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한열변증 ②
상태바
제4편 한열변증 ②
  • 승인 2013.11.28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무학회 학술팀

동무학회 학술팀

mjmedi@http://


특별기고 : 동무학회 ‘새로운 사상의학을 논하다’(9)

3.眞寒假熱과 眞熱假寒을 內傷雜病에서 어떻게 응용하는가
옷가게를 운영하는 통통해 보이는 체격의 환자(67세)가 내원했다. 인상을 찌푸린 모습이 한눈에 봐도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삼차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고 하루 3번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통증의 정도가 너무 극심해서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가신다기보다 겨우 살 만한 정도라고 하였다. 평소 추위를 심하게 타고 손발이 늘 차고 따듯한 물만 마시며 겉보기에 한증 성향이 뚜렷했다. 그런데 간화상염에 쓰이는 生地黃, 決明子 各 8g, 鼈甲, 柴胡 各 6g, 車前子, 龜板, 牡蠣, 梔子, 忍冬藤, 石膏 各 4g의 처방(「새로쓴四象醫學」, 決明子淸肝湯)을 투여했다. 초기에는 양약을 조금씩 줄이다가 8제째 복용할 즈음에는 양약을 끊어도 통증이 거의 소실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처방을 쓸 수 있었을까?

과거의 眞寒假熱과 眞熱假寒은 외감병의 말기에 병증이 위중한 단계에 겉으로 드러나는 한열증상이 실제 환자가 가진 병리적 상황과 다를 수 있으니 병정이 급한 외감병을 치료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나온 개념이다. 그런데 내상잡병에서도 한자가 열증을 挾하거나 열자가 한증을 挾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내상잡병에서도 眞熱假寒과 眞寒假熱과 같이 한열이 협잡했을 때 한열을 구분하는 변증기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에는 위중한 병에서 眞寒假熱이나 眞熱假寒이 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시대에는 위중한 단계의 병이 아니더라도 음식문화의 다양성, 건강기능식품의 범람, 양약의 과용과 오용 등으로 인해서 음양의 성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다. 이를테면 한여름에도 찬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고, 고혈압약, 당뇨약, 항우울제, 각종 호르몬제 등과 같은 양약부터 홍삼, 녹용, 민들레, 칡 등과 같은 건강기능식품 때문에 환자 본연의 한열 상태를 가려지게 되는데, 이는 의사를 자칫 속이기 십상이다. 이렇게 환자의 한열상태를 속이는 요인에는 비단 먹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심리적 상태 등도 관여한다. 그래서 현재 환자가 호소하는 다양한 증상들 중 어느 것이 본래 상증과 관련된 것이고, 어느 것이 상증과 무관한 것인가를 가려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한열증이 섞여서 나타날 때 어느 것이 상증이고 어느 것이 挾한 증인가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변이 滑便(軟便, 풀어지는 대변)이면 한자이고, 燥便(처음부터 끝까지 모양이 유지되는 대변)이면 열자다. 하지만 한자도 燥便이 올 수 있는데, 그때는 燥便이라도 찬약을 쓰지 않고 太陰人이면 胡桃肉같이 따뜻하면서 潤腸시키는 약을 추가한다. 大黃이나 葛根을 쓰는 것이 아니다. 또, 한자가 속을 끓이거나 음식물로 胃熱이 생겼을 때는 한자에 쓰는 처방을 기본방으로 하면서 蘆根, 黃芩과 같은 약을 소량 사용한다. 한자, 열자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처방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대적 상황에 맞는 진단법이 절실한데, 「傷寒論」에서 다루는 眞寒假熱, 眞熱假寒의 이론을 內傷雜病에 억지스럽게 끼워 맞추려고 한다면 비유컨대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타미플루로 갱년기 陰虛熱을 치료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4. 內傷雜病 寒熱辨證의 6대 요소
「새로쓴四象醫學」에서 인체의 생리적 현상을 바탕으로 한자, 열자를 구분한 것은 매우 중요한 업적 중의 하나다. 생리적 현상으로는 大便, 小便, 感冒(四時傷寒), 手足, 飮水, 舌의 6가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으며 매우 세밀하게 변증한다. 대변이 燥한 경향이면 열자, 滑한 경향이면 한자, 손발이 차면 한증, 손발이 따뜻하면 열증, 감기를 자주하면 한자, 감기를 자주하지 않으면 열자와 같은 이분법적인 변증뿐만 아니라 실제로 임상에서 환자가 표현하는 다양한 형태의 증상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舌診을 적극적으로 內傷雜病의 변증에 도입을 했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과거 의서 혹은 중국임상서적 등에서 언급되는 흑설(黑舌), 경면설(鏡面舌), 열설(裂舌) 등과 같은 극단적인 양태의 설은 현시대 한의사들이 상견하는 內傷雜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그런 형태의 설은 위중한 外感病 혹은 內傷雜病의 말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실제 임상에서는 의미가 크지 않다. 「새로쓴四象醫學」에서는 다양한 설의 상태를 팔강의 가장 큰 대강령 중의 하나인 한열에 입각하여 한자설과 열자설로 구분하여 변증에 적용하였다(단, 外感病 舌診과 內傷雜病 舌診은 같지 않다).

5. 寒熱이 명확하면 處方이 간결해진다
초기 한의학의 처방은 매우 간결하였다. 특히 「傷寒論」에 나오는 처방은 가짓수가 4가지에서 10가지를 넘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명처방 혹은 기본방이라고 불리는 平胃散, 四君子湯, 四物湯, 理中湯, 六味地黃湯, 五??散, 歸脾湯 등의 처방들 역시 약재수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처방을 구성하는 약물의 수가 적을수록 팔강의 의미가 명확하게 표현된다. 그런데 후대로 넘어가면서 內傷雜病에 쓰이는 처방 중 20가지 이상의 약물로 구성된 처방들이 종종 보인다. 특히 최근 중의학의 신처방들은 구성 약물의 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처방을 구성하는 약물의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변증을 정확히 못했다는 말과 동일하다고 본다.

防風通聖散(17개), 靈仙除痛飮(17개), 五積散(17개), 牛黃淸心丸(30개), 八寶廻春湯(25개) 등 내상잡병에 활용되는 처방일수록 약물의 가짓수가 많이 늘어나는데, 상증과 현증에 대해서 명확한 개념을 잡고 있다면 구성약물의 수를 10개 이내로 줄일 수 있고 처방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防風通聖散(滑石, 甘草, 石膏, 黃芩, 桔梗, 防風, 川芎, 當歸, 赤芍藥, 大黃, 麻黃, 薄荷, 連翹, 芒硝, 荊芥, 白朮, 梔子 등)을 써야 할 환자가 상증에서 열증이 확연한 열자로 판명되면 甘草, 桔梗, 防風, 川芎, 當歸, 麻黃, 白朮 등의 온성 약물을 과감히 배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쓴四象醫學」에 등재된 신처방들은 거의 대부분 10개 이하의 약물로 구성되어 있다.

6. 君臣佐使에서 ‘佐’는 필요 없다
상증과 현증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게 되면 주방의 선택기준과 가감하는 약물의 선택기준이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 무슨 증상을 主로 잡고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된다.

과거에는 이런 개념이 없기 때문에 처방의 구성을 보면 항상 반대되는 약을 가했다. 그것을 君臣佐使라는 그럴듯한 이론으로 포장하여 의미를 부여하지만, 기실은 한열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어서 방어적 차원에서 넣었을 것이라고 과감하게 짐작해본다. 실제로 문헌에서 찾아볼 때 君臣佐使에서 佐의 개념은 군약의 성질과 상반되는 약을 쓴다고 되어 있다. 한열에 대한 기준이 정확하면 佐의 개념이 필요 없게 된다.

三黃瀉心湯과 半夏瀉心湯을 비교해보면 차이를 잘 알 수 있다. 三黃瀉心湯은 大黃, 黃芩, 黃連의 3가지 冷性 약으로 구성되어 처방의 한열목표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半夏瀉心湯은 半夏 12g 黃芩, 乾薑, 人蔘, 甘草, 大棗 各 6g, 黃連 2g으로 熱性 약재인 半夏가 君藥으로 들어가는 열성 처방이라고 볼 수 있지만, 黃芩과 黃連 등과 같은 寒性 약재가 佐藥으로 들어가 있다. 태생이 外感傷寒에서 나온 半夏瀉心湯에 寒性 약재가 들어가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內傷雜病에 쓴다면 黃芩과 黃連을 빼고 오히려 蒼朮을 넣는 것이 옳다고 본다. 만약 열증이 挾했다면 加하는 약으로 黃芩, 黃連을 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새로쓴四象醫學」에 등재된 신처방들은 이런 한열개념을 정확히 명시하여 처방의 목표를 뚜렷이 하였다. 과거의 傷寒 溫病 등의 표증과 급증 처방 및 내상잡병의 후세방 처방에 연연하지 않고, 현시대의 한의원에 많이 내원하는 內傷雜病과 일반감기(四時傷寒) 환자의 寒熱, 虛實, 陰陽, 表裏에 맞게끔 더욱 개량되고 다듬어진 모습의 처방이라고 자부한다.
 <동무학회 학술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