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상태바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 승인 2013.12.12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 읽기 | 붉은 가족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출연배우들의 예능 출연 등의 마케팅뿐만 아니라 개봉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그로 인해 설이나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영화들의 흥행 성적이 대다수 좋은 편이다. 또한 영화 개봉 시기에 출연했던 배우가 드라마 등에서 인기를 얻어 영화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예전에 ‘만추’에 출연했던 현빈이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영화 또한 큰 화제 속에 개봉한 적이 있었다. 이런 면에서 얼마 전 개봉했는지도 모른 채 극장에서 사라졌던 ‘붉은 가족’의 마케팅팀은 엄청난 후회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정우가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출연하면서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할 정도로 이슈 메이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봉 당시 같은 출연배우인 김유미와의 연인관계가 알려지기도 했지만 조금 더 개봉 시기가 늦었더라면 이 영화가 이렇게 빨리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독 : 이주형
출연 : 김유미, 정우, 손병호, 박소영


사이좋은 가족으로 위장한 ‘진달래’의 진짜 정체는 공화국의 뛰어난 혁명 전사이다. 철두철미한 작전 수행을 자랑하는 그들은 반역자의 숨통을 끊는 순간조차 일말의 망설임이 없다. 그런데 철저한 계급 서열을 목숨같이 여기는 그들 앞에 위아래 없는 자본주의 불청객이 등장한다. 바로 가족 간의 예의범절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옆 집 창수 가족이다. 진달래는 늘 싸움이 끊이지 않는 창수 가족을 적대시하지만, 그들의 소란스러운 일상에 서서히 물들게 된다.

최근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이 남한에서 살고 있는 고정간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붉은 가족’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각본이 김기덕 감독이라는 점과 영화 속 영화로도 등장하는 ‘풍산개’의 내용을 비교해서 보면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영화에서 전하고 있는 메시지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동안 너무 많은 영화에서 다루었던 ‘가족’이다. 하지만 ‘붉은 가족’은 진부할 대로 진부한 이 주제를 매우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단, 너무 계산된 것 같은 가족 구성과 한정된 공간 속에서만 이야기를 진행시켜 약간 답답한 부분이 느껴지면서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더욱 큰 호응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김유미를 비롯한 4명의 북한 공작원 연기는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그로 인해 그들의 감정에 서서히 빠져 들어갈 수 있게 한다. 과연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영화가 끝이 나도 계속 곱씹을 만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붉은 가족’은 비록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상영되고 사람들의 뇌리에 잊혔지만 나중에라도 꼭 한 번 챙겨 볼 만한 작품이다. 겨울로 들어선 요즘, 가족의 따뜻한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