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와 한의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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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와 한의계 영향
  • 승인 2014.03.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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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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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박근혜 정부 보건의료중장기 계획 분석’(3)

한국에는 빅5 병원이라 불리는 거대 공룡이 있다. 이 공룡을 키운 건 8할이 정부의 지원이었다. 보장성강화라는 미명하에 규제 없는 보상을 해주었고 부대사업과 병상증설을 위한 길을 앞장서 열어줬다. 이젠 공룡이 너무 커져 대한민국 전체 의료시스템을 왜곡시키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3대 비급여와 의료민영화로 공룡은 날개까지 단 진짜 용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의 야심찬 국민행복 민생공약의 대표주자, 4대 중증질환 100% 보장확대와 3대 비급여 대책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3대  비급여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4년간의 건강보험과 관련한 중장기 계획을 마무리지었다. 4대 중증질환은 핵심 치료서비스 위주로, 3대 비급여는 일부를 보장항목에 포함하고 축소하되, 그 차액을 건강보험료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질병중심의 보장확대와 공급자 통제 없는 수가인정은 국민 의료비 부담 감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정책이 실제 추진될 경우 한의계에 미칠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 빅5 거대 병원의 싹쓸이

현재 수도권 대형병원, 그 중에서도 빅5(서울대, 현대아산, 삼성, 연대세브란스, 가톨릭) 병원은 전국의 경증, 중증 환자를 싹쓸이 하고 있다.

-2012년 상반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급한 외래 급여비 중 40.5%가 빅5 상급종합병원에 지급됨.

-5년간 빅5 상급종합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 연평균 증가율은 외래 19.2%(다른 의과 기관 외래 증가율은 외래 10.2%)

-중증질환 상급종합병원 점유율 2010년 기준 70.4%

이 현상을 촉진한 결정적 정책은 정부의 치료중심의 보장성강화정책이었다. 한국의 공적 보장률은 55%가 채 못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보장성 때문에 보장률을 올리는 것은 의료정책에서 최우선 이슈였다. 한의계의 경우, 각종 보장 항목 중 가장 뒤떨어진 ‘한약’(첩약과 제제를 포함한), 물리치료, 추나, 약침 등이 보장성 리스트에 올라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대선승리를 위해 내놓았던 보장성강화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표>와 같다.

 

 

4대 중증 보장성강화는 그야말로 수도권 대형병원 집중을 가속화시키는 정책이다. 중증질환에 대한 과도한 진단과 비급여진료를 컨트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T, 초음파, MRI 등 고가 진단은 폭증하고, 대형병원 본인부담이 낮아져서 환자들은 소위 빅5 병원으로 몰리게 된다. 다양한 합병증이 있는 노인성/난치성 환자의 경우 4대 중증질환 치료와 다른 질환 치료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해 무조건 중증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대형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질환확정 이후에는 과도한 치료와 검사의 우려가 높다. 한국 갑상선암이 일본의 15배가 넘고 무조건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하는 것은 보장성정책 때문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4대중증보장이 꾸준히 확대되었지만 결국 대형병원 배만 불려왔으며 경증질환을 주로 보는 한의계에는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것이다.

선택진료행위에 대한 수가보전과 신설수가 역시 상급종합병원에게 집중된다. 질평가를 통해 수가를 올려준다는 것은 우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형병원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대형병원은 현재 종별가산+환자집중으로 인한 수익창출+각종 부대사업으로 인한 이윤창출에 추가적인 선택진료 명목의 수가인상으로 인한 혜택까지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 그 경우 자본여력이 생겨서 투자를 더욱 늘리게 되고 의료기관간 질 차이는 더욱 벌어져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상급병실에 대한 대책의 핵심은 상급병실료를 보장해주되 4인실 이하 병상을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안이 추진된다면 종합병원과 병원의 입원 수가는 크게 인상된다. 그 경우 환자들은 4~5인실 가격이 낮아져서, 의료기관에서는 더 높은 수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4, 5인실 입원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한 상급병실료의 가장 큰 문제인 대형병원의 상급병실이용문제는 거의 해소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입원률은 OECD 평균에 비해 매우 높아 환자 1인당 병원평균재원일수는 16.4일(OECD 8.0일)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입원이 필요한 수술 등의 진료나 불필요한 장기입원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병원에서 충분히 입원진료가 가능한 환자도 불필요하게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어 빅5 병원의 병상충원률은 100%이다. 4~5인실 가격이 내려가면 대기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실질적인 병상이용료가 줄기보다는 병원급에 입원수가를 올려주는 정책일 뿐이다. 

 

일차의료기관의 위기, 한의계의 위기

정리하면 2006년부터 본격적인 보장성 확대정책이 추진되었고 그 방식은 중증질환 우선이었는데 6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보장성은 꼼짝도 하지 않고 반대로 수도권대형병원 집중만 가속화시켜왔다. 08~11년 동안 정부의 주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투입된 재정소요액 2조4148억원 중에서 약 53.4%인 1조2888억원이 암 · 심장병 ·뇌질환 ·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보장성이 오히려 낮아진 반면, 국민 전체의료비는 크게 올랐으며 그 혜택은 수도권 대형병원이 다 가져간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 행위, 재료 등이 건강보험 보장항목으로 포함된다는 것은 기존 받았던 가격보다는 싸게 책정되지만 환자부담이 낮아져 진료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에서는 보장항목에 포함된 진단, 행위, 의약품 등은 진료량을 크게 늘림과 동시에 비급여는 새로 창출하거나 보장항목에 섞어 의무적으로 받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중증치료에 대한 보장을 늘리자 암치료시 고가의 진단기기를 매달 찍거나, 항암제를 최대치의 용량을 투여하거나, 무조건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패키지를 최대한 길게 제공하는 등의 전략을 썼다. 여기에 선택진료는 80% 이상 지정해 대부분 받을 수밖에 없었고 6인실 이하 병실은 최대한 적게 만들어 1, 2인실로 우선 갈 수밖에 없게 하는 등 비급여에서도 최대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 모든 진료에 대한 환자본인부담은 줄었기 때문에 수도권 대형병원 집중은 2000년대 후반 크게 증가했다. 사실상 수도권 대형병원은 훨씬 비싸지만 일단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에 환자들은 우선적으로 큰 병원을 찾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반면, 경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은 답보상태이거나 오히려 축소되었다. 대표적 사례가 의료급여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이었다. 07년 유시민 당시 복지부장관은 “경증은 병원에 오지 않게, 중증은 부담없게” 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경증환자마저도 수도권대형병원으로 몰리게 되었다. 한의원은 옆집 정형외과나 내과와 경쟁한 것이 아니라 서울대병원과 경쟁하게 된 것이다.

재정규모를 보면 문제는 더욱 명확해진다.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에 필요한 예산규모는  4대 중증질환 9조원, 3대비급여 4조6000억원으로 박근혜 정부 임기인 2017년까지 총 14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계된다. 2013년 현재 건강보험 누적흑자 9조원을 여기에만 다 써도 건강보험은 적자가 난다. 그 경우 “건강보험요율 인상+건강보험 심사평가기준 강화+경증질환 보장성 약화+차후 보장성 확대 계획 추진 어려움” 등이 예측된다. 정부의 대책은 “’15~’17년 간 매년 약 1% 정도의 건강보험료 추가 인상요인이 발생하나, 보험료 부과기반 확충,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 등을 통하여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추가적인 보장성 확대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 의료비는 2011년 기준 GDP의 7.4%로 OECD 평균 9.3%에 비해 아직은 낮다. 하지만 이는 노인인구 때문이다. 의료비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인인구비율로 한국은 아직 노인인구가 전체의 12.3%밖에 되지 않는다. 5.5명의 경제활동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OECD 평균 3.88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 2020년경에는 선진국 수준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할 전망이며 지금처럼만 의료를 이용해도 2017년까지 20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보장성계획에 필요한 예산을 추가하면 총 35조원 이상이 향후 4년 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의료비는 전체 GDP의 10%가 넘는다. 재정추계에 따르면 특별한 보장성 확대 없이도 2020년 의료비는 GDP의 9.6%에 달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의료비를 9% 수준으로 통제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령사회가 되면 의료정책의 방향이 ‘의료비통제정책’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의계는 이번 보장성계획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번 보장성계획이 실제 추진되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예정이고 그 혜택은 수도권 대형병원에 집중될 것이다. 의료비는 크게 증가할 것이고 임기 이후 2018년 정도가 되면 건강보험은 GDP의 9%를 넘어 한국 경제 상황에서 부담하기 어려운 규모가 된다. 의료비통제가 본격화될 시점인 것이다. 그때 다시 한의계 보장성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정부에서는 경증질환 부담을 줄이고자 원격의료, 의약품 택배서비스 같은 의료민영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당뇨 고혈압 등 경증환자들은 병원에 자주 안 가도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의원에서 주로 보는 환자들에 대한 보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영화저지와 더불어 한의계 보장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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