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학 실습…보건소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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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의학 실습…보건소 가다
  • 승인 2014.02.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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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mjmedi@http://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조 영 훈
꿈꾸는 마법사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http://blog.naver.com/pnukmed10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4학년 1학기말, OSCE 시험(매 5분마다 6번의 술기 시행, 15분의 침구술기 시행, 30분의 제제술기 시행)과 CPX 시험(매 10분마다 3번의 모의 환자 대상으로 시행)을 치르고, 일주일간의 ‘지역사회의학실습’을 하게 된다. 복지관 및 보건소 등지에서 실습을 하게 되는데, 우리 조의 경우는 보건소에서 실습을 하게 되었다.

우리 조에서 진행된 ‘지역사회의학 실습’은 양산보건소와 가정방문으로 이뤄졌다. 실습내용은 보건소에 등록된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지역주민의 건강조사 ▲지역의료 수요 분석 ▲건강에 대한 인식과 형태 조사 (설문지조사) ▲보건소 건강증진프로그램 참관 및 가정방문 수행 등에 관한 것이었다. <사진 1 참조>

당시 실습하면서 느낀 점을 간략히 옮겨 볼까 한다.

첫째 날의 ‘지역사회의학 실습’은 양산시 보건소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 및 오리엔테이션과 견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진 1>'지역사회의학실습'이 이뤄진 양산시 보건소

둘째 날의 오전 실습은 한방가정방문으로 진행됐다. 공중보건의 한의사 선생님과 함께 한방가정방문이 이뤄졌다. 모두 초진이어서 기본적인 초진 진료기록부 작성 및 일반적인 건강상태에 관한 설문조사와 더불어, 사상체질진단 설문지인 QSCCⅡ의 설문도 이뤄져서 꽤 시간이 걸렸다. <사진 2 참조>
네 군데 가정방문이 이뤄졌다. 모두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였다. 대부분 독거노인으로 고령이어서 그런지 모두 허리, 어깨, 무릎 등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했고, 혈압도 다들 높은 편이었으며, 한 할머니의 경우에는 혈당 수치도 꽤 높았다.

QSCCⅡ 사상체질진단 설문지를 직접 묻고 대답을 들으며 설문을 해 보고 느낀 점은 설문지 문항이 너무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너무 많은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연세가 높은 어르신들에게 직접 묻고 답변을 듣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번거롭고 유의성이 높지 않은 문장과 문항들이 있었다. QSCCⅡ 사상설문지뿐만 아니라 일반 건강관련 사항에 대해 묻는 설문지 또한 보건소 가정방문에 특화되거나 아주 쉬운 문장으로 구성된 문항의 설문지가 개발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가정방문은 혈압체크, 혈당체크, 건강상태에 관한 설문조사, 사상의학 체질진단 설문지 작성, 침구치료 등이 이뤄졌다. 매주 화요일마다 총 5회 한방가정방문이 이뤄지고 있었다.
<사진 2> 보건소 의학실습 둘째날-한방가정방문

오후에는 ‘건강백세교실’이라는 양산시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관하였다. 경로당 등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노인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건강관리법 소개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 가볍게 할 수 있는 맨손체조와 같은 운동이 곁들여져 있었다.

건강관리에 대한 한방적인 이야기도 간간이 소개되었으며, 우리가 늘 접하고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다가왔다. 일반인들에게, 특히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한방적인 이야기들, 한방건강관리법을 소개할 수 있구나 하고 다시금 깨달았다. 참고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셋째 날의 오전 실습은 재활가정방문이 이뤄졌다. 대상은 양산시에 있는 주로 뇌병변 등 장애 판정을 받은 여러 중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전날의 한방가정방문과 동일하게 혈압 및 혈당체크가 기본적으로 이뤄지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건강 체크와 함께 재활치료에 필요한 물품들도 지급되는 중요한 보건소 업무 중 하나였다.

물리치료사와 함께 재활가정방문이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인데, 안타깝게도 보건소의 물리치료사의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양산시 보건소의 경우, 재활가정방문은 대개 세 달에 한 번씩 재방문이 이뤄지는데, 300가구 이상의 곳을 보건소에 있는 담당 간호사 혼자서 맡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보건소 안의 여러 재활 프로그램 업무도 함께 관장하고 있어서 힘든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가정방문을 홀로 도맡아 하고 있는 담당 간호사는 너무도 열정적이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모자 모두 장애 판정을 받은 곳이었다.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인해 거동을 못해 침상 생활을 하고 있었고, 아들은 어머니만큼 심한 장애는 아니었지만, 다리가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으로 어머니를 보필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손님이 오셨다고 차나 먹을 거라도 대접해 드려야 하는 건 아니냐면서 우리를 연신 챙겨주시는 모습에, 부족함 가운데서도 넉넉함과 주위를 살피는 여유와 배려를 가져야겠다고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다짐해 본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긴 침실생활로 욕창이 생긴 지 오래되어서 안타까웠다.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었지만, 임상적으로 욕창 관리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2주일마다 한 번씩 복지관에서 목욕을 하게 되는데, 그 때 욕창 부위가 갈라지면서 고름이 나온다고 말했다. 욕창 관리 내지 감염 문제, 감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복지관에서 목욕 봉사 등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활동들은 고무적이긴 하지만, 위생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많이 주의를 기울이고 철저할 것이라고 예상은 되지만, 자칫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다. 보건소나 복지관 등에서 보호자나 자원봉사자, 그리고 해당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정기적이고 꾸준한 위생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재활가정방문을 하면서 계속 느낀 것이지만,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바우처 제도라든지 종교 단체 등의 도움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복지라든지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관심 가지는 계기가 됐다.
재활가정방문의 여러 장애인들이 변비나 설사와 같은 증상을 대다수 호소했다. 근골격계 질환 및 증상도 거의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 한방적 치료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생활과 관련된 생활 지도도 참 중요했다. 실제로 식생활에 관한 조언을 해 드리기도 했는데, 계속 느끼는 거지만, 잘 먹고 잘 자고 잘 누기만 해도 건강은 잘 유지된다. 반대로 잘 못 먹고, 잘 못 자고, 대소변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건강하지 못하고, 이것이 해결되지 못하면 어떠한 약이라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전과 오후 재활가정방문 전후로 해서는 보건소를 방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의학 실습’ 조별 보고 및 발표와 관련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현재 폐렴 예방 접종기간이어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러 어르신들과 별 어려움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색다른 나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불어 나 또한 정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이나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하고 싶고, 학문적인 일보다는 새롭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재밌고 나에게 맞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 ‘지역사회의학 실습’을 가볍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비중을 덜 둔 실습이었는데, 오히려 소중한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기뻤다. 진작 이런 실습을 경험했으면, 신선한 자극이 되어 향후 학습 효과도 상승하고, 자신과 타인, 사회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넓혀, 차근차근 새롭게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실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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