 확인했다. 44개의 타깃 단백 중 14개는 기침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과 연관되었고, 21개는 심혈관 질환(주로 마황, 행인, 계지)과 연관이 되었다. 이 연구에서 호흡기 질환만 보았을 때, 마황이 선두 역할 즉 군약이 되며, 계지와 행인은 보조역할을 했다. 그중 특히 계지의 역할이 더 우세했다. 호흡기 질환에 군약인 마황, 신약인 계지, 좌약인 행인의 순서로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저자들은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을 다량으로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계지, 행인을 사용하여 원하는 효과를 강화하면서,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것이 처방 배합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처방과 본초의 효능을 넘어서, ‘군신좌사’와 같은 한의학의 이론 역시 현대 연구방법론에 따라 새로 정리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천연물 신약은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일본, 미국 등의 나라에서 한약(천연물)을 기반으로 한 연구들이 계속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인 신약이 계속 나올 것임은 자명하다.

늘어나는 한의학에 관한 대중의 관심과 세계적 흐름에 맞춰나가려면 현대 한의학의 연구에 더 큰 관심이 요구된다 하겠다.

1) Yao Y et al. Deciphering the combination principles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from a systems pharmacology perspective based on Ma-huang Decoction. J Ethnopharmacol. 2013 Nov 25;150(2):619-38. doi: 10.1016/j.jep.2013. 09.018. Epub 2013 Se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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