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황제의 ‘朝鮮 구하기 프로젝트’
상태바
고종 황제의 ‘朝鮮 구하기 프로젝트’
  • 승인 2013.12.19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옹

정유옹

mjmedi@http://


도서 비평 | 동경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
최근 한반도에는 남북의 긴장과 더불어 열강들의 입김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와 한국 정부의 맞대응 그리고 미국 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한중미일의 외교 능력은 날마다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그만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는 이로 인하여 전쟁과 강대국의 침략으로 몸살을 앓았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한국의학사를 연구하던 중에 조선 후기에 「동의보감」 발간으로 인하여 의학의 발전이 정체되었다는 주장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오히려 사상의학과 사암침법 등 중국과 비견되는 의론이 등장하여 한의학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태진 著
태학사 刊


이런 생각으로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초기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인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는 이태진 교수가 2005년에 저술한 것이다. 2004년 동경대학에서의 한국사 강의 내용을 녹취하여 책을 펴내었다. 이태진 교수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여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뉴라이트 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이태진 교수는 본 저술에서 조선 후기 근대화 노력과 일본의 불법적인 합병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적진(?)의 심장부에 위치한 동경대학에서 최고의 엘리트들에게 당시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강의한다는 것은 충분한 근거자료와 객관적 사실 확인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았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동아시아는 제국주의를 확대하기 위한 서구 열강의 침입으로 청나라는 쇠락하고,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 문물을 받아 들였으나 대혼란이 일어나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청나라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조선과 조공관계를 속방화(屬邦化) 정책으로 이름만 전환하여 종속관계에 두려고 임오군란을 통해 군대를 주둔시켰다. 또한 일본은 국내의 혼란을 잠재우고 한국을 정한(征韓)하여 중국까지 침략하여 아시아 연대론을 실현시킬 목적으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맞섰다. 한국은 서양과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전쟁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조선의 고종황제는 청나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연호를 쓰는 대한제국을 세우고 근대화의 노력을 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강화도 조약, 조미수호통상조약 등을 체결하고 외국과의 교류에 있어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일본은 외국과 전쟁을 한다는 미명하에 군인들을 주둔시키고 병합에 걸림돌이 되는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등의 악행을 저질렀다.

그리하여 고종은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여러 조약에 승인을 하였고, 일본과 여러 조약을 맺게 된다. 그러나 고종은 직접 서명을 하지 않아 조약이 실제적으로 발효가 되지 않게끔 하였다. 일본은 서명을 조작하고 서구의 나라에게 조약의 합법성을 설명하여 조선을 병합하게 된다. 고종은 이후에도 불법적인 조약 체결을 알리기 위하여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하는 노력을 다하였으나 무산되고, 폐위된 후 그의 아들인 순종이 황제가 되었으나 그 또한 일본에 의해 폐위 된다.

지금까지 조선의 왕들이 힘없이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뒤엎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침략야욕에 맞서 황실에서 조선을 근대화하고 외국과의 외교 조약을 체결하는 등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거짓과 불법적인 과정으로 병합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이 불과 10여 년 전부터 밝혀진 일들이라 하니 우리의 역사는 얼마나 왜곡된 것인가!

저자는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일제강점기가 국제법상 불법적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만약 강제로 인한 것이었다면 침략과 정복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만약 앞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국제법으로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있는지도 궁금하였다.

이 책을 통해 교학사 교과서를 승인한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학자가 일제 침략 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었다.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자료를 근거로 하여 일본의 침략과정을 조목조목 불법행위로 규정하는 원로학자의 학문 열정을 엿볼 수도 있었다.

저자의 주장을 통해 조선에서 근대화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식민주의 사관에 의한 역사 왜곡은 고대 한국의 역사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역사학계에도 좌편향 또는 우편향으로 학자들이 나뉘어 있지만, 과거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저자의 연구 방법처럼 사실 자료에 근거하여 역사를 바르게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올바른 한국의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져야겠다. 한국 의학사도 마찬가지이다. (값 1만4000원)

정유옹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사암은성한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