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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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고?
  • 승인 2014.02.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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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도서 비평 | 과잉 진단
며칠 전 인터넷으로 조간신문들을 훑어보다가 “갑상선암 환자 왜 많은가 했더니…”라는 헤드라인을 접했습니다. 흔하디흔한 낚시성 문구였고 답 또한 빤히 짐작되었지만, 제 전공과목에 관한 거라 낚일 각오하고 클릭했지요. 예상대로 갑상선암이 10년 넘게 매년 20% 이상 증가하는 원인은 완벽한 건강에 대한 과대한 집착·욕망과 무분별한 건강검진체계 때문이라는 강한 비판이 실려 있었습니다. 사실 양방 의사들이 일종의 자아비판 형태로 토로해서 그렇지, 솔직히 말해서 과잉 진단이라는 뜻이지요. 어라,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과잉 진단(Overdiagnosed: Making People Sick in the Pursuit of Health)’을 소개하면 되겠네요?
길버트 웰치 著
홍영준 譯
진성북스 刊

‘과잉 진단’은 ‘질병위험 평가 및 소통’ 분야의 미국 내 전문가로 손꼽히는 길버트 웰치(Gilbert Welch)의 작품입니다. 거의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꽤 두툼한 책인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딱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서양의학에서 당연시하며 행해지는 각종 검사에 따른 진단들이 대개는(그는 ‘대개’를 90% 이상이라고 정의합니다)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드는 과잉 진단이라는 것이지요. 한국어판 서문의 “건강을 유지하는 최상의 비결은 암 등의 질병을 미리 발견하는 것이다. 아울러 암 등의 질병에 가장 빨리 걸리는 비결은 선별 검사(screening test)를 받는 것이다”라는 두 문장과도 일맥상통하지요. 조기 진단의 중요성과 가치를 부정하는 의사를 맞닥뜨려 적잖이 당황스럽습니까? 의구심 가질 필요 전혀 없습니다. 그가 외래 진료 현장에서 직접 겪은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통계치(무려 30년 동안의) 등을 보노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지은이의 주장이 어찌나 명쾌하고 논리적이던지, 저는 이걸 읽고서도 현 서양의학 건강검진의 폐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는 앞으로 절대 말을 섞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답니다. 어떤가요? 무조건 일독해야겠죠?

책은 논문마냥 서론·12장의 본론·결론·미주의 순서로 구성되는데, 내용은 거의 전부 현 서양의학 진료 체계의 해악입니다. 물론 저자는 오늘날 만연하는 검진에 따른 진단이 너무 지나친 건 아닐까란 건강한 회의주의적 시선으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골다공증·전립선암·유방암 등 각종 질병에 대한 실상을 수많은 논문들을 검토하며 낱낱이 파헤쳐 봤을 뿐입니다. 그 결과, 선별 검사에 따른 조기 진단은 득보다는 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많더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지요. 오죽하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증진시키는 최선의 비결은 조기 진단이 아니라 오히려 어렸을 적 할머니의 말씀 - 담배 피우지 말고, 과일·채소 많이 먹고, 나가서 놀아라(곧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라) - 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했겠습니까?

삶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 데 진정 중요한 것은 서양의학적 질병의 유무보다는 한의학적 건강의 여부임에 확실합니다. 이 명명백백한 이치를 거듭 확인시켜주는 이 책을 모쪼록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값 1만70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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