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의학을 위한 연재에 들어가며…
상태바
새로운 한의학을 위한 연재에 들어가며…
  • 승인 2014.01.01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운

정창운

mjmedi@http://


한의사 정창운의 ‘진화와 의학’ <1>

정 창 운
1. 미국 NIH는 의학 발전의 아젠다로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의 도래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양방의학계에서는 표적 항암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약물 투여 등에 이러한 기법들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맞춤의학을 표현하는  4P를 보면 한의계가 줄창 한의학의 특성이라고 주장해온 그것들임을 쉽게 알수 있다. 즉,
Preventive : 예방하고
Predictive : 예측하고
Personalized : 맞춤화된
Participatory : 참여형
의학이 바로 의료계가 가야할 방향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것이다.

한의계에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담론들이 있어 왔지만, 돌이켜보면 이것들은 실제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수십년간 공리공론과 의미 없는 허담만을  늘어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양의학계는 기초의학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임상에서도 한의계가 말로만 주장해왔던 것들을 임상현장에서 실현해나가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모든 주도권이 양의학계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학문적 배경이 같은 중의학계가 기존에 쌓아 올려온 학술적 배경이 있기에 한국한의계는 기초 배경의 큰 전환 없이, 쉽게 현대 과학 및 기술적 지원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가지고 있다.
근본적 철학을 보면 출발점에 있어서 한의학이 맞춤의학으로 다가가기엔 더 적합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한의학은 오로지 송대의 신유학 배경의 자연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학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의 한의학은 양의학계가 가진 강력한 헤게모니에 의해 본의 아니게 타자화 되었기에 그러한 인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근대과학이 아닌, 모호한 동양사상 배경의 의학이 한의학이라는 식의 인식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송대 이전의 의학도 한의학이고, 송대의 의학 혁명을 통해 한의학이 신유학에 의해 새로운 의학으로 거듭난 의학 역시 한의학이라면, 현대 과학을 받아들여 다시 변모한 의학 역시 한의학이 아닐 이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한의계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연히 이러한 현대학문 체계로의 적응 부재에 있는 것이겠지만, 근인(近因)을 찾자면 10여년 전 전체 의학계에 불어닥친 근거중심의학의 물결을 인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통합의학이라는 이름 하에 한의학의 근거중심의학화는 서서히 그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의학계는 근거중심의학을 넘어 맞춤의학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는 것 역시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다.  위기는 기회와 언제나 동전의 양면관계에 있는 것으로, 맞춤의학이 한의학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도록 한의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이 기획은 생물학의 근간인 진화론의 배경을 살피고 이것이 의학에 있어서의 의미, 그리고 임상과의 연계를 간단히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임상진료에 있어서의 적용까지 간단히 살펴보려고 한다. 생물학의 근간이 진화론에 있는 것처럼, 의학이 생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한의학이 새롭게 현대생물학에 기반을 두려 한다면, 당연히 진화론 역시 한의학의 중핵에 위치하고 있어야 할 것임은 틀림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안타깝게도 진화의학 자체에 대한 이해가 질병의 치료와 실용적인 진료로까지 이어지는 것들은 없다. 또한 전반부의 진화의학에 대한 소개는 의학보다는 진화론의 이해에 더 가까운 내용이어서 임상의에게는 이렇다할 감흥을 주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과학적 기반이 미비한 한의계 상황에 있어서는 양의학계의 주류 관점과는 또 다른 과학적 관점에서 질병에 대해 접근하는 것이 분명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진화적 배경 하에서, 우리는 유전자 수준에서 임상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면서도 포괄적 체계를 갖추게 될 맞춤의학을 올바른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한의계가 앞으로 맞춤 의학의 주도권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소개할 진화 의학 외에도 이미 기존의 한의계의 의론(醫論)을 대체할 합리적인 이론들은 매우 많다. 한의계에는 기존 이론과 같이 썩어갈 것인가, 새롭게 도약할 것인가 선택의 문제만 남아 있는 것 같다. 한의계의 암담한 현실에 대해 쉬쉬할 게 아니라,적극적으로 거짓에 대해서는 논박하고 부정하여  필요 없는 학설은 사멸하도록 해야 새로운 한의학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각 개원의들이 임상 진료 현장에서 스스로의 진료에 있어 과학적 기전에 대해 설명할 수 있고, 그렇지 않아도 진료의 스스로가 그 진료행위의 과학적 의미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 않는 이상, 환자들이 한의학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것으로 여기고 진료받기란 요원할 것이다. 이 칼럼이 그러한 정상적 진료로의 이행에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생명과학에서도 진화론은 정형화된 분류라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한의계의 경직된 체계가 좀더 다양하고 연속적인 변이들로 채워지기를 바라며….

 
[필자 주] 칼럼은 주로 PerterGluckman등이 저술한 Principles of Evolutionary medicine 및 Stephen C. Stearns등이 저술한 EVOLUTION in HEALTH and DISEASE를 중심으로 이를 요약,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연재에 앞서서 다음과 같은 책을 미리 읽어둔다면 칼럼의 이해에 조금 더 도움이 될것 같다.
「이것이 생물학이다」 에른스트마이어 지음, 최재천 옮김. /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랜덜프 네스 등 지음, 최재천 옮김.
이 외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에세이들도 일독할 가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