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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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에 대한 소고
  • 승인 2014.01.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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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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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2013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판결은 한의사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상당히 뜻깊은 법적 판단이 될 것이다. 헌재는 12월 26일, 2인의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한의사가 청력과 안구관련 의료기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기소유예판결을 받았으며,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세부 내용 몇 가지를 다시 인용해보겠다.

“그러나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해석 또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어 해석되어야 한다”며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청구인들이 진료에 사용한 안압측정기 등의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는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려움 ▲동의보감에서 녹내장과 백내장에 해당하는 질환을 설명하고 있고, 안구의 구조와 대표적 안질환에 대하여 그 원인과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음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에서 한방진단학, 한방외관과학 등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한의학을 토대로 한 기본적인 안질환이나 귀질환에 대한 이 사건 기기들을 이용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 등의 이유로 2인의 한의사에게 내려졌던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라는 점과 한의사의 전문성이 어디까지인가라는 핵심쟁점을 살펴보면 확실히 의미가 있다. 그런데 2013년 3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골밀도 측정용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제재가 합헌이라는 다소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두 가지 판결을 살펴보면 결국 한의사의 전문성을 헌법재판소가 완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과거 한의사 CT사용에 대한 법적 판단도 마찬가지였는데 해부학은 한의학이 아니라는 점을 당시 법원은 밝히고 있다. 의료이원화라는 환경이외에도 한의사의 학문 영역, 전문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예전에 한의사 제도 자체의 존립을 위해 역사성과 전통에 대한 강조를 한의사 스스로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런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해서 지금까지 한의사 제도가 유지되고 발전해왔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그런 규정이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되는 경향이 있다. 양방의 IMS시술이나 도수치료는 분명 침시술과 추나치료를 학문적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경락학설이나 기타 한방이론으로만 설명가능하지는 않다. 한의사의 진단명은 이미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CD)에 의거하고 있다. 대부분 해부학과 현대 생리, 병리를 기반으로 한 진단명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 확대를 위해서라도 한의약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2011년 7월 14일 개정ㆍ공포된 한의약육성법 일부개정법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2조(정의) 제1호의 ‘한의약이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이다. 그 이전보다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가 추가되어서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양방과의 구분점이 모호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한방이론하면 음양오행과 본초방제학, 경혈학, 한방생리·병리 등을 지칭했는데 아까도 말했듯 계속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립이 필요하다.

한의사는 단순히 인간문화재가 아니다. 과거의 형태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환자치료를 하고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 한의약육성법같은 법률적 대비도 중요하지만 한방이론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한의사의 전문성을 높일 방안도 강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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