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感動)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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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感動)이 답이다
  • 승인 2013.12.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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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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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김 영 호
부산시 한의사회 정책기획·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학력고사를 앞둔 쌀쌀한 밤
교복을 벗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방문을 두드리는 똑똑 소리에
어머니는 흰 그릇을 들고 계셨습니다.

결혼 후 생애 첫 출산의 산고를 겪고
친정에 오랜만에 왔습니다.
힘들고 두려운 제 앞에
어머니는 흰 그릇을 들고 계셨습니다.

IMF의 칼바람이 몰아치던 그 때
어두운 미래를 무겁게 짊어지고
한잔 술에 오늘을 잊으며 퇴근한 어느 밤
아내는 흰 그릇을 들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사랑은 항상 흰 그릇에 담겨 있었습니다.
보약이라는 이름으로 한의학은
항상 당신의 인생을 지지해왔습니다.


한의학을 감성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때 문득 떠오른 구절을 <시>처럼 써보았다. 시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속에 <한약>이 따뜻하게 기억된 순간을 생각해보다가 떠오른 구절이다. 우리는 힘들 때 도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시절이 언제일까를 생각해보니 ‘대입시험, 출산, IMF’가 문득 스쳐갔다.

주제가 너무 다양해도 산만하고 3가지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 세 번의 힘든 시기에 어머님과 아내가 준비해준 <한약>에 대한 고마움을 ‘흰 그릇’ 이미지와 연결시켰다. 그리고 요즘의 한의계가 한의학의 치료의학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들에게 친숙하고 많이 사용되는 단어인 ‘보약’을 통해 <한의학>을 연상시켜보고자 하였다. 크게 3가지 장면으로 애니메이션 광고를 진행해본다면 이전의 ‘박카스’나 ‘까스활명수’ 광고와 같이 느낌 좋은 광고가 되지 않을까 해서 졸필인 ‘시’ 하나를 글의 앞에 적어보았다.

현대 광고계의 흐름을 보면 ‘논리적 설득’을 이용하는 광고가 많지 않다. 요즘 사람들은 성격도 급하고 광고에 대한 거부감도 있어서 광고가 나오면 곧바로 채널을 돌린다. 그런데 광고에서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한다면 시청자들은 아무리 좋은 광고라도 외면할 것이다. 그래서 광고는 점점 자극적이고 감성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를 할 때도 여러 가지 장단점을 분석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소비자보다 비 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볼 때 한의학도 현대의학에 비해 과학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인지도를 감성적인 부분으로 지속적 홍보를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양방 쪽 학회들은 주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하는 광고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이 효과적이어서 사용하는지 광고주인 학회측에서 그런 방식을 선호해서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광고에서 학회장이 나와 국민들에게 차분히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현재 라디오에서 많이 나오는 ‘신장’ 건강에 대한 광고가 대표적이다. 신장을 ‘콩팥’이라는 단어로 대체한 것이 그나마 국민들의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설교’에 가까운 광고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천호식품이나 장수 돌침대의 CEO가 코믹한 모습과 카피를 통해 광고하는 것은 똑같은 광고인데도 논리적 설명이 주가 되는 광고보다 훨씬 파급력이나 효과가 좋다. 그것은 감성적으로 접근한 광고가 대중의 눈높이에 맞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광고 중에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던 광고들을 보면 대부분 ‘코믹, 섹시, 감동’의 코드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3가지 키워드를 잘 활용하고 국민들에게 가르치는 설교가 아닌 그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눈높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똑똑한 현대인들에게는 더 효과적인 광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너도나도 똑똑한 세상이니 ‘가르치는 광고’보다 ‘재밌고 감동적인 광고’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대림건설의 e편한 세상 아파트가 유명 아파트 브랜드들의 싸움에서 뒤처지고 있을 때 ‘진심이 짓는다’라는 광고 카피 한 줄로 인지도와 아파트 가치가 급상승한 바 있다. ‘진심이 짓는다’라는 감성 광고 한편이 창출해낸 유무형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한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인생은 머리로 아는 것을 가슴으로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에 기억되는 광고보다 가슴에 남는 광고로 한의학도 e편한 세상 아파트 사례와 같은 광고계의 성공신화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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