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14> -「國民小學讀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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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14> -「國民小學讀本」②
  • 승인 2013.12.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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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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命門火에 대한 새로운 해석, 조선국민 敎本

지난 호에 氣息편에서 사람의 몸에서 산소가 命門의 火를 태운다는 얘기를 소개하였는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문투를 쉽게 풀어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즉, 사람이란 촛불과 마찬가지로 산소를 들여 마셔 불을 일으키는 것과 같으니, 이런 까닭에 사람의 몸이 바깥 공기보다 따뜻하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사람의 몸에는 한 기관이 있어 煙火不絶이니 그 모양은 마치 숯이 화로 가운데서 타고 기름이 불속에서 타오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소학독본」


또 하나 한의학에서 말하는 六淫 病因으로서의 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제16과 風을 살펴보자. 서두에 이런 말이 쓰여 있다. “바람은 空氣의 流動이니 물이 河海에서 流動함과 同하야 물은 高로부터 低에 유동하나 공기는 그 分量이 重한데서 輕한데로 向하야 유동하나니 그 유동은 공기 寒暖이 不同한데서 由하나니라.” 전통적으로 말하던 ‘善行而數變’한다는 바람의 성질을 말하기 이전에 바람이 생기는 이유를 차고 더운 서로 다른 공기의 온도차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日光이 放射하는 故로 땅의 熱度가 各處에 不同하고 그 地位를 좇아 受熱하는 差等이 있고 또 땅의 注射하는 熱量은 同하되 地上物質이 熱氣를 吸收하는 分數는 各各 다르니 假令 樹陰과 屋裏와 林藪와 水邊의 온도는 乾燥한 땅이나 巖石과 屋上과 平野 등에 比하면 溫度가 少하니라”하여 온도차가 나는 이유를 말한다.

그렇다 바람을 인지하게 되는 것은 자주 오락가락하며 바뀌는 성질 때문이지만 그 바람이 생겨나는 이유는 차고 더운 기온 차에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 몸에서 바람이 생겨 풍증이 오게 되는 것은 인체의 부위별로 체온차이가 심해질 때 초래되는 병리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적절한 보온과 전신을 골고루 따뜻하게 체온을 덥혀주는 일이 차가운 겨울철에 풍증을 예방하는 요령일 것이다.

다소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얘기도 들어 있다.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鰐魚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당시까지 조선에선 이 신기한 동물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악어는 열대지방에 사는 卵生冷血動物로 파충류 중에 제일 크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편의 마지막 문단에는 좀 색다른 얘기가 적혀 있다. 즉, “東洋諸國에서 神靈하다하고 특히 支那 에서 국기에도 表章하는 龍은 傳說에 옛적 한 사람이 악어의 흉악한 모양을 보고 附會하여 그린 것이라 하니라.” 아마도 전호의 條約國편에서 말한 얘기처럼, 병자호란 이래 오래 동안 묵혀온 反淸 정서가 배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책의 본문은 총72장 144면으로 이루어져 있어 교과서치곤 분량이 그리 많지 않으나 각각의 주제편은 비교적 長文으로 이루어져 있고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없으며, 다소간 어려운 한자가 많이 사용된 국한문 혼용체로 기술되어 있어 초심자가 읽어내기가 용이하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문으로 된 경전 위주의 전통방식 교육이 근대식 교육으로 이행되어 가는 과도기에 등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國定敎科書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필자 생각엔 여기에 더하여 일제강점기의 시작 이전 대한제국에서 추진한 자력 근대화에 대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한 신교육을 통한 새로운 선진문물의 도입과 자주독립에 대한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져 있어 자못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면모 때문인지 한일합병이 이루어진 그 해 11월 일제에 의하여 발매금지 조처를 당하고 말아 더 이상 통용되지 못하였다. 한국학문헌연구소편(1977)의 영인본이 있으며, 1985년 계몽사에서 펴낸 마당 잡지의 특별부록으로 제공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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