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종교를 뛰어넘어 인생에 대한 통찰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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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종교를 뛰어넘어 인생에 대한 통찰을 열다
  • 승인 2013.12.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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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

김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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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금강경 별기 「붓다의 치명적 농담」
얼마 전 교보문고 플래티넘 고객으로 인문학 특강에 초대 받았는데 예사롭지 않은 한형조 교수를 만났다. 여러 권 중 이 책을 우선 추천한다.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생각해볼 좋은 구절들이 많다. 이 책은 불교를 종교적 배경에 상관없이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동양철학을 삶의 문제로 귀환시킨 ‘금강경’ 해설서이다. 금강경의 근본정신을, 다양한 언설 속에 숨은 중심 아이디어를 들려준다. 현대인들이 외면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법문을 듣고 참선에 열중하는 것은 내면은 여전히 가난하고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형조 著
문학동네 刊

저자는 욕망의 무제한한 충족이 인간에게 안녕과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고 우리가 얻은 자유는 환상이라고 말한다. 세탁기, 냉장고가 손발을 더 자유롭게 해준 것은 사실이나 오히려 더 예속적 상황을 살고 있다. 보이는 억압은 줄어들었으되 미셀 푸코의 파놉티콘(Panopticon, ‘모든 것을 본다’는 뜻)이 예시하고 있듯이, 보이지 않는 감시가 삶의 전 영역에 침투해 있고, 자신의 욕망마저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근본적으로 ‘자기 욕구라는 환상’ 속에 있기 때문이다. 또 깨달음이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다. 붓다도, 예수도, 프란치스코 수도회도 ‘아무 것도 가지려 하지 않았다’는 그 모범을 보여주었다. 생물학적 삶을 위해서는 ‘아주 적은 양’이 필요하고 이것을 얻기 위해서 그다지 힘들여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눈이 있어 사물을 보게 되었고 귀가 있어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보려는 ‘욕망’이 눈을 만들었고 들으려는 ‘의지’가 귀를 만들었다고 한다. 보려는 욕망이 없으면 사물은 보이지 않는다. 즉, 귀도, 코도, 혀도, 몸도, 의식도 다 그렇다. 세계는 주관적으로 ‘의미화’되어서만 존재하는 무엇이다. 세계는 그 의지를 통해 구성된 표상일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아는 세계는 ‘의식’으로부터 파생되었거나, 그 활동의 결과”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우리들의 인식과 판단은 개인적 집단적 집착과 편견의 소산으로 객관적일 수 없다. 그 감옥을 벗어나야 세계 참모습이 보이고 자아 감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는 주관이 만든 환상이며 자아의 그림자이다. 우리는 각자 ‘환상’ 속에 살고 있다. 자신 속의 ‘우상’에 따라 사물을 바라본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쫓아다니며 저 유리한 대로 세상을 해석하며 그밖에 관심이 없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다. 즉, 우리가 보는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라는 이치를 생각하게 한다.

또,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인상에, 습관에… 그런 이미지와 상을 통해 상대와 나는 관계를 맺는다. 이것이 우리의 나날의 삶의 모습이고 늘 불행한 이유다. 우리의 근심, 염려로 눈멀어 있다면 우리는 뜰에 핀 꽃이나 아내의 젖은 손을 볼 수 없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기본 조건을 염려(Sorge)에서 찾았다. 그는 인류의 마음 밑바닥에 깔린 이 불안을 통찰하고 벗어날 수 있다면 인간적 삶을 회복할 수 있다. 이들 이미지들 때문에 자연과의 생생한 접촉을 잃고 다른 사람과의 의미 있는 만남을 놓친다. 이 공허를 메우기 위해 전혀 다른 매체로 도피한다. 술, 도박, 외도뿐 아니라 TV, 애완견, 연예나 극장, 미술관으로 가는 발걸음 속에 그 도피가 은밀히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이어트 성공법이 나온다. 먹을 것이 천지인데 원시적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우걱대며 먹는다. 과식이 습관화되면 감각의 기능이 떨어지고 사물에 대한 생생한 접촉이 둔화된다. 음식만 줄인다고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고 헬스를 열심히 다닌다고 정말 건강해지는 게 아니다. 다이어트 성공 여부도 먹는 마음의 자세에 달려 있다. 잘못된 음식 습관은 주로 심리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몸을 잘 모른다.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생긴다. 대부분이 착각이나 잘못된 정보로 인한 세뇌일 수도 있다. 자기 몸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마라. 깊은 주의력으로 자신의 몸을 살피고 이해하려 노력하라. 자기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다이어트는 저절로 된다. 음식을 바꾸고 양을 줄이는 대신, “음식을 느끼십시오!”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다면 다이어트는 틀림없이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몸에 전적인 통제권을 주어 몸이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마음’을 비워주어야 한다. 마음이 차 있다면 음식 맛을 느낄 수 없다. 상념이 몸을 가로막고 있어서는 소화될 리가 없다. 우리는 나날이 먹는 음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자의 말처럼 길은 누구에게나 같은 길이 아니라 “각자 걸으면서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道行之而成)”이기 때문이다. 이제 각자의 길을 나서야 한다. (값 1만9800원)

김진돈 / 송파구 가락2동 운제당 한의원장, 시인, 송파문인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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