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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선택’, 어떻게 볼 것인가
한의사 정창운의 ‘진화와 의학’ <4>
2014년 02월 23일 () 11:07:27 정창운 mjmedi@mjmedi.com

이쯤에서, 진화론의 핵심이 되는 ‘자연선택설’에 대해서 정확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흔히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를 통해 오도되는 경우가 많은 진화이론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 혹은 집단이 계속해서 살아나가며, 그렇지 못한 개체는 벌을 받아 결국 사멸하게 된다는, 19~20세기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논리로 악용된 부분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 이론에 대한 자의적 평가가 분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과학을 끌어다 자신의 사상을 객관적으로 보이고 싶어한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현상과 이를 다루는 학문인 과학은 인간 사회의 윤리·도덕과는 별개로 보아야 하지만, 당시에도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러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당시 제국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또 다른 학문인 골상학의 방법론도 많은 사실의 관찰과 그에 따른 이론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과학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 (나중에는 사이비 과학으로 밝혀지지만) 하여 그러한 음울한 이론의 이미지가 더 짙게 드리워진 바 있다.

한편, 인문사회학 분야에 있어서도 이 자연선택을 근간으로 하는 진화이론에 대해서는 대단히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물론 일부분은 과학이 과거 인문사회학이 다루고 있던 분야를 직접적으로 다룸에 따라서 벌어지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베르그송의 생기론 철학과도 같이 더 이상 과학으로 보기 어려운 이론들이 인문학 분야에 남아 여전히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나름의 의의는 있겠으나, 과학은 사라져도 그 철학은 남아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것 역시도 진화이론의 올바른 이해라고 할 수 없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전개된 사회생물학의 궤적을 보면 참으로 선을 긋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자연선택이란 무엇인가? 주어져 있는 환경에 대해서 가장 포괄적으로 잘 적응하여 번식에 유리한 개체의 유전자는 전체 종의 풀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점차 그 비중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진화라는 말에 있어서 進이 앞서나간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실제로는 변화에 가까운 것이 진화와 자연선택이다.

이 자연선택의 핵심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개체들이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은 이미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대중서를 통해 잘 알려진 바다. 사실 이 자연선택은 찰스 다윈에 의해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서, ‘인공선택’ 즉, 인위적인 선택과 대비되어 자연을 통해 일어나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한 용어였다. 우리 동양 고전에 ‘천지불인’이라는 말과 같이 어떠한 윤리, 도덕이나 문명의 높고 낮음 등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많이 복제하여 살아남는 개체가 남는 것. 이것이 자연선택의 요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흔한 반론은 어떻게 해서, 초기의 원시 복제자들, 최초의 생명체들이 지금과 같이 막대한 다양성을 띤 생물체들로 변화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것인데, 이는 한쪽 벽이 막혀있으면, 결국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진화현상에 기여하는 것은 자연선택뿐이라고만 할 수는 없고, 특히 인류의 경우 의학 분야에 있어서는 다소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할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나라는 개체, 그리고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이 장구한 생명의 역사의 결과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정 창 운

근거중심의 한방진료확립에
관심이 많은 초보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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