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직면한 의료개혁 과제: 공공성 확보와 의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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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직면한 의료개혁 과제: 공공성 확보와 의료통합
  • 승인 2014.02.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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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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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최근 의료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원격의료,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및 법인 약국을 허용하겠다고 하자 보건의료 6개 단체가 지난달 27일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한의협의 김필건 회장은 취지 발언에서 ‘국민을 위한 공공재로 남아야할 보건의료 분야에 정부는 자본의 투자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이 정책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국민도 의료인도 아닌 자본가라는 것이 명백한 사실임에도 정부는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용과 복지 그리고 의료개혁은 중요한 이슈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경제민주화가 후퇴하고 있고, 공공과 의료분야에서 민영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대선과정에서는 민주당과 비교해 재정이 걱정될 정도로 공공성 강화와 복지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안면을 바꿨다.

요즘 민영화 저지를 위한 싸움에는 노동자와 중소 자산가가 따로 없다. 철도노동자, 노동자단체들과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는 물론 한의사협회까지도 민영화 저지를 이야기 하며 함께 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에서 촉발한 공공성 문제가 의료분야까지 넓혀지면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하여 전문직과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보건산업진흥원장을 공모하였는데 이 과정에서도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다. 정부정책에 반대하여 자해소동까지 벌이며 강력하게 반발해온 의협 회장은 물론 치협 회장까지도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정기택 교수의 지원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 교수는 보건의료산업의 강화로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영리병원 허용, 병원경영지주회사의 활용방안과 확대, 병의원 네트워크의 활성화, 건강보험에서의 민간보험 활성화 등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시장주의 학자이다.

특히 최근 의료계 최고 이슈인 원격의료와 병원의 자회사로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문제 등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사람이며,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국민의 건강권을 기본권인 사회적 권리로 인식하기보다는 의료산업으로 장사로 경도된 인식을 하는 데 있다. 우리는 작년 경상남도가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로 바뀌면서 진주의료원 폐쇄를 가져왔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고용과 복지가 취약한 우리 사회의 경우 의료의 공공성을 경시하고, 장사의 한 형태로 자본시장에 편향되게 인식한다면 커다란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4일에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주최하고 의료리더십포럼이 주관한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의 평가 현황 및 교육과정 통합을 위한 과제’ 토론회가 있었다. 박인숙 의원은 1년전 YTN 뉴스에 출연하여 시급한 의료개혁과제로 의사 면허국 신설과 의료일원화라고 주장하면서 관심을 끈 바 있다. 최근에는 부실 의대 퇴출과 일원화를 위한 교육과정통합에 관심을 두고 있다.

2009년에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복수면허자의 의원동시개설이 가능해졌고 병원에서 의·치·한의학 영역의 협진이 가능해졌다. 의료일원화 혹은 통합을 위한 기반 조성 단계로 제시하고 있는 교육과정에서의 통합연구가 활발히 진행이 되고 있다.

최근 경희대 윤태영교수가 발표한 교육과정 및 학습목표에 대한 분석 연구를 보면 총 4776개의 의과대학의 학습목표 중 86.7%에 해당하는 4142개가 50% 이상의 학생들이 한의과대학에서 교육한 내용과 일치한다고 답하였고, 한의과대학의 학습목표 중 67.2%에 해당하는 3208개가 70% 이상의 학생들이 의과대학에서 교육한 내용과 일치한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의학과 한의학 교육과정의 통합을 통하여 의료 통합 혹은 한양방 일원화로 가자는 주장은 가장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방법이 되어 가고 있다.

토론 발제에서 의학교육평가원 임기영 아주대 교수는 우선적으로 통합교육과정을 전제로 의사와 한의사를 통합한 하나의 의료면허제도를 제안하였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동종요법의사들과 의사들의 통합과정을 설명하면서 의사제도를 통합하자고 제안하였다. 또한 현재의 한의과대학은 세계의사연맹이 요구하는 국제적인 의학교육인정기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의과대학으로 전환하거나 통합하자고 주장하였다.

이 시간 한의학 교육의 내용과 질에 대해 고민이 커져가는 지점에 서 있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고민의 깊이가 더 깊어만 간다. 사실 한의과대학의 교육여건은 실제로 열악하며, 최소한의 양적 기준을 만족하는 대학도 많지 않다. 한의과대학 교육현황 제6집(2011~2012)에 근거하면 상지대의 교수학생비율은 1: 16.5이며, 대구한의대는 1:14.5이고, 세명대는 1:12.7이며, 동국대도 12.5명이나 된다. 가천대가 6.9명으로 가장 나은데 이는 정원이 30명으로 적어 전체 교수가 25명인데도 한의대 중 최고이다. 기초나 임상 교원의 최소인원을 못 채우고 있는 대학도 여럿 있다. 부산한의전은 1:4.5명이다. 최근 퇴출대상 의대로 지상에 오르내리는 서남의대도 기초교수 16명과 임상교수 31명으로 47명의 교수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지난 2012년 의료법 개정으로 2017년 이후에는 한의과대학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인증을 통과한 대학 졸업생들만이 한의사면허시험을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의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교육이다. 한국 의료제도 개혁과 미래는 의료 통합에 달려 있으며, 이는 통합교육에 기반 하여 설계될 것이다. 한의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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