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24> - 「萬福眞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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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24> - 「萬福眞訣」
  • 승인 2014.03.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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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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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질고(人生疾苦) 점쳐본 의료습속

고인들은 봄기운 속에서 우주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체감했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진 현대인들은 자연의 변화를 느끼기가 여의치 않다. 그래도 오늘 이런 가정의약서를 잠깐 들춰보면서 오랜만에 새봄을 맞이하는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만복진결」이란 서명만 보아서는 왠지 구수한 누룽지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지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목차에는 또 다른 서명이 괄호 안에 붙어있는데, ‘一名古今諸方吉凶要解’라고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략 이 부제로만 미루어 보아도 이것이 다분히 통속적으로 인간의 장수를 바라는 희구와 길흉화복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만복진결」


그러나 1923년에 작성한 서문을 읽어보면 그리 단순하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天生萬物에 有理有氣라 理生於無形하고 氣生於理也니 天之理는 涵乎氣而萬物이 化하고 地之理는 觸乎氣而萬物이 成하나니 天有日月星辰 … 而萬類形焉이라. 人生於其間에 仰賴俯涉者 惟理與氣而理氣는 卽陰陽인저!”라고 말문을 열고 있다. 또한 저자는 나아가 “人之壽夭長短과 貧富貴賤이 皆溜於氣而生存者也라 … 略採先賢之遺誥하야 名之曰萬福眞訣이라하노니 人之避凶趍吉이 卽萬福之源也라”고 말하여 음양과 이기론의 관점에서 인생사와 운명을 해석해 보려고 시도하였다.

저자는 九堂 金洹으로 밝혀져 있는데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 없다. 전서의 내용은 우선 크게 제1편 天機部, 제2편 地理部, 제3편 人事部 3대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천기부는 다시 年事吉凶門, 家庭萬法吉凶門, 陰晴門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리부는 占山門, 葬擇門으로 나누어 산세를 보고 음택을 고르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또 인사부는 四柱와 卜筮를 따지는 命運門, 만사의 적당한 때를 가리는 斷時門, 九宮八門으로 壽夭를 논하는 洪烟門, 現夢의 상징을 찾아보는 夢讖門, 글자로 점치거나 자획을 나누어 점치는 卜字及破字門, 남녀의 사주와 궁합을 맞춰보는 婚姻門, 그리고 갖가지 급병과 난치병을 다스리는 療治門, 끝으로 한해의 길흉화복과 운수를 점쳐보는 當年禍福門으로 나뉘어져 있다. 당년화복문은 우리가 잘 아는 토정비결의 내용으로 土亭先生行年訣(石中訣)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이 가운데 의약에 관한 내용은 여러 항목에 흩어져 있지만 가장 집약된 것은 료치문으로 避瘟疫科, 諸病救急科, 부인과, 소아과, 誤呑諸物科, 各種滯祟科, 諸咬傷科, 諸傷通治科, 家畜治療科, 辟諸蟲科 등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이밖에도 맥법도가 그려져 있으며, 却病諸方, 天干字病占, 地支者病占, 病鬼名及退送方向, 祛病符, 병인길흉에언, 避病五鬼起例, 병인생사예판법 등 다분히 주술과 결합하여 민간의 기층민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의료습속도 담겨져 있다.

료치문 안의 의료처치에 관한 내용들은 대부분 의학적으로는 고려할 가치가 빈약한 것들로 민간에서 전래되던 단방요법들이나 지극히 통속적인 처치법들이 흔하다. 하지만 의서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병명의 俗稱이나 한글표기, 또한 민간에서 행해오던 주술요법 등은 민간의료 풍속을 살펴볼 수 있어 다소 참고가치가 있어 보인다.

또 부록 안에도 逐日人神所在, 胎中男女預判法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고 태양력24절일출입시각표, 양력개략, 지구전체주위도계표, 지구전체운동속력표, 일요일윤회표 등이 붙여져 있어 변화된 사회상이 가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의약시혜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시절, 그나마 민초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통속의약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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