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국가사업, 한의계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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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국가사업, 한의계가 나서야 할 때다"
  • 승인 2014.02.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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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강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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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원광대 교수 특별기고 : ‘치매 치료를 한의학으로…’ (1)

 

전세계적으로 21세기 보건의료의 중요한 화두는 바로 치매이다. 최근 치매가족 동반자살이 신문 사회면에 크게 보도되면서 다시 한 번 치매의 국가·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 유병률은 노인인구의 10% 정도로 57만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고 2025년이면 치매 100만명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를 보면 프랑스는 155년, 일본은 36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26년 만에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나이가 많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치매환자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의식에 따라 국가적으로도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치매종합관리대책’을 수립, 추진하여 실질적으로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장기요양보험을 실시하였고, ‘치매관리법’이 2011년 8월에 제정되어 현재 중앙치매센터를 두고 지역치매센터와 연계하여 치매환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국가 치매관리사업에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한의계가 빠져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치매관리법에 명시되어있는 국가치매관리위원회에도 한의계 인사는 없고, 국립치매센터 전문위원에 의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보건학, 작업치료학, 법학 분야의 전문가 20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의계, 혹은 관련 한의학회가 없는 실정이라 정책적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치매는 임상에서 만성적 경과 중에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고, 임상적, 가족치료 부분에서도 더 만족도가 높지만 국가 치매정책에서 한의사들의 참여가 제한되어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재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눈이 보이지 않는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이 어떻게 치매환자를 관리하고 있는가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 필자 일행이 일본 국립정신병원을 견학했을 때 일본에서는 치매의 대표적인 인지능력 개선제인 아리셉트 처방약보다 억간산이라는 한약제제를 더 선호한다고 하였다. 만성적인 경과를 밟을 수밖에 없는 치매환자에게 부작용이 없고 뇌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닌 신체적인 접근을 병행하는 한약제제가 약효부분에서도 우수하다고 하였다. 치매의 한약제제에 대한 임상시험연구가 많이 보고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 한의계에서도 2008년 이후 치매 치료제로 IND 허가를 받은 품목이 육미지황탕가미(경희대), 장원환가미(원광대), 총명탕가미(대전대), 소합향원가미방(동국대) 이렇게 4개나 된다. 이 모두 한의과 대학 교수 연구팀들이 주축되어 개발한 한약제제로 임상에서 효과 있는 것을 기본 처방으로 하여 개발한 약물들이다.

치매는 발병이전의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한의학은 치매 이전의 건망,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적극적인 치매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 실시로 요양원, 요양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한의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신체기능 중심의 등급판정에 따른 인지저하로 인한 돌봄이 필요한 치매환자의 소외뿐만 아니라, 실제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치매환자 중 30%만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한 장기요양서비스 환자나 가족들로부터 의료의 질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한의학의 우수한 치료기술인 한약, 침, 뜸, 부항치료와 가족치료, 기공, 향기치료 등을 결합한 치료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제도를 활용한 새로운 치매치료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국가사업으로 연계할 필요도 있다.

최근 정부가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또한 별도로 ‘치매특별등급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시범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에, 늦었지만 한의계를 포함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이상의 정책적 소외가 없도록 협회와 학계 그리고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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