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산업에 있어 한의사가 ‘한의진료’라는 완제품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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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산업에 있어 한의사가 ‘한의진료’라는 완제품 생산
  • 승인 2014.03.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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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리

최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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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주 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창덕궁한의원 원장
지난달 26일 제6차 창조경제확산위원회가 열렸다. 필자가 위원으로 속해 있는 이 확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중소기업중앙회와 국가미래연구원이 9개 중소기업단체 및 중소기업연구원과 손잡고 출범한 이래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 조기실현을 위한 민간차원의 정책제안 노력을 해오고 있다.

뜬구름 잡는 식의 정책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분야는 무엇이겠는가, 또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를 전문가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댄다. 처음에는 여느 위원회처럼 대통령 한마디에 이루어지는 요식행위라는 편견이 있었으나 회를 더해갈수록 혼자서 한의약산업이 바로 창조경제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깊어진다.

이번 위원회에서 제시한 해결책 중 하나는 부처, 기업 간 협력을 통한 해외시장 공동진출이었다. 중소기업은 미약한 브랜드 파워와 열악한 현지 유통네트워크로 수출의 영세성과 편중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이에 ‘범부처 추진협의체’를 운영해서 대·중·소기업의 동반진출 협력사업을 추진하자는 계획이었다.

한의약산업을 돌아보았다.
현재 정부에서는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촉진효과를 위하여 노력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아직 국내 보건의료 분야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한약사, 간호사 등 정부의 면허증과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로서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향후 세계적으로 관련 서비스업 및 제조업 등에서 여러 가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대한민국은 뒤처져 있는 상황으로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선진국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보건의료분야는 의료기기, 의약품, 소모품 등의 관련 산업이 대부분 일본,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의존적이며 국내 보건의료 관련 산업기반은 매우 취약하고 영세한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세계적인 의약품으로 발전한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정권에서 한의약을 기반으로 천연물신약을 만들어 세계적인 의약품으로 발전시키겠다며 세금과 건강보험재정을 20조 넘게 지출했으나 결국 제약회사만 국내에서 리베이트를 통한 영업으로 돈을 벌고 해외 진출은 거의 전무한 것이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국내 의약품, 의료기기 관련 회사들이 직접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외국으로 진출하기에는 사실상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불가능하며 양방 위주의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더욱 그러하고 국내 업체들은 영업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방에서 사용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대부분 선진국에서 개발되어 그 효능이 입증된 것들로서 실질적인 규모는 한의약보다 훨씬 크지만 국내의 특성을 살려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지는 못하고, 오히려 이러한 부분이 커질수록 해외의 다국적 기업의 국내진출이 활성화될 뿐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한의약을 이용하여 천연물신약을 개발해 세계적인 의약품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실패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나마 규모 있는 제약회사를 활용하였으나 결국 영업에 의하여 성장한 제약회사일 뿐 한의약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한의약의 전문가인 한의사의 참여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의약품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2013년 27년 만에 한약제제 수가 현실화가 결정되긴 했지만 별다른 지원 없이 한의약 관련 제약회사가 자생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회의를 하면서 의료산업에 있어서 대기업에 준하는 완제품에 신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답은 바로 의료인이다.

공산품에 있어서 완제품은 대기업, 부속품은 중소기업이라면, 의료라는 완제품에 있어서는 대기업의 위치가 바로 의료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산업 관련 중소기업이 해외진출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대기업이 아닌, 의료인집단과 함께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풀어보자면 한의사가 한방의료기관을 설치함으로써 진출 타깃 국가에 한의약 관련 산업체들의 제품을 미리 검토 및 선정하여 진출을 하고 이를 교두보로 한의사의 전문성과 함께 해당 국가로의 진출을 시도하면 국내 한의약 관련 산업체가 직접 진출을 할 수도 있고 진출 타깃 국가의 관련 산업체와 ‘B to B’ 형태로 진출을 할 수도 있게 된다.

모든 과정에서 한의사 및 의료기관의 신뢰도와 전문성, 그리고 후광효과 등을 더함으로써 해외 진출시 국내의 중소기업이 좀 더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침 7시 회의라 졸릴 법도 한데, 내심 쾌재를 불렀다. 한의사의 해외진출이 단지 한의사만의 이익만이 아니고 한의약산업 전반적 해외진출을 위한 큰 수레바퀴의 핵심부품이라는 생각에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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