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사기」 권위자 한자오치의 ‘사마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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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사기」 권위자 한자오치의 ‘사마천 읽기’
  • 승인 2014.03.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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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

김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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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사기 교양 강의
그동안 사마천의 「사기」는 무수하게 번역되어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친구 이릉을 위해 진언하다 궁형을 당한 사마천은 육체 훼손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문제를 파악하는 관점이나 인물과 사건에 대한 통찰력, 사상적인 깊이와 넓이 등에 오히려 도움을 되었고 풍부한 민주주의적 관념이나 비판의 세월과 관련이 깊었으리라.
한자오치 著
이인호 옮김
돌베개 刊

황제로부터 한 무제에 이르는 약 3000년을 기록한 통사가 「사기」인데 구성은 제왕을 기준으로 기록한 국가의 대사인 12본기,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한 연대기에 해당하는 10표, 국가의 각종 제도나 사업을 정리한 8서, 제후를 기록한 30세가, 의롭거나 탁월하거나 기회를 포착하고 대성한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70열전이다. 이처럼 다섯 가지 형식을 유기적으로 엮어 130편으로 묶었다. 인물위주로 기록하여 본기의 ‘기’와 열전의 ‘전’을 뽑은 기전체 통사다. 사마천은 인물을 기록할 때 현실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어떤 정성과 뜻으로 살아갔는지를 더 중요시 했다.

이 책은 사기를 어떻게 읽어야 깊고 정확하게 읽는 것인지 실례를 보여주는 좋은 안내서이다. 한자오치(韓兆琦) 선생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사기」의 권위자로 50년 가까이 「사기」를 연구해온 석학이다. 북경 TV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는 한자오치 선생의 강의를 보완하여 엮은 책이다. 또한 「사기」의 형식과 내용, 특징 및 영향 등에 대해 명쾌한 요약과 함께 깊고도 정확히 읽게 하였다.

예를 들면, 중국 역사의 중요인물을 다루되 허구적인 이야기는 배제했고 사마천이 역사적인 인물을 묘사하고 평가한 방법을 소개하면서 사마천의 관점과 감정, 태도를 분석하였다. 또 역사적인 진실에 주목하며 「사기」의 문학적인 요소도 평가했다.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으로 요약되어 있는데 첫째, 「사기」를 전후좌우로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둘째, 그간 오해했던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혀주고 있다. 셋째, 「사기」의 중요 인물을 사상적인 측면으로 분석해 참신한 관점을 볼 수 있다. 넷째, 중국 역대 학자들이 논평한 글을 적절히 인용하여 「사기」의 이해의 지평을 넓혀준다. 다섯째, 「사기」를 현대와 접목시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자오치 선생의 ‘사기 교양 강의’는 「사기」의 중요인물을 매개로 하여 「사기」 전체를 강의한 것이다. 관심사에 따라 원하는 인물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그런 다음 「사기」의 해당 본기나 세가 혹은 열전을 읽게 되면 비단 「사기」뿐 아니라 기타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요령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천은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나 사상을 밝히려 저술했다. 즉, 순황이 「순자」를, 동중서가 「춘추번로」를 저술한 것과 같은 이치다. 고로 현대 역사의 개념으로 「사기」를 읽으면 「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사기」에는 사마천의 입장과 관점이, 삶과 처세 문제에도 견해와 개성이 투영되어 있다. 또한 소설적 성격과 비극성이 있는데 기록된 비극적인 인물이 약 120명이다. 일부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로 읽어야지 진실한 역사로 읽을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과 흥분을 일으키는 사상적 의미는 무엇인가?

진보적인 민족관념과 진보적인 경제사상이다. 그리고 강렬한 민주주의적 성격과 비판적인 정신이며 「사기」 전체를 관통하는 호탕한 인생관, 생사관, 가치관이다. 또한 「사기」에 기록된 인물과 사건은 매우 풍부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한신의 용병술이나 유방의 용인술처럼 삶의 지혜가 생긴다. 의지의 인물은 귀감이 되고 영원히 우리를 격려하고 일깨워준다. 결국 우리 생활의 거울이며 자신을 비추어 삶의 방향과 태도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교재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은 12명(진 시황제, 이사, 항우, 유방, 여후, 전쟁의 신, 정치의 하수인 한신, 계책과 처세의 달인인 장량, 주아부, 황후 두씨 및 왕씨, 위풍당당했으나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무제, 사마천)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사기」를 개괄하는 일종의 사기 입문서로 가볍게 읽을 만하다.

고전의 원문을 스터디하면서 느끼지만 ‘사기폐인’과 ‘장자앓이’를 양산할 정도로 핫한 책이다. 혹시 「사기」를 더 깊이 읽고 싶다면, 여러 책들이 있지만 김원중의 「사마천」이다. 원문을 심각한 고민이 없이 번역한 면이 있다. 또 정범진 외 「사마천」은 원문을 상당히 참고 했는데 문체가 다르고 여럿이 하다 보니 완성도 편차가 있는 것 같다. (값 1만5000원)

김진돈 / 시인, 송파문인협회 명예회장
서울시 송파구 가락2동 운제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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