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의심
상태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의심
  • 승인 2013.12.05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 읽기 | 공범
예전 한국영화는 거의 대다수 도제시스템 하에서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거의 대다수의 감독들은 한 감독 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조감독 등의 스태프를 한 뒤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영화를 가르치는 교육기관들이 많아진 현재는 도제시스템보다는 단편영화 등에서 실력을 쌓은 감독들이 바로 데뷔하거나 한 감독 밑에서 1~2작품을 한 후에 데뷔하는 등 예전보다 감독으로 데뷔하는 기간이 짧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감독들은 자신이 처음 경험했던 영화 제작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누구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느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결정되기도 한다.
감독 : 국동석
출연 : 손예진, 김갑수, 임형준, 김광규

이번에 ‘공범’으로 데뷔한 국동석 감독의 경우도 박진표 감독의 ‘그 놈 목소리’와 ‘내 사랑 내 곁에’의 조감독이었으며, 박진표 감독이 이번 영화를 제작하는 등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그 놈 목소리’의 15년 후 버전으로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15년 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故 한채진 군 유괴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앞두고 그 내용을 다룬 영화를 본 기자 지망생 다은(손예진)은 실제 범인의 목소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아빠(김갑수)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경찰지망생인 친구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다은은 혼란에 휩싸이고 평생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온 아빠에 대한 잔인한 의심이 커져만 간다.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만약 당신의 가족이 충격적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독특한 설정을 추가하여 관객들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대신 전하듯 주인공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서서히 관객들과의 감정적 소통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의 축이 좀 더 다양하고 세밀한 이야기로 이끌어졌다면 무게감과 함께 긴장감이 물씬 느껴지는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 지점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손예진과 김갑수의 연기가 그 빈자리를 채워나가면서 그나마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진행 시키고 있으며, 특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는 김갑수의 반전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그 놈 목소리’를 통해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보여주고, 실제 범인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공분을 일으키게 했다면 ‘공범’은 공소시효라는 법적 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결국 이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해결 된 사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 이처럼 ‘공범’은 결국 가해자 역시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자신의 가족들이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더 큰 고통에 시달릴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흉측한 방식으로 가족을 파괴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 12월로 접어든 시기, ‘공범’을 통해 가족애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가족들과 따뜻하고 행복하게 2013년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