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메모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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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 승인 2003.08.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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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그림이 전하는 여유와 감동


지금 와서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으세요?

아마 없을 겁니다. 초창기만 해도 소위 참을 인자 ‘인(忍)터넷’이었던 까닭에, 저 역시 평가절하에 앞장섰던 기억이 생생하지만, 요사인 삶의 일부분, 그것도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능 도구임에 틀림없으니까요.

아무튼 인터넷이란 괴물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수많은 변화를 초래하였고, 예전 같으면 초야에 묻힐 확률이 더 높았던 인물을 순식간에 스타로 만들고 있습니다.

졸라맨과 마시마로,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파페포포의 작가들 또한 - 그들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단시간 내에 만인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을 겁니다.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농익은 나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은 20대의 심승현 씨 작품입니다.

책은 크게 사랑·의미·관계·시간·추억 등의 5단락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단락 안에는 다시 7~8가지의 소제목을 붙인 포엠툰(poemtoon)류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 느낌으로는 파스텔톤의 예쁜 그림보다는 그림 뒤에 실린 짤막한 글이 독자들의 감성을 더 움켜쥐었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는 누구나 설레게 되는 사랑의 감정, 아련하게 자리잡은 유년기의 추억, 살아가며 점점 더 어렵게 다가오는 인간관계 등을 소재로 삼았는데, 여백(餘白)·자연(自然)·무위(無爲)·무용지용(無用之用) 등 흡사 노장철학(老莊哲學)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글을 조합함으로써 호소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파페포포를 접한 것은 10여일 전 여느 때처럼 점심 먹고 나서의 나른한 오후를 인터넷 서핑으로 이겨내던 와중이었습니다.

우연찮게 파페포포 한 토막 - 음료수라는 제목의 그림과 글 - 을 접하게 되었는데, 불혹(不惑)에 걸맞지 않게 이내 잔잔한 울림이 다가왔습니다.

곧바로 눌려지기를 고대 하고 있던 하이퍼텍스트(hyper text)로 커서를 옮기자 연재물이 실려있는 카페(cafe)로 안내되었고, 급기야 단행본까지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어 구독까지 마무리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예가 파페포포 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물론 아마 모든 분들이 이런 사례를 보며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바로 정보화시대, 인터넷시대라고 일컫는 ‘시대성’일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 한의계에서도 여론 주도층임에 틀림없을 20~40대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작품 - 당연히 한의 학의 본질을 훼손해선 곤란합 니다 - 이 하루빨리 나왔으 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습 니까?

우리 한의학이 발전하려면, 30cc 이상의 뇌실질내 출혈(ICH)에도 불구하고 침 한방이면 나으리란 맹목적 믿음을 가진 촌로들의 지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젊은 식자층의 공감에 따른 성원이 더욱 요구되는 것 아닐까요?

소설이 아닌 바에야 한의학 관련 단행본은 문자만의 장황한 나열보다는 적절한 그림을 삽입하여 이해도 돕고 여유 또한 제공하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혜안을 지닌 한 의학 전도사의 충심 어린 기 여를 기대합니다.

안 세 영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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