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편 외감병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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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편 외감병 ①
  • 승인 2013.12.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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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학회 학술팀

동무학회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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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동무학회 ‘새로운 사상의학을 논하다’ (12)
1. 과거에는 어떤 경우로 한의원에 내원했을까?

20세기 초반까지 6억 명의 감염자와 5000만 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흑사병만큼이나 대규모 사상자를 발생시켰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전염병이 있다면 어떤 병일까? 에이즈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인류가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최악의 질병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독감, 즉 인플루엔자다(「傷寒論」에도 長沙(張仲景이 태수로 근무했던 중국 남쪽 지방) 인구의 절반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류의 기원 이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상황은 딱 두 가지다. 굶주림과 전염병. 그렇기 때문에 의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투쟁은 고혈압, 당뇨 등과의 투쟁이 아닌 독감, 즉 역병(瘟疫·時氣·時疫, 疫癘 등)과의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흑사병, 스페인 독감, 사스, 신종플루, 장티푸스 등 귀에 익은 호흡기 전염병이나 수인성 전염병 같은 질환인 것인데, 현재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질병이다. 과거에는 이런 정도의 질환을 앓아야 의사를 찾았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 감기로는 집에서 생강, 파뿌리, 도라지나 달여 먹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나았으니까.

2. 장중경과 이제마는 어떤 병과 싸웠는가?
「東醫壽世保元」이 「傷寒論」의 편제를 따랐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傷寒論」이 다룬 질병을 안다면 이제마 선생이 고민했던 질병도 알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장티푸스가 가장 유력하다 할 수 있다(「傷寒論」에 나오는 질환과 관련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현재 한의학계에서 「傷寒論」으로 유명한 여러 한의학자들이 있지만, 그분들은 단지 문헌상의 자구로 「傷寒論」을 이해하는 것이지 실제 傷寒病을 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의사 중에 傷寒病을 가장 많이 봤다고 하는 한의사가 쓴 논문에 보면 傷寒病의 실재가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있는데, 논문 내용을 보면 가장 신뢰가 간다(大韓韓醫學會誌 第12卷 第1號 通卷43號 75.3. 「傷寒論」과 腸窒扶斯의 證에 對하여, 洪雲憙, 1964년 군병원에서 장티푸스 격리병동에서 근무).

3. 현재 한의원에서 접하는 주된 외감병은 어떤 병인가?
평소와 다르게 몸이 으슬으슬하고 인후부가 간질간질하면서 약간 부은 느낌인데 맑은 콧물도 난다. 蠶沙解表湯(「새로쓴四象醫學」 四時傷寒 초기 태양인 처방)을 하루 정도 복용하고서 풀렸다. 또, 비슷한 증상으로 蠶沙解表湯을 복용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열은 38.5도를 넘고 봄날 실내에 있는데도 惡寒이 심하고 두통이 있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아팠다. 惡寒이 심하여 蠶沙解表湯을 1시간 간격으로 연복하고 하루가 지나니, 惡寒이 줄면서 이젠 고열과 함께 머릿속이 흔들리는 심한 두통과 가슴답답함, 번조증, 구갈(입은 마르나 물이 당기지는 않음)이 왔다. 혈압도 평소보다 굉장히 높았다. 응급실에서 흉부엑스레이 촬영을 하니 폐렴은 아니었다. 평소 고열 감기에 걸렸을 때 심한 惡寒도 있었기 때문에 실내를 따뜻하게 하고 온열장판을 켜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잤으나 번조증이 더 심해지고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까지 있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검사하니 인플루엔자로 진단되었다. 魚腥草淸營湯(「새로쓴四象醫學」 衛氣營血辨證 중 營分證候)으로 바꿔 1시간 간격으로 연복하고 얇은 이불만 덮고 잤다. 하루가 지나니 열이 내리면서 상기 증상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감기 초기 증상도 있었으나 그냥 잤는데, 다음날 아침에 기상해보니 惡寒과 몸살이 조금 더 하면서 평소와 다르게 설사를 시작했다. 蠶沙解表湯을 복용하였으나 惡寒, 몸살, 복통, 설사가 점점 심하였다. 柳氏獼猴桃植腸湯(「새로쓴四象醫學」 六經辨證 太陰證候)으로 바꿔 1시간 간격으로 연복하고, 고열이었으나 따뜻한 이불 속에서도 惡寒이 심하여 뜨거운 곳에서 땀을 푹 내고 잤더니, 다음 날 아침에 열이 내리고 惡寒이 걷히며 설사가 멈추었다.

첫 번째 케이스는 四時傷寒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두 번째 케이스는 溫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세 번째 케이스는 傷寒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四時傷寒의 경우 초기에 風寒을 제거하여 가볍게 나았으나 病邪가 다른 경우 초기 증상은 비슷하게 보였어도 蠶沙解表湯으로 듣지 않고 각기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傷寒이나 溫病에 코감기, 중이염, 목감기, 기침감기 처방을 써서는 안 되고, 반대로 코감기, 중이염, 목감기, 기침감기에 傷寒이나 溫病에 쓰는 처방을 써서도 안 된다. 病邪가 다르고 病情이 다르기 때문이다. 혼돈해서는 안 된다. 傷寒이나 溫病에 쓰는 처방을 내상잡병에 쓰는 문제는 더욱 더 논할 의미가 없다.
오늘날 한의원에서 다루는 주된 외감병은 독감이 아니라 감기다. 즉, 가벼운 상기도 감염증인 것이다. 환자들은 스스로 독감은 한의원에서 잘 안 된다고 이미 알고 있고, 독감은 사실상 한의원급에서 다룰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응급상황에서 대처를 할 수도 없고, 격리를 시킬 수 있는 병실도 없다. 그렇다면 한의사들이 해야 할 일은 임상에서 흔히 보는 몸살감기, 코감기, 중이염, 목감기, 기침감기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변증기술과 처방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傷寒이나 溫病에 사용한 처방은 독감 위주의 처방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기에는 쓸 수 없다. 「東醫寶鑑」에 ‘四時傷寒’이라 하여 처방이 몇 개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醫書에 나오는 외감병 처방은 독감(傷寒, 溫病)을 위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일반 감기에 쓸 수 있는 처방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에 傷寒과 溫病에 쓰는 처방을 일반 감기에 쓰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흡사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과 같다. 증상에 비해 처방이 너무 강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코감기가 너무 심하다고 엑티피드로 효과가 없을 것 같으니까 타미플루를 줄 수 없는 이치인 것이다.

「東醫壽世保元」의 麻黃發表湯, 葛根解肌湯, 熱多寒少湯, 荊防瀉白散, 荊防導赤散, 八物君子湯 류나 「傷寒論」의 麻黃湯, 桂枝湯, 葛根湯 류를 일반 감기에 써보라. 그러면 그 폐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조차도 알지 못하는 초보 한의사들은 아직도 「東醫壽世保元」의 처방과 「傷寒論」의 처방이 절대적인 신성불가침의 처방인 줄 안다. 그렇게 맹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계속 <동무학회 학술팀·학회 홈페이지 http://dongm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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