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기 감정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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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기 감정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 승인 2014.03.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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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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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강신주의 감정수업
진료하다보면 환자분들의 사생활 이야기를 듣게 된다. 40여 년 전 괌으로 돈 벌러 가서 안 온 남편 때문에 아들 셋 키우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 아들을 갑자기 오토바이 사고로 잃어 삶에 의욕이 없어진 아주머니, 남편이 바람나서 아이들만 남기고 이혼한 여자분 등 소설을 써도 모자를 만큼 우리 환자분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이러한 말을 듣고 있으면 위로를 해드려야 할 텐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강신주 著
민음사 刊

“병을 치료하고자 하면 먼저 그 마음을 치료하라!(欲治其疾 先治其心)” 라는 한의학 격언이 있듯이 병의 원인이 되는 마음을 치료해야 하지만 한의원에서 이런 것들을 자세히 들어주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마침 서점에서 책을 읽다가 요즘 베스트셀러 중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최근 직설적인 강연과 활발한 저작으로 ‘돌직구 철학자’ 란 별명을 얻은 스타 인문학자인 강신주이다.

이 책에서는 감정을 불교의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 원소에 따라 나누어 1부 땅의 속삭임, 2부 물의 노래, 3부 불꽃처럼, 4부 바람의 흔적에 배속하였다. 감정 48가지를 12개씩 4대 원소로 나누었는데 특별한 기준은 없는 것 같다.

어떤 감정에 대해 그 감정을 잘 표현하는 소설 속에서 묘사하는 내용을 찾아 설명하였다. 그리고 감정을 스피노자의 정의에 따라 분석한다. 소설 대부분은 스테디셀러로 읽히는 명작이어서 낯설지 않다. 그리고 소설의 저자에 대해 설명한 후 이 책의 저자가 감정에 대해 강의하는 형식으로 책은 이루어져 있다.

감정을 죽이는 것, 혹은 감정을 누르는 것은 불행일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감정에 대해 하나하나 스피노자의 언어로 검증하여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감정들을 우리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그때 느낀 기분이 이 감정이구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된다.

하루를 살더라도 우리는 많은 감정 변화 속에서 살아간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더라도 처음에는 경탄하고 야심을 가지고 접근하여 대담하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물론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환희와 영광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동경하고 질투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이처럼 삶의 많은 과정이 감정 변화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 변화상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깨어있지 않다면 좀처럼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다.

감정들을 표출 못하거나 너무 감정에 치우친다면 병이 온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돈을 주었지만 나중에 경찰서에서 이 남자가 돈 때문에 접근한 것을 확인한 나머지 분노와 절망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여자 환자분이 있었다. 이분에게 해줄 수 있는 필자의 최선의 말은 그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화나는 마음, 억울한 마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등을 많이 관조하고 소송과 같은 방법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으면 하고, 여건이 안 된다면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서 풀라고 말해줄 수 있다. 절대 마음속에 감정을 숨기지 말라고 말이다.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감정을 숨기며 살아간다.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모르면서 덮어두고 살아간다. 우울해도 당장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 숨기고, 화가 나도 직접적으로 풀지 못하고 짜증만 낸다. 이런 것들이 오래되면 병이 오는 것이다.

「사암도인침구요결」 서문에는 “마음의 뜨고 가라앉음을 잘 관찰하라!(審七情之浮沈)”라는 말이 있다. 일찍이 우리 선배 한의사들은 이미 병의 원인으로 감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방편으로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감정을 표출하기 이전에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풀리고 병은 치료가 된다. (값 1만9500원)

정유옹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사암은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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