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18 「南宦博物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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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18 「南宦博物誌」 ②
  • 승인 2014.01.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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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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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에서 약초를 키우자

이 책에서 風俗을 기재한 誌俗편을 보면 제주에는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고 기록하였다. 제주 섬에는 육지에 비해 질병이 적어서 일찍 죽는 사람이 없고 나이가 80∼90세에 이르는 자가 많다고 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저자가 제주민에게 물으니 “옛적에는 120살 산 사람도 많았는데, 1695∼1696년 전염병으로 거의 죽었다”라고 하였다.

당시 노인을 위해 베푼 잔치에 온 사람들의 나이를 물으니 102세가 1인, 101세가 2인, 90세 이상이 29인, 80세 이상이 211인이었는데, 근력이 장건하여 노쇠한 기세가 거의 없었다고 하니 대단히 장수를 누렸던 지역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황제내경」에 등장하는 상고시대의 이상적인 삶이 역사상의 실제로 존재했던 것일까?

◇「남환박물지」

 

 


그런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색다른 풍속이 전한다. 마을사람들은 늙어서 병이 들어 오래 낫지 않고 위독하게 되면 자녀들이 경건하게 정성을 들여 기도한다. 만약 낫지 않으면 귀신에게 속히 죽음에 이르도록 소원을 빌고 오래 고통스럽지 않게 되기를 기도하는데, 이와 같은 것을 모두 효성이라고 칭송한다. 이러한 풍속에 대해 철저히 유학자의 입장에 서있던 저자는 “이것은 야만의 풍속이 다 변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자율적인 죽음선택을 권장해야하는 마당이라 이러한 풍습이 그저 효만을 강조하던 시대의 미신적인 유습이라고만 여길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당시 제주의 의료현실을 전해주는 언급이 있으니 父老 중에 지식을 아는 자들이 연달아 찾아와서 말하길 “淫祀는 이미 없앴으니 醫藥에 힘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의 審藥은 약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진실로 충실한 자를 임명해 보내 주셔야만 하니, 원컨대 이런 뜻을 조정에 알려 醫理를 좀 익히 아는 자를 보내주시면 오래 쌓인 폐단이 제거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아마도 당시 제주에 의약을 제대로 아는 자가 드물었고 이렇듯 참담한 현실이 더욱 더 미신적인 풍습에 얽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과수에 대해 말한 誌果편에 보면 제주 각지의 果園을 기록하고 귤의 품종을 기재하였는데, 靑皮를 만드는 靑橘과 陳皮를 만드는 山橘을 기재하고 있다. 또 구충효과가 있는 榧子와 설사를 치료한다는 菩提實, 내륙에서 여자들의 냉, 대하를 치료하는데 약으로 쓰이는 으름덩굴[林下夫人]과 유사한 燕覆子[멍]가 기재되어 있다. 이 식물은 물가에 사는 수변식물이어서 두 가지 모두 생김새가 비슷하고 生育環境도 유사해 대체약물로서 적극 고려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誌藥편에는 제주에서 나는 약재가 기재되어 있다. 鹿茸, 松寄生, 桑寄生, 香??, 진피, 청피, 치자, 회향, 팔각향, 영릉향, 안식향, 지각, 지실, 후박, 고련근, 해동피, 畢澄茄, 石斛, 無患子, 蜀椒, 杜??, 天門冬, 麥門冬, 香附子, 蔓荊子, 半夏, 石鐘乳, 白蠟, 石決明, 五味子 등이다. 이 가운데 반하와 향부자는 지금도 제주 특산약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오미자도 그 품질이 뛰어나 당대 조정에 진상품으로 건의할 정도였으니 풍토가 달라 특출한 약재가 났던 것이다.

특별히 오미자에 대해서는 “몸체는 山葡萄만 하고 빛깔은 붉으면서도 검다. 조금 시지만 맛이 매우 달아서 絶味라고 일컫는다”고 하였다. 아울러 「본초강목」에서도 “조선에서 나는 것이 좋다”고 했으며, “맛이 단 것을 상품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그는 또 「濟州風土錄」을 인용하여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은 열매가 자줏빛이면서 작고, 맛이 매우 신데도 오히려 본초강목에서 귀중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으니, 제주 땅에서 나는 것은 반드시 천하에서 최고임을 의심할 바가 없다”고 하였다. 이렇듯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장수마을에 노인들이 가꾸는 약재재배 단지를 조성하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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