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엔 한의사 없어…침구사와 한의사 구별해야”
상태바
“보스톤엔 한의사 없어…침구사와 한의사 구별해야”
  • 승인 2014.02.27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chhong@http://


인터뷰:박종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 ‘최근 보도된 미국내 한의사 실태 기사를 보고…’

최근 모 종합일간지에 한의학 관련 미국 현지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를 읽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UNC) 주립대학교 재활의학과 교수로 현지에서 강의 및 임상 진료를 하고 있는 박종배 교수(47·사진)가 의견을 전해왔다.


“지난해 한의학 논문 수 ‘35편’… 턱없이 적게 보도
 인구비례로 봤을 때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

 

▶의견을 보내온 계기는 무엇이었나.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지난 8일 모 종합일간지 사회면에 미국 현지 특파원이 쓴 아래 기사를 읽어보라고 알려줬다. 구글에서 ‘동양의학 중국의학’이라고 찾으니, 이 기사가 맨 위에 뜬다. 그 머리기사는 이러했다.
“美, 병원마다 한의사 초빙 / 양의사·한의사 머리 맞댄 통합의료센터 빠르게 확산 / 전 세계 전통의약 시장… 내년 122조원 규모로 성장/
중국 한의학의 獨走 / 中 한의학 브랜드 ‘TCM’ 세계 의학계 공식단어로 써 / 중국 침·뜸 등 의약품도 지난해 23억달러어치 수출/
한국, 설 자리 없다 / 법적 제한·양의사와 갈등에 세계시장 出戰조차 못해 / 작년 中논문은 2430건 발표… 한국 한의학은 35건에 불과”  

▶기사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이 기사 가운데 ‘한의사’, ‘중국 한의학’, ‘한국 한의학(Traditional Korean Medicine)논문 35건’, ‘오셔 통합의학센터의 … 한의사 두명’, ‘중국 출신 청샤오밍 박사’를 읽으면서, 나는 종합지 기사의 사회적 공신력을 의심하게 됐다. 역사에 미칠 나쁜 영향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신문의 성향과 독자들의 기호, 그에 맞는 가치관을 모두 존중한다. 그러나 기사의 정확도가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런 기사를 확인하여 고치지 않고 영원히 둔다면, 역사의 왜곡이 아니고 무엇일까 하여 아래에 내 의견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
침사 또는 침구사(Licensed acupunctu rist)를 시간제나 전일제로 고용하는 병원들이 늘어가고는 있다. 그러나 이를 ‘한의사’라고 한국의 유력 일간지가 보도하면, 주된 독자인 한국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보고 겪는 한국의 한의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보스톤엔 한의사 면허가 없다. ‘Licensed acupuncturist’는 침구사라 부르고, 한국 한의사도 미국에선 침구면허를 가지고 진료하는 현실을 바로 전할 때 한미 사회에 활동하는 한의사와 침구사들의 교류도 바른 길을 찾을 것이다. 나아가서 독자들과 일반인을 혼돈시키지 않는다.

▶전통, 중의학, 한의학이라는 용어는 어떻게 쓰는 게 좋겠는가.
‘중국 한의학’이라기 보다는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나 ‘Chinese Medicine’에 어울리는 ‘중국 전통의학’, ‘중의학’이 알맞고, ‘한의학’이나 ‘한국 전통의학’이 바람직하다. 전통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살아서 발전 변화하는 의학을 박제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전통’이라는 말로 가두려 하지 말고 그냥 ‘한의학’이 더 어울릴 것이다. 아직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그가 만든 용어를 쓰는 서양의학을 왜 ‘서양전통의학’이라 하지 않고 ‘의학 (Medicine)’이라고 하는가.

▶기사에서는 한의학 논문 발표 건수가 현저히 적다고 했는데.
“미국 보건원이 주관하는 의학문헌 포털 ‘퍼브메드’에 따르면 지난해 ‘TCM’이란 단어가 들어간 학술지 논문은 2430개가 발표됐다. 2004년(494건)의 5배 늘어난 수치다. 한의학(韓醫學)을 뜻하는 ‘Traditional Korean Medicine’에 관한 논문은 지난해 35건이었다’라는 문단을 읽고는, 지난해 내가 기억하는 한의학 논문들만 해도 35편은 넘는 것 같아, 10일에 직접 똑같은 ‘퍼브메드(PubMed)’를 검색하였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2013년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OR “Chinese Medicine” OR “TCM” 4365편, “Traditional Korean Medicine” OR “Korean Medicine” OR “TKM” 221편. 한국 한의계를 맹목적으로 편들고 싶지는 않지만, 열심히 하는 동료 한의학자들의 의기가 꺾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 안에 사는 인구(13억5000만명)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 사람(5000만명 가량)과 문화의 영향을 비례해서 본다면, 한국의 한의계 연구도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다고 판단한다. 다만 연구의 질적 향상과 국제적 한방의료산업으로 연계시키는 경영이 절실히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미국 병원의 한의사 초빙 현실은 어떤가.
하버드의 오셔 연구소에서 몇 년 임상 연구를 한 적이 있기에, 오셔통합의료센터도 조금은 안다. ‘브리검&여성 병원’, 정확히 말하면, 하버드의대 제휴병원인 이곳에서 진료한다는 ‘한의사 두 명’은 청샤오밍(Xiao Ming Cheng, L.Ac.)과 린다 단지그(Lynda B. Danzig, L.Ac., M.Ac.)이다. 청샤오밍 선생은 상해중의학원을 나와서, 미국의 침구사 면허로 진료하는 분이고, 린다 단지그는 New England School of Acupuncture를 졸업한 침구사이다. 이 분들을 ‘한의사’로 칭하면 정작 한의사로 불려야 할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 게다가 박사학위를 받은 적이 없는 청샤오밍 선생을 박사로 부르는 근거는 무엇인가.

▶기사의 반향이 컸는데 한마디 해달라.
이미 공개된 기사는 마치 엎지른 물과 같을지 모르지만, 잘못된 사실이라면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급변하는 세계 의료산업대열에 제대로 끼지 못하는 한국 한의학과 한의계를 향한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기사를 쓰게 만든 동기일 것 같아 한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실에 기초한 기사를 쓰기 위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확인하는 노력을 좀 더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 인터뷰가 독자들의 오해를 막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