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간과 풀 당직 및 아침 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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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간과 풀 당직 및 아침 점호
  • 승인 2013.12.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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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

이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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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리의 전공의 생활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소아과 전임의 http://blog.naver.com/civil011
한의과대학 재학 시절 서양의학 지식을 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실전에서 바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따라서 인턴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주로 서양의학과 관련된 교육이 필요하다. 병원에 들어온 이후 2개의 턴(약 6주) 동안 매일 저녁 10시(시간은 잘 기억이 안난다)에 전부 모여서 레지던트 선생님께 매일 달라지는 내용에 대해 배우게 된다. 당연히 10시 안으로 맡은 환자의 모든 액팅을 마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기간 동안은 풀(full) 당직으로 6주 가까이 병원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바깥 생활에 대한 갈망이 가장 커지는 시기이다.

1주에 2회 야식으로 다 같이 바깥 음식 (과일, 햄버거, 치킨, 피자 등)을 맛볼 수 있으며, 1시간 이상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매우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부분 별 문제없이 교육을 받게 되지만, 신환 입원이 몰린 경우에는 10시까지 액팅을 끝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교육기간 이후에는 cover 인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 있지만 교육기간에는 ‘자신이 맡은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라는 미명 하에 어떠한 도움도 부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1. 환자에게 늦게까지 모든 액팅을 시행하고, 교육시간에 지각한다.
2. 10시까지 하지 못한 액팅은 레지던트 허락 하에 취소하고, 교육에 참석한다.
3. 몰래 업무가 일찍 마무리 된 인턴에게 도움을 청한다.

1번을 선택하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겠고, 2번을 선택하면 자칫 환자에게 불성실한 인턴으로 각인될 수 있으며, 3번을 선택하면 걸릴 경우에 징계 감이지만, 걸리지 않으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당시 인턴들은 대부분 3번을 택하고 서로 지켜주는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육 받은 내용은 다음 날 아침 7시에 모여서 점호 (당직을 서지 않는 인턴의 근무 시간은 오전 6시~ 오후 6시 반까지 입니다) 겸 쪽지 시험을 보게 된다. 따라서 교육시간이 끝난 이후 개별적인 복습을 해야 해서 12시를 넘기고 잠이 들기 일쑤이다. 아침에 일어나고 노티표를 1차 수정한 뒤 셀프라운딩을 도는 도중에 쪽지 시험을 봐야 해서 환자가 많고 배분을 잘 하지 못한 경우 시간 맞추기가 매우 힘들다. 아침을 거르는 것은 일상다반사이다. 쪽지 시험을 대충 보고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할 경우 해당 내용을 깜지로 제출해야 한다.

맡은 환자가 많은 경우에는
환자가 많다 → 교육시간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 교육시간 이후 피곤해서 바로 잠든다 → 아침에 일어나고 쪽지시험을 망친다 → 깜지를 쓰느라 다음날 교육시간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 교육시간 이후 피곤해서 바로 잠든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처음에는 이처럼 꽉 짜여진 일정에 적응이 힘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지고 제한이 풀어져서 자신만의 나름의 시간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못 다한 수면을 보충한다든지 부족한 니코틴을 보충한다든지 웹서핑이나 미드를 본다든지 전공도서를 읽으며 자기계발에 신경쓴다든지 컨퍼런스 발표를 준비한다든지 하다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이 선 행
마스터리의 전공의 생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소아과 전임의
http://blog.naver.com/civil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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