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래포럼 43차토론회] “융합은 문제의식 갖고 풀기 위해 서로 섞어내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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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43차토론회] “융합은 문제의식 갖고 풀기 위해 서로 섞어내는 과정”
  • 승인 2014.03.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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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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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의 발췌 요약]

“신지식의 정확한 조건, 임상적으로 타당한 질문 만들어야”


■ 사회 강연석 교수(원광대 한의대·한의학미래포럼 부대표·사진 右)
2014년 한의약 R&D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직접 배정한 예산으로, 한양방 융복합연구에 30억이 증액되었다. 이외에도 한의학의 세계화, 해외환자유치, 협진 쪽으로 많은 예산이 반영되었다. 이는 향후 5년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5년 전 이명박 정부의 철학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의료를 산업으로 보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큰 방향은 같지만 나름 한·양방 간의 의료정책을 고민해야 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방향만큼은 강하게 제시되었다. 아마 한의 의료에 대한 정책적 배려 없이 진행된 R&D로 인해 천연물신약 등의 분야에서 큰 갈등을 겪기도 한 모습을 통해 한의계보다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는 한의계가 이 분야의 정책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며, 한의계의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반성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김재효 교수(원광대 한의대·사진 左)
2012년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당시 나왔던 얘기 중 진단기기의 적극적인 활용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의료영역에서 양방과 과학기술적인 문제로 부딪혔고 해결해보려는 시도를 해봤다.

법은 바뀌었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한의학은 전통지식이라는 굴레에 있다. 한의약육성법이 형성되기 이전 발생되는 문제에 사법부는 한의사의 편을 안 들어 준다. 대표적인 게 IPL이다. 고법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왜 한의계가 융합과 통합에 대해 우호적일까 생각해보면 근현대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술영역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마음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와 관련해 중의학의 황룡상 교수를 만나 들은 얘기다. 1950년대 이후 모택동은 중의학도 현대 의과학처럼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인적, 재정적 지원을 통해 중의이론과학화와 실험화시키는 연구를 대폭적으로 했다. 30~40년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실험의학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중의학을 기반으로 서양 의과학자 중에서 실험연구를 잘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학적인 면을 발굴을 하면 되는 것이고 중의학의 역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기술이 만나는 방식은 복합과 융합, 협력 세 가지가 있다. 진짜 융합의 의미는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풀기 위해 서로 섞여낼 수 있느냐다. 융합의 산물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 대표적인 융합의 사례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협업을 해서 만들진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이 제안을 풀기위해 또 다른 사람들이 섞여서 얇은 단말기 안에 모든 기능이 들어가게 하게끔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런 방식이 융합의 과정이다.

즉, 문제 해결을 위한 질문이 있어야 하고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모두 동원돼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보건산업진흥원 내의 한의약기술지원팀에서 이 사업을 맡게 됐다. 만약 양방 쪽에서 제안서를 냈다면 말 그대로 한방의 아이디어를 갖고 양방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또다른 현실적 난관은 양방의료진이 안 들어오려 한다는 점이다.

■ 인창식 교수(경희대 한의대·한의학미래포럼 대표)
법원에서 판단할 때 근거를 삼는 것은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다. 기존의 한의계가 만들어 유포한 논리가 한의사의 발목을 잡는 것이지 법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한방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학문적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 사회 강연석 교수
그런 문제 때문에 한의사 국가시험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향후 포럼에서 이와 관련한 토론회도 할 것이다. 김재효 교수가 새로운 지식이 창출돼야 한다고 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실현 방법을 이야기해달라.

■ 김재효 교수
현대는 근대화에 의해 만들어진 지식이 지배하는 사회다.
그것이 과학화이고 이 지식을 기반으로 100여년 동안 급성장한 의학지식의 토대에서 현대의학이 주류의학의 자리를 차지했다.

근대의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인 것 같다.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보완-대체 의학의 수요가 생긴 게 아닐까.

지금 우리는 문제해결 방식을 양방이 하는 것을 답습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서 현재까지 대부분의 연구개발은 일명 객관화, 과학화, 표준화라고 하는 양방이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그러한 방식이 성공이었다고 답변하지 못한다. 복지부나 진흥원의 내부평가를 보면 한의학에 대한 건 거의 실패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중국에서조차도 1950년 이후부터 2000 년대까지 막대하게 투자한 결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라고 한다.

사실 한방 R&D영역에서의 상당부분은 임상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그렇다고 임상의 현장 목소리가 전체 한의계의 모습이냐 하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 모습을 보면 난치성질환이나 중증장애 같이 양방에서 못 고치는 것을 한방에서 고쳐보자는 도전과제, 도약과제를 하는 것이다.

2만 한의사 중 1만6000명이 개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분들 모두 그런 질환을 주 종목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지금 한의사가 할 수 있는 건 뭔데?’라고 보여줄 만한 R&D가 없다. 이참에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개인적으로 한의씨앗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에 보물이 있다고 믿고 있는데 캐보면 자꾸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파고 파는데 지금 또 보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판다. 한의계 소재가 동이 났다. 100억원을 갖다 준다고 해도 신지식을 창출할 수는 없다. 뭘 해야 되는지 모른다.

소재는 결국 임상에서 찾아야 한다. 임상영역에서 스스로 증명 못하지만 소재를 발굴해서 물위로 끌어올려놓고 지금 말하는 연구개발을 동원하되 융합이라는 차원으로 양방의 진단기술 등을 끌고 와서 우리 옷에 맞게끔 맞춰야 한다.

몇 년 전 고주파온침의 개발을 완료했다. 사업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은 못한다. 당시 인허가 절차가 너무 타이트해서 개발은 했지만 식약처를 통해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고주파온침을 개발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뜸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해법을 찾기 위한 기술개발이었다. 새로운 개념의 한의학적인 열자극 요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신지식이 창출돼 특허도 받았으나 식약처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의학적 의미로 개발됐으나 현실에서 거부당했다.
신지식화 되지 않으면 융합이라는 말을 쓰기 어렵다. 신지식이 되려면 임상적으로 타당한 질문이 만들어져야한다. 그리고 R&D는 디펜시브(diffensive)하지 말고 어그레시브(Aggressive)해야 한다.

■ 송미덕 원장(경희한의원)
나라에서 생각하는 구도와 실제 융복합이 되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한의원으로 ‘소화불량의 모의환자 진단에 대한 리서치’를 하기 위해 한의사 한명과 본과 3년생 한명이 다녀갔다. 환자에 대해서 각종 설문지랑 환자의 증상을 동영상으로 찍어놓고 침구처방을 내리는 조사였는데 20명 정도 한의사의 진단결과가 다 달랐다. 어떻게 이런 결과로 융합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의료에 있어서 환자가 진단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할 때 어느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제시해주는 의사에 의해서만 융복합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의사나 양의사의 관점으로만 신경쓰게 된다.

또 한양방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외국인들보다 더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내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불가리아에서는 요구르트를 먹어서 장수한다는 것처럼. 융복합의 목적은 새로운 의료의 형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 정의민 연구원(한국한의학연구원)
4대 중증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은 융복합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등한 경험으로 공동연구가 돼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한쪽의 지배를 받는 연구가 되는 구조다. 한의원 단위에서 좋은 아이디어나 소스를 받아서 연구를 하는 것은 공감한다.

한의사가 치료했던 케이스를 말할 때 실질적으로 공감을 끌어내기엔 비논리적인 게 많다. 케이스를 뽑아낼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양방은 엑스레이나 방사선, 임상병리 등 모두 진단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부족하다. 한방에서도 변증 등을 양방에서 갖고 와서 기준에 맞게 쓸 수 있는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한방 안에서 표준화된 증례를 수집할 진료세팅을 해야 하지 않겠나.

■ 송미덕 원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연구를 자꾸 창출해서 우월한 부분을 주장해야 한다.

■ 이상용 원장(익산한의원)
융합 복합 그동안 많이 연구했을 텐데 아직 멀었다. 어려운 부분이 많다.

■ 이혁재 원장(성북구 민들레 한의원)
개인적으로 임상가로서 답답한 부분들을 복지부에 질의 한 적이 있다. 한의사가 쓸 수 있는 의료기기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 환자가 왔을 때 감기인지 폐렴인지 알기 위해 청진기를 쓴다든지, 전자식 체온계를 쓴다든지 이런 것들이 과학적인 치료방법이 되면서 불법의료행위가 되는지 등 어디까지가 한의사가 할 수 있느냐가 궁금했다. 또 환자들이 MRI나 엑스레이 사진 등을 갖고 와서 진단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질의를 했었는데 일단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진단이나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쓸 수 있고 치료의 목적이 아닌 한방으로서 점검하는데 쓸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 또 의학적 검사들을 할 수 있냐는 물음에는 법원의 판례를 봤을 때 학문의 근본이 어디인가 따져야 된다는 답변이 왔다.

의료인으로 한의사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어느 정도인가 고민을 많이 하고 한의학이라는 정체성 찾기가 먼저 돼야 한다.

약사들과 의료분쟁을 했을 때 한의사들 스스로 한방은 양방과 통합될 수 없다는 주장이 팽배했었고 지금도 많이 공유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 스스로 융합에 대한 모순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본질이 다른 학문과의 융합’ 등 내부적 입장정리가 된 이후 융복합의 얘기가 나와야 할 것 같다.

■ 사회 강연석 교수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일단 법원의 판결을 최대한 인용한다. 그간 여러 소송에서 나온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법원 판단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인데, 첫째는 한의과대학 교육과정 안에서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 물어본다. 엑스레이나 CT, IPL 등의 장비를 활용하는 것이 교육과정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현재 법원의 판단이다. 둘째는 그 이외의 것들 이를테면 침습적이지 않은 것,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것 등은 한의사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관점에서 이혁재 원장님의 유권해석 질의도 유추해볼 수 있다.

■ 김세욱 원장(노원구 민들레 한의원)
융복합이 가능하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는데 오늘 얘기를 듣다 보니 반대로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이명철 원장(해울한의원)
한의학의 학문적 기반이나 기술적 기반이 너무 약한 게 아닌가, 또 그것을 건너뛰고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적 기반이 강하면 양방을 설득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산업적인 기반이 커질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의학에 있어서 우리보다 중립적 입장이기 때문에 한의약 시장이 커졌다. 일본은 양의사도 한약을 위주로 쓰다 보니 쯔무라 등의 매출액이 커졌다.

우리의 기반은 너무 약하다. 그런 상황에서 뭔가를 빨리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외국에도 좋은 한의학적 논문이 있는데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양의사는 보건의료연구원 등을 통해 새로운 논문을 보고 시스템리뷰를 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노력해 국민들과 산업계 등에 설득력 있게 다가가고 있다.

■ 사회 강연석 교수
5년 전과 비교하자면 우려스런 부분도 있고 좋아진 부분도 있다. 한경주 팀장님 말씀처럼 한의계 내에선 인력 양성이 잘 안 되고 있는 부분이나, 의료를 복지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되도록 뒷받침하는 R&D 철학을 갖고 있는 부분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협진은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아져야 하지만, 건강보험재정 악화를 막아야 하는 것과는 또한 상충되는 정책이기도 하다.

반면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매우 빠르게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또 한양방 연구자들이 공동 사업제안을 해야 한다는 R&D 시스템을 만든 것은 5년 전에 비해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30억이나 증액된 한양방융복합연구에 많은 한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적극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정리=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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