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현실의 문제를 생생히 전달하다
상태바
한국 의료 현실의 문제를 생생히 전달하다
  • 승인 2014.01.16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도서 비평 | 개념의료
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직 설이 지나지 않았기에 푸른 말띠 해의 갑오년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아무튼 해가 바뀌었습니다. 모두들 벽면의 달력을 새것으로 바꿔 달면서 이런저런 각오를 다지셨을 텐데, 저 또한 여러 가지 포부를 품었답니다. 물론 가장 큰 목표는 올해도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다독·정독하는 것으로 삼았습니다. 매 연말이면 괜히 마음이 분주해지면서 언제나 책읽기가 소홀해지곤 하거든요.
박재영 著
청년의사 刊

‘개념의료’는 지난 달 병원에서의 조촐한 송년회 때 옆 자리에 앉은 후배 교수로부터 건네 들은 책입니다. 저자는 신문 ‘청년의사’의 편집국장까지 역임했던 박재영이라는 의사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주된 내용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적나라한 현실인데 무척 흥미로웠다고 하더라고요. “고∼뤠∼?”라고 답하며 관심을 표명했고, 다음날 부랴부랴 책을 주문해 부리나케 읽었습니다. 과연 후배 김 교수의 평가대로 흥미진진한 글이더군요. 한의계와 관련된 분량이 코끼리에 비스킷 정도라서(지은이가 의사이므로 당연하겠지요?) 좀 아쉬웠지만, 뭐랄까 한국 의료계의 상세하고도 체계적인 조감도를 본 느낌이었습니다.(김 교수, 캄사! ^^)

책은 크게 3부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실타래마냥 얽히고설킨 현 의료계의 실상을 파헤쳤고, 2부에서는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과정을 밟아온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과거를 기술했으며, 3부에서는 보다 나은 미래의 보건의료를 위한 여러 가지 과제를 제시해 놓았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이 책의 1부를 통해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장단점을 처음으로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고유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결합된 우리 의료의 현주소도 그나마 좀 이해하게 되었고요.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와 의약분업의 명암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2부도 무척 알찼습니다. 한약사라는 새로운(?!) 직능단체와 공존하면서 제도권 의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이야기들이었거든요. 3부 또한 허투루 읽히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혁명에 따라 의료의 패러다임이 시시각각 달라질 머지않은 미래에, 한의계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적극 공감한 내용들이 적지 않은데, 가장 좋았던 것은 학문으로서의 의학은 과학의 영역에 속할지 몰라도 의료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에는 문화적 배경이 많이 작용한다는, 곧 “의료는 문화다”라는 사실에 대한 적시였습니다. 인문학 책을 즐겨 읽는 제가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레몬으로는 레모네이드를 만드는 게 최선이다”라는 경구를 인용한 부분도 아주 좋았습니다. 의료인들 역시 인간관계에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진솔함을 바탕으로 환자를 마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협회에서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하겠지만, 저는 여전히 첩약 의료보험에 대한 재논의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에,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제도권으로부터 소외되어서는 더욱더 발전하기 어려우리라 여겨지는 까닭입니다. 모르긴 해도 협회 임원진들이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정도는 속속들이 파악한 상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겠지요? (값 1만8000원)

안 세 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