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26> -「朝鮮藥名解」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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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26> -「朝鮮藥名解」②
  • 승인 2014.03.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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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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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약명대조 사전

지난 회에 밝힌 바와 같이 여기에 수록된 약재명은 「동의보감」탕액편에 수재된 것을 기준으로 삼아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고한글로 적힌 약재 풀이를 그대로 일본어 가나음으로 표기한 곳에는 군데군데 미처 제대로 적지 못한 채 ‘未詳’이라고 적고 만 곳이 눈에 띈다. 이런 부분이 바로 서문에서 언급한 바, 일본에 건너간 지 오래되어 잃어버린 조선어의 고어 표기를 해득하지 못하였던 경우일 것이다.

◇「조선약명해」


또 하나 다른 이유로 「동의보감」을 일본에서 판각하면서 한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잘못 새겨진 것 때문일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대한 사례라 할 것이다. 아울러 애써 풀이하였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듯, 풀이에 해당하는 란에 ‘未詳’ 혹은 ‘不祥’이라고 적고 만 경우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예컨대, 甘爛水, 繰絲湯, 冬灰, 故麻鞋底, 豆黃, 粟米粉糯米, 小麥苗, 小麥奴, 天靈蓋 등 70여종에 이른다. 나아가 일부만 기재하고 만 경우도 눈에 띤다. 百草霜의 경우, ‘오란보억’이라고만 적혀 있어 전문을 해득하지 못하고 일부만 깨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러한 것들은 곧 일본에서 「동의보감」을 찍어 널리 보급하고 학습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향약재에 대한 한글 풀이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흔적이며, 새로운 지식의 전파와 이해에 있어 언어와 문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또 일부 한글자획을 판독하기 어려웠던 듯, 글자 옆에 ‘此字不詳’이라는 협주를 달아놓기도 하였다. 아울러 간혹 풀이 아래 ‘音稱’이라고 달아놓은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원서에 보이는 조선어[고한글] 표기를 그대로 한자로 옮겨 적었음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菖蒲의 경우, ‘셕창표 石菖蒲 [音稱]’이라고 적은 예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심심찮게 눈에 띠는데, 百葉 쳔엽 千葉, 白膠 녹각교 鹿角膠, 酪 타락 駝酪, 淡菜 홍합 紅蛤, 蚯蚓 디룡어 地龍魚, 決明子 초결명 草決明, 瞿麥 셕듀후ㅏ 石竹花 -등도 역시 같은 예이다.

그래서 어떤 곳은 마치 우리 말 고어 표기 방식의 일종인 이두를 적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컨대, 黃芩 같은 경우, ‘속서근플’에 대해 ‘裡腐艸’라고 적혀 있어 한글 표기의 의미를 다시 한자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이러한 예는 이뿐만이 아니어서 大黃의 경우에는 ‘쟝근플’에 대해 ‘將軍艸’, 常山에는 ‘조팝나무불휘’에 대해 ‘粟飯木根’이란 풀이를 한자를 사용하여 설명해 놓았다.

특별한 사례도 보인다. 升麻의 경우, ‘셔태가릿불휘’라는 한글표기에 대해 ‘諺文誤’라고 적고 역시 ‘未詳’이라고 썼다. 또 芍藥, 蠡實, 茅香花, 鹽精에도 역시 ‘諺文誤’라고 주를 달아 놓았는데, 이것 역시 한글표기가 잘못되어 있다는 표시이다. 이것은 원문의 오류를 지목한 것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일본에서 「동의보감」을 번각할 때 한글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잘못 새겨진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책자는 일본판 「동의보감」탕액편의 오류에 대한 정오표 기능도 지닌 셈이라 할 수 있다.

이것으로 보아 저자는 단순히 약명에 대한 풀이나 대조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한글표기에 대한 대조와 변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기에 적힌 내용은 비록 거칠긴 하지만 간단한 한중일 약명대조 사전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 책처럼 「동의보감」에 수록된 약재와 향약명에 대해 고찰한 몇 종의 책들이 더 전해지고 있는데, 「東醫寶鑑湯液和名」(1727),「東醫寶鑑湯液篇藥名韓稱」,「東醫寶鑑湯液篇諺字和解」등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시대 일본열도를 열광케 하였던 한류 열풍은 의약 기술에서 비롯되었다.

안상우/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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